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과 조카 장시호가 법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최순실 딸 정유라의 임신 사실을 고지했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장시호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와 본인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말미에 "제가 이 크나큰 일들을 평생 안고 갈 자신이 없고, 사실대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장시호는 이어 "제가 주제넘게 이야기드리는 것일 수 있다"고 전제한뒤 "2014년 12월경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유연이(개명 전 이름) 임신 사실을 말씀드렸는데 박 대통령이 유연이 임신 사실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시호는 그러면서 "그 뒤 최씨가 굉장히 화가 나서 저에게 이제부터는 자신도 무언가 만들어서 이익을 추구해야겠다고 발언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최순실은 장시호 증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요청하고는 나름의 사실 관계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최순실은 "조카와 이모 사이가 이렇게 된데 죄가 많다"며 "탄핵으로 심경이 복잡해 말을 안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자식 이야기가 나와 한마디 해야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최순실은 이어 "제 딸인 유라가 정치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아서 제대로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고 임신한 사실을 저도 몰랐다"며 "유라의 임신 사실은 박 전 대통령이 전혀 몰랐다"고 반박했다.
덧붙여, 최순실는 "부모가 그걸 말할 입장도 아니고 진실이 아닌 이야기"라며 "장시호의 말은 진실이 아닌 게 많아 일일이 밝히고 싶지 않았다. 자식 얘기만큼은 대통령에게 얘기할 것도 아니고 진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근혜가 알고있던 정유라가 최순실 딸이 아니라 최태민의 딸이 아니냐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글이 유포되고 있다. 정유라가 최순실이 아닌 최태민의 딸이라고 추정하는 이 글에서는 최태민과 정유라의 외모, 즉 눈썹, 눈매, 코, 입 등을 비교하며 쏙 빼닮은 생김새를 근거로 들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백석대 주도홍 교수(기독교학부)는 한국교회가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개혁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최태민 식 샤머니즘적 기독교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주 교수는 지난해 말 혜암신학연구소에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기념강좌 <종교개혁의 역사와 신학, 인문학적 연구>의 제7강을 진행하며 이 같이 밝혔다.
주 교수는 "최태민도 기독교에서 안수를 받은 목사로 활동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하며, 최태민 일가의 국정농단 사태에 기독교계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 진보를 떠나 기독교계에서는 최태민에 저마다 선을 그으며 기독교와 관련 없는 인물로 치부한 바 있다. 최태민은 최순실과 부친이자 장시호의 외할아버지에 해당하는 인물로 최순실 일가를 세운 인물이다. 최태민은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