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주년 3.1절을 맞아 보수 기독교계 연합체가 주최한 기도회는 극우 구호로 얼룩졌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연합기도회를 열었다.
마침 이날 박근혜 대통령 지지세력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같은 장소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예고했다. 따라서 한기총-한교연의 연합기도회는 탄핵 반대 집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실제 탄기국은 지난 달 27일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기독교계 주최로, 2시 부터 탄기국 주최로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두고 기도회 직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기도 했다.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수와 교회의 이름을 빙자하고 신성한 기도회라는 명분까지 동원해서 국정농단을 비호하는 이들과 합세하는 모양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그 행사를 취소해야한다. 꼭해야 한다면 장소를 실내나 아니면 완전히 다른 곳으로 바꾸어야한다"고 적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기도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연신 흔들었다. 매주 주말 서울시청 광장과 대한문 광장에서 벌어지는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와 다름 없는 광경이었다. 발언 역시 거침이 없었다.
단상에 오른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온갖 거짓이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거짓말로 SNS를 뒤덮고 사람들에게 헛된 소식을 전해서 국민들에게 불안을 전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어 "공산독재를 무너지게 해 달라. 대한민국에서 공산세력을 따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한국기독교성직자구국결사대'는 "대한민국을 거꾸로 무너뜨리려는 세력과의 강력한 투쟁적 '태극기 십자가 전쟁'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기도회엔 각 교회에서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집회 현장에서는 안산 은혜와진리교회, 대구 서현교회 O호차란 표지판이 쓰여진 대형버스가 눈에 띠었다. 안산 은혜와진리교회에서는 교인 동원령이 떨어졌다는 제보도 들어왔다. 심지어 ‘대구노회'란 표지판을 단 대형버스도 현장에서 목격돼, 노회 차원에서 신도들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이에 대해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그들과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 창피하다"는 심경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