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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작은 교회들이 함께 열어가는 생명세상, 지리산 기독교환경연대

NCCK 제공 /김성률 목사(함양제일교회 담임, 지리산기독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이는 자리에는,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마 18:20)

   ● 지리산 기독교환경연대 소개
지리산 기독교환경연대의 전신(前身)은 함양 기독교환경운동연대다. 지리산 댐 백지화 운동에 앞장서던 몇몇 교회가 주축이 되어 1997년 5월에 함양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결성되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데 뜻을 갖고 군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에서는 네 번째로 결성된 환경연대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이는 자리”, 지역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를 결성할 때의 상황이 그러했다. 함양지역은 지역과 교회들의 정서가 보수적이어서 참여하는 교회들이 얼마 되지 않았고 교회의 지역운동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연대활동에 참여하는 교회들조차 개체교회 회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지역운동을 전개해 나가야했다.
2005년에 이르러 지역현안에 대응하는 것에 주력했던 연대활동에 변화를 주었다. 생태캠프, 문화기행, 환경산행, 생태체험 활동 등을 통해 지역교회의 참여를 유도했다. 농촌의 작은 교회들이 이런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가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회원교회들이 시간과 재원의 출혈을 감수하며 활동을 지속해나갔다. 상근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활동들을 지속해나가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뜻을 함께 하는 점점 교회들이 늘어나고 함양지역을 넘어 산청, 거창 지역의 교회들도 참여하게 되면서 2008년에 지리산 기독교환경연대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5개 교단(고신, 기감, 대신, 성결, 통합), 30여개 교회가 함께 활동하고 있고 구례, 남원 지역으로 외연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 주요활동 
   1. 환경보전 운동
지리산 자락의 생물종 다양성과 건강성은 이 지역의 생태환경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개발정책으로 인해 이 지역의 생태환경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본 연대는 지역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무분별한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지역감시 운동을 하고 있다 : 낙동강상수원 남강이전계획 저지(서부경남행동연대), 문정댐 건설 저지(지리산생명연대, 함양시민연대), 병원폐기물 소각장 설치 반대(함양시민연대), 다곡리조트.골프장 건설 반대(지역대책위), 지역신문 “시사함양” 발간(함양시민연대) 등.

   2. 지역사랑 활동
(1)생태캠프 : 매년 여름방학 중에 아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생태캠프를 열고 있다. 기독교환경회의에서 논의된 그해 환경운동의 방향에 맞추어 지리산 자락의 산, 숲, 계곡, 그리고 인근의 바다로 장소를 옮겨가며 캠프를 연다. 이제는 도시지역의 교회들도 참가하여 농촌교회와 도시교회가 가진 장점들을 함께 나누는 좋은 장이 되고 있다.

(2)자전거 여행, 도보순례, 환경산행 : 지리산 자락을 몇 구간으로 나누어 자전거 여행과 도보순례를 매년 번갈아 진행하고 있고 매년 환경산행을 한다. 올 가을에는 지리산 자락의 마을들을 잇는 옛길을 복원한 “지리산 숲길”을 걸을 예정이다. 지역의 마을들과 자연경관들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적지 탐방도 병행하기 때문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여행이 된다.

   3. 환경교육
 (1)정례모임 : 격월로 회원교회들을 순회하면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식사모임을 가진 후 예배를 드리고 강사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열거나 지역현안에 대해 발제하여 토론을 한다.

 (2)환경주일 연합예배 : 그동안 녹색대학 허병섭 목사, 민들레 공동체 김인수 전도사, 기독교환경연대 양재성 목사 등이 다녀갔다.

 (3)생태공과 제작 : 매년 생태캠프를 위한 공과를 자체 제작하고 있는데 녹색교사 모임을 통해 공과를 만들고 강습회를 갖는다.
 
4. 문화활동
두부만들기, 천연염색, 웃음치료, 환경캠페인 등의 활동을 해왔고 올해 3월에 홍순관 님을 초청하여 “지구살리기 7년 프로젝트, 착한노래 만들기” 공연을 했다. 문화활동들은 지역교회의 다양한 계층과 연령들을 연대활동으로 끌어내는데 무척 효과적이다.
 
● 연대활동이 개체교회와 지역에 미치는 영향
1. 개교회주의의 극복
시간이 지나면서 연대의 임원과 회원으로 있는 지역의 목회자들이 지역의 기독교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기독교연합회 활동이 활발해졌다. 군부대 선교를 위한 향목회 활동, 지역 교회를 순회하는 연합기도회, 지역교회의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 남원지역 목회자와 정기체육대회, 목회자부부 체육대회 등의 활동에 함양지역의 59개 교회가 연합하고 있다.
지역의 교회들이 거의 대부분 미자립 교회거나 작은 교회여서 여름성경학교를 비롯한 여러 활동들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다. 인력과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생태캠프를 비롯한 다양한 연대활동을 시작하면서 개교회에 묻혀 있던 소수의 인력들이 각자의 은사를 발휘하여 지역의 좋은 일꾼들로 세워지고 있고 이런 일들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값진 수확이다. 생태캠프에 도시교회들도 참가하게 되면서 농촌교회가 도시교회로부터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줄 것이 참 많다는 것을 지역교회들이 발견하게 된 것도 연대활동을 통해서 얻게 된 좋은 열매다. 

2. 지역운동에 대한 지역교회들의 태도변화  
지역교회들이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지역의 환경현안에 대한 연대의 활동에 대해 배타적이었다. 그러나 지역의 교회들이 연대의 다양한 활동에 참가하기 시작하면서 지역운동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변화되었다. 사실, 이 정도만큼이라도 변화된 것은 연대활동을 다양화한 것 때문만은 아니다. 연대의 임원들이 오랫동안 지역교회와 목회자의 대소사와 경조사를 꾸준히 찾아다닌 덕분이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엄용식 목사(옥동교회)는 지역에서 25년간 목회하면서 마을 어귀의 품 넓은 느티나무처럼 연대의 임원들과 지역 목회자들을 함께 엮어내는 구심점이 되어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런 끈끈한 교류가 없었다면 개교회 한 곳이 세워지기도 힘든 이 척박한 서부경남 지역에서 교회들의 연합활동이 이만큼 왕성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역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활동가들의 애정과 관심이 구호와 운동과 캠페인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저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면 믿을만 한 것이다, 참여할만한 것이다.’ 그 정도의 정서는 지역교회에 형성된 것 같다.                
 
3. 교회 중심주의의 극복
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회자들과 교우들이 지역의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함양시민연대는 그동안 외국인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글교실과 문화기행을 해왔고 현재는 지역신문 발행과 기타교실을 하고 있는데 이 모임에는 불교, 천주교 성직자와 신도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역을 살리고 환경을 보전하는 일에는 기독교냐 불교냐의 구별보다는 그 사람이나 단체가 품고 있는 정신이 개발지향이냐 생태지향이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다. 지리산 생명연대, 지리산 종교연대, 함양시민연대 등 지역의 환경보전과 인권, 복지를 위해 일하는 기관들과 연대하다보니 자연히 종교의 경계를 넘나들게 된다.  
교회 안팎에 교회에 대한 냉담자들이 있다. 개교회주의를 넘고, 교회중심주의를 넘어 활동하는 모습들이 냉담자들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선 것 같다. 교회에 실망하여 신앙생활을 중단하고 있던 냉담자들이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된 경우들도 있고, 귀농자들이 연대의 활동에 참가하면서 교회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게 되었고 교회의 외곽에서 교회와 연대의 활동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교회가 도농(都農) 교류의 장(농촌사랑 한마당, 유기농산물 직거래 등)이 되고 있다. 요즘 들어 지역으로 귀농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교회들이 연대하여 참신한 활동을 전개해나가면 귀농자들이 지역에 정착하는데 교회가 정서적 지지자 역할을 할 수 있고, 교회는 소중한 젊은 자원들을 얻게 될 것이다.   

지역의 작은 교회들이 주축이 되어 일하다보니 어려움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교육 부분이다. 회원들의 의식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인터넷 환경교육 개설, 다른 지역의 연대활동 탐방 등을 통해 극복해야 될 문제다. 재원마련도 큰 어려움 중의 하나다. 아나바다 장터, 유기농 직거래 상설장터 등이 지역에 절실히 필요한데 그런 일을 꾸려줄 상근활동가와 공간마련이 쉽지 않다. 교육이 계속되지 않고, 인력과 재원이 보충되지 않으면 지역의 시급한 현안들과 요청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지역에 공해업체가 들어서는 것을 막지 못한 경험이 있다. 업체를 방문하여 항의했으나 전문성이 부족하여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해내지 못했고 재원이 부족하여 환경조사를 의뢰하는 일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다. 그런 한계를 안은 채 할 수 있는데까지 서로 힘을 합해 지리산 자락에서 주님의 뜻을 받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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