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합니다."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전원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주변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헌재 들머리 일대를 차벽으로 에워쌌다. 안국동 로터리는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운현궁 쪽 로터리에 모여 집회를 가졌다.
주문 낭독이 시작된 오전 11시, 안국동 로터리 일대엔 침묵이 흘렀다. 시민들은 이정미 헌재 권한대행이 주문을 낭독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최종 판단 결과를 기다렸다. ▲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하여 직업 공무원 제도 본질을 침해했다는 점 ▲ 언론 자유를 침해하였다는 점 ▲ 세월호 사건 당시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성실 의무에 관해 헌재는 탄핵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러자 지켜보던 시민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도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불안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헌재는 탄핵정국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최서원)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 남용에 대해서는 파면사유로 인정했다. 헌재는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점, 또 검찰-특검 수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점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아래는 헌재 선고 중 일부다.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 평가를 받아야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회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또한 피청구인은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및 케이디 코퍼레이션 지원 등과 같은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관여하고 지원했습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 지적에도 불구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습니다. 그 결과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김종, 정호성 등이 부패 범죄 혐의고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입니다. 한편 피청구인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습니다. 이 사건 소추와 관련한 피청구인 일련 언행 보면 법 위배 행위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책임회피로 일관해 왔다.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는 약속도 간단하게 무시했다. 이런 행위에 대해 헌재는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며 파면을 선고했다.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박 전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지난 해 10월 말부터 지금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은 이번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비정상을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박근혜씨를 파면한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는 10일 성명을 내고 이번 헌재의 판단을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