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성 환 목사(사랑하는교회, 제주사랑선교회 초대회장)
1. 제주기독교는 10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는 기본적으로 보통 목회지라기보다는 선교지에 가깝다. 우선 예수 믿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주 전체상주인구의 7.2%정도(교회의 통계)가 교인이다. 실제로는 5%내외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중에서 제주 토박이 교인들을 약 절반정도로 추정한다. 제주는 육지(본토)와는 다른 언어(한국어 사투리가 아닌 제주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유사문화권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주교회나 목회자들은 제주를 선교지로 보지 않는다. 좀 규모가 있는 교회와 그 교인일수록 그렇다. 시골의 작은 교회들은 날로 쇠락해가고, 그 동네에서 있으나 마나한 존재가 되어가고, 자신의 동네에서 하나님나라나, 복음적인 세상을 꾸려나갈 생각도 못한다. 반면, 제주에는 수많은 전도자들이 해마다 다녀간다. 10년 이상 비행기를 전세내서 이 전도운동을 계속하는 교회도 있다. 자기 교인들의 신앙훈련이나 자신의 교회의 결속을 위한 프로그램처럼 비칠 때도 있다. 이들은 지역교회와 협력하는 것 같아도 언제나 주도권은 자신들이 행사하려고 한다. 제주선교에서 제주교회는 소외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 제주사랑선교회는 이런 토양에서 시작되었다. 제주사랑선교회가 태동된 것은 아주 실제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제주의 작은 교회들(시골 교회들과 도시의 개척교회들)을 맡고 있는 목회자들이 제주선교를 위해서 기도하다가 제주선교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외 창구를 만들 필요에 공감하였다. 제주선교의 시급한 과제는 이미 세워진 교회들을 교회다운 교회로 세우는 일이었으며, 그 핵심과제중 하나로 제주선교현실에서 자라나는 세대를 가르칠 교육지도력(교육전도사, 교회학교교사, 예체능 자원교사)이라고 파악되었다. 예를 들면 시골 교회목회자는 교회의 모든 일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시골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맡아 줄 교육지도력이 필요했다. 제주 도시의 좀 규모가 있는 교회에 교회학교 교사를 지원해 줄 것을 간청하였지만 귀 기울여 듣는 교회는 없었다. 모두 자기 앞가림에 급급해 했다. 시골 교회들이 키워 논 성도들을 흡수해서 그만한 교회가 되었음에도 모판 교회를 돌아보는 교회는 없었다.
할 수없이 서울이나 광주나 부산의 대형교회에 단기선교사를 보내 줄 것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제주 시골의 개교회가 호소하는 소리를 들어주는 교회는 없었다. 우선 공신력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대형교회 입장에서 보면, 그런 일은 도무지 모양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제주의 작은 교회들이 공동의 선교적 과제를 감당하기 위해서 대외 창구로 선교회를 결성하기로 하였고 많은 기도와 토의 속에 2002년 3월 19일 제주초기교회 중 하나인 금성교회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명칭은 제주사랑선교회(Jeju Love Mission)로 하고 제주복음화(하나님나라)를 위하여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의 사랑을 전하자는 뜻을 세웠다. 제주의 작은 교회들이 공동 선교와 목회를 향해 마음을 모은 것이다.
3. 제주사랑선교회는 목회자들이 모이는 선교회이다. 이단을 제외한 모든 교파에 문이 열려있는 초교파 선교회이다. 현재 회원은 약 50명이다. 이중 적극적인 활동 회원은 약15명 안팎이다. 주 사역은 다음과 같다.
1)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는 중보기도 사역이다. 매주 월요일 모여 함께 목회와 선교를 이야기하며 서로 격려하고 격려 받으며 중보기도를 한다. 개교회의 일과 목회자 자신의 일과 제주교회일반과 제주 내 각 교단의 사정과 제주의 현안과 한국과 세계의 선교과제를 함께 이야기하며 기도한다. 신학적 입장의 차이를 불문하고 성실하게 자기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라 할지라도 즐겁게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늘 이 중보기도회자리는 화기애애하다. 그리고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 한다. 이 중보기도회는 제주사랑선교회가 결성되기 전 약 9개월 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계속해 오고 있다.
2) 함께 공부하며 공동의 경험을 만들어 간다. 필요한 사람 중심으로 기도회 전에 신학공부를 같이 하기도 한다. 공동의 텍스트를 읽고 토론한다. 여행도 함께 한다. 유럽여행 2차(2004, 2006), 국내 선교여행(울릉도, 경기도내 영성투어)을 하였다. 이러한 신앙적 교제와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중보기도회 이후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축구를 함께 한다.
3) 제주도 전체 목회자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일 년에 네 차례 <제주사랑신학마당 일일세미나>를 개최한다. 최근의 신학적인 경향을 배우는 시간이다. 신진 신학자들의 헌신으로 지금까지 20회를 진행했다. 주제는 매우 다양하다. 성서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선교신학, 실천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어 왔다.
또한 일 년에 한 번 대학원 한 학기 분량의 공부를 한 주 동안 집중해서 하는 <제주사랑 신학마당 집중세미나>를 해 왔다. 여섯 번의 집중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여러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그리고 제주선교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특별주제들은 별도의 포럼을 만들어 그 해결의 신학적 단초들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제주선교와 제사문제(2006)>, <제주괸당문화와 제주선교(2007)>, <교회 개혁과 갱신(2007)>등이다.
이와는 별도로 각계의 전문가들을 이야기손님으로 모시고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부정기적으로 갖기도 한다. 아주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들이 방문해서 대화하며 교제하고 있다.
4) 서울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시무), 영은교회(고일호 목사)와 교육협력 사역이 있다. 제주의 작은 교회에서 교육지도력의 필요는 처음부터 제기 된 것이었고, 제주사랑선교회 결성의 직접적인 동기가 된 일이었다. 그래 초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제주를 선교지로 보지 않는 몰이해와 단기선교를 갈 것이면 기왕이면 외국이라는 현실적 생각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아 교육전도사를 청빙하게 되었다. 제주에는 교육전도사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에 제주에서 사역하는 대학선교단체의 간사나 사역하지 않고 있는 부목사의 사모들이 교육전도사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소망교회와 협약을 맺고, 지원받는 교회와 소망교회가 교육전도사의 사례비를 각각 50%씩 감당하기로 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섯 교회를 지원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영은교회가 참여하여 일곱 교회를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역은 해당교회와 목회자에게 모두 큰 힘이 되고 있다. 작은 교회에 소망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5) 제주의 무교회지역의 개척교회 사역을 하고 있다. 제주에는 1,000명 이상 인구를 가진 마을 중에 아직 교회가 없는 곳이 16곳으로 조사되고 있다. 나름대로 교회가 서기 어려운 특별한 이유가 있는 지역이다. 우선 한 곳을 시범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목회자 한 사람을 귀향민으로 그 동네에 들어가 살도록 하면서, 동네에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하고,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일을 위해서 목회자의 생활비가 필요한데, 이름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시무)가 협력하고 있다. 현재 일 년이 조금 지나고 있는데 여러 가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4. 열매와 한계, 나아가고자 하는 과제
1) 제주사랑선교회가 결성된 지 칠년 째가 되었다. 많은 열매가 있었다고 자부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이 받는 위로이다. 모든 선교사들이 경험하는 바이지만 선교지에서는 위로받을 데가 없다. 위로 받을 사람도 없다. 하나님만이 위로이지만 인간적인 연약함으로 인해 이것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매주 기도회로 모이고 친교하며 운동하면서 목회자들이 많은 위로를 하나님과 동료들로부터 받는다. 제주에 작은 교회를 담임하는 목회자들의 시무기간이 평균 2년 4개월이라는 통계 조사가 있는데, 제주사랑선교회에 속해 있는 목회자들은 ‘제주에 온 이상 적어도 10년은 일한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목회자가 안정되면 교회도 선교도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실제로 작은 교회들이 건강해지고 성장하고 있다.
공동선교, 공동목회의 마음을 나누고 있다. 함께 이야기하고 의논하고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낯 설은 선교와 목회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과제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들으면서 스스로 답을 얻는다. 집단 상담을 하는 거와 같다고 하겠다. 또한 실제로 많은 기도응답을 체험하기도 한다.
교육지도력의 도움은 목회자들과 교회에 많은 용기를 주었다고 본다. 홀로 목회하던 목회자들이 상의할 동역자들을 만난 것이다. 물론 일의 전문성도 확보되고, 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
공동공부, 일일세미나, 집중세미나, 포럼, 이야기손님, 공동여행 등은 상대적으로 신학적인 소외를 받고 있는 제주지역 목회자들에게 그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목회자들이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된다고 하는데 의미가 있고, 일정한 주제를 공론화하는 데 일정 기여했다고 본다.
제주기독교 100년을 맞아 <제주선교 100년, 어제와 오늘과 내일-비판적 성찰과 대안모색>을 발행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제주사랑선교회에서 나눈 이야기를 서성환 목사가 정리하였다.
2) 제주사랑선교회는 아직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고 있다. 거기에서 오는 한계도 많이 절감한다. 거기에는 이유가 없지도 않다. 제주에는 다섯 개 지역으로 나뉘어 지역마다 협의회, 연합과 같은 연합조직이 있다. 또 제주에 있는 23개 교단 협의체인 교단협의회도 있다. 이를테면 공조직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 유명무실한 면이 없지 않다. 이름뿐이 조직이어도 이름이 갖는 걸림도 있다. 제주사랑선교회는 자생, 임의단체이다. 강제력이 없다. 그것이 강점일 수도 있고 한계일 수도 있다.
제주사랑선교회의 이름으로 제주의 현안에 대해 합치된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거나 실천하기가 어렵다. 개인적인 판단과 결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성도들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오랫동안 숙고하고 있지만 성도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과 연대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 중에 하나이다.
5. 하나님나라는 신학적으로는 명료하지만 때로 선교적으로나 목회적으로나 현실적으로는 조금은 모호하고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힘겨울 때가 많다. 이 간격을 실천적으로 줄여가는 것이 제주사랑선교회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구체적으로는 제주의 작은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 연대하고 사역하는 것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나라를 누리고 열어가는 것은 교회를 도구로 해서 진행되는 면이 많기에 제주사랑선교회는 교회의 소중함 위에 서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