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활절 새벽 서울 시내 한 복판에는 3만 여명의 기독교인들이 운집했다. 교단과 교파가 달랐지만 이들은 이날 너와 나의 차이가 없었다. 그보단 부활의 희망을 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하나됨만 있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가 공동 주최한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가 새벽 5시 30분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정치적 후진성,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 평화문제, 교회부흥에 대한 기대 상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려운 경제상황, OECD 회원국 중 자살율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이들은 마치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라도 하듯이 간절한 마음으로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 |
| ▲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인 3만 여명의 기독인들이 12일 예수의 부활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베리타스 |
이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선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갈등과 대립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며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돕고, 나누며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달라”고 기도했고, 한국교회를 위해선 “저희가 어리석어서 그리스도 안에 바로 서지 못하고 이 세상 가치관과 물질에 좇아 살면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욕되게 한 죄를 고백한다”고 회개의 기도를 했다.
앞서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설교자로 나선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한국 교회에 다시 희망을 노래하라’는 제목의 설교를 전했다. 오 목사는 그리스도교의 부활의 능력을 “지난 2천년 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부활의 능력이 임하는 곳마다 나타나는 공통의 현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로 믿어졌다는 것”이라며 “요즘 같은 종교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온갖 종류의 폄하가 일어나고 예수님의 유일성이 훼손되는 때에도 부활의 능력이 임하면 예수님의 부활이 자연스럽게 믿어진다”고 했다. 예수의 부활이 역사적 사실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오 목사는 그러나 부활의 기쁨을 노래해야 할 한국교회가 패배주의 의식에 젖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 한국교회는 뭔지 모를 패배주의적인 흐름 속에 진통하고 있다”며 “신앙은 무승부가 아니다. 참 신앙은 부활의 능력과 산 소망으로 영적인 쾌거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베드로전서 1장 본문을 이용해 신생 기독교 공동체의 절망 속의 희망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본문은 베드로의 첫째 편지로서 1세기에 새로운 큰 역사적 전환기에 쓴 것이었다. 오 목사에 따르면, 이 편지를 받았던 성도들은 이제 막 세워진 신생 기독교 공동체로서 로마 정부로부터 부당한 재판과 핍박을 받았고, 믿는 사람 사이를 이간질하는 이단의 발호 때문에 큰 낙심과 고통 속에 있었다.
더구나 당시 베드로의 편지를 받았던 성도들 가운데 절반이상이 노예로서 짐승 같은 취급을 받으며 견디고 있던 때기도 했다. 오 목사는 “이들을 향해 베드로는 “부활의 주님으로 인하여 찬송하리로다”라고 외쳤다”며 “왜 찬송해야 하는가? 하나님께서 그의 궁휼로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우리에게 산 소망을 주셨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오 목사는 베드로의 이런 외침이 민족 상잔의 6.25전쟁 비극을 겪고,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좌우의 대립과 갈등 때문에 큰 내상을 안고 있다”며 “우리 선대의 어른들은 6.25전쟁과 분단시대의 아픔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있다. 동시에 후대의 세대는 독재와 민주화 과정으로 인한 상처가 있다”고 했다.
![]() |
| ▲ 서울 시청 앞에 모인 3만 여 기독인들이 부활의 소망을 전하는 오정현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다 ⓒ베리타스 |
베드로는 부활의 희망을 산 소망으로 표현했다. 오 목사는 나라와 민족 그리고 교회를 살릴 이 산 소망에는 크게 두가지 특징이 있다며 현재성과 미래에 대한 확신 등을 들었다.
현재성과 관련해선 “기독교는 단순히 앞으로 나타날 것만 기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현재를 외면하는 염세주의자, 혹은 불가지론자, 경직된 율법주의자, 형식적인 신앙인, 냉소적 비판주의자가 되기를 거부하라고 했다.
오 목사는 “기독교는 그저 죽을 때만 필요한 종교가 아니다. 죽을 때만 보상받는 보험이 아니다”라며 “절망 가운데 산 소망을 선포하는 것이다. 오늘 이 산 소망을 우리가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 현재적으로 누릴 수 있는 한국교회가 되자”고 했다.
이어 미래의 확신을 주는 산 소망에 대해선 “그러나 이 소망이 단지 현세만을 위한 것이라면 엄밀한 의미에서 참된 소망이 될 수 없다”며 “우리의 소망은 잠깐 있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죽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영원한 소망인 것”이라고 했다.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자’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에는 김삼환 목사(NCCK 대표회장)의 개회사, 엄신형 목사(한기총 대표회장)의 환영사로 막이 올랐고, 1부 모임예전은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의 사회로 진행됐다. 또 설교에 앞서 신화석 목사(예성 증경총회장), 임성이 장로(NCCK 양성평등위원장), 지관해 목사(서울복음교회)가 각각 구약서(렘 29:10~13), 서신서(벧전 1:3~4), 복음서(요 20:26~29) 성경을 봉독했으며 연합성가대의 찬양이 이어졌다.
2부 성만찬 예전은 황형택 목사(강북제일교회)의 기도로 열렸으며 고수철 목사(감리교),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김요셉 목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지형은 목사등의 집례와 기도로 진행됐다. 끝으로 이용규 목사(전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표 사령관(구세군)의 위탁과 파송에 이어 서재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의 축도로 모든 행사가 종료됐다. 이날 헌금 전액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jpg?w=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