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수업을 맡고 있는 한 교수가 학계의 정설이 아닌 '환단고기'(桓檀古記)에 근거해 고대사를 강연해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세계환단학회 회원으로 알려진 A 교수는 지난달 28일 올해 봄학기 기계·항공 정기세미나 과목으로 개설된 프로그램에서 '광개토대왕비에서 보는 고구려의 천자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A 교수는 해당 강연을 전개함에 있어서 환단고기에 입각해 강의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학계 정설로 인정되지 않은 해당 강연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주류 학계는 선행 사료도 없이 원시·상고사를 자세히 기술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이 책을 위서(僞書)로 간주한다.
환단고기란 1911년 계연수(桂延壽)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상고의 단군조선이 시베리아에서 중국 본토까지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강생들은 학계에서 아직 가설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사료를 근거로 해당 교수가 무리하게 강연을 진행했다며 강연자를 섭외한 학과에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이스트 수강생들의 이러한 항의와는 달리 일부 네티즌들은 "과학도 처음엔 가설로 출발하고 후학들이 입증하는 것이 아니냐" "다양한 학설 중 하나로 인정할 수 있는 사료인데 교수가 수업시간에 일정 부분 인용하는 것이 큰 잘못이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