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신사참배 고백하기까지…"그의 눈은 항상 낮은 곳에"

15일 '故 한경직 목사와 봉사' 9주기 추모 세미나 열려

따뜻한 밥 한끼, 잠자리만 제공되면 그만이었다. 목회자였던 그는 스스로 가난하고, 청렴한 삶을 택했고, 교인들은 그를 군말없이 따랐다. 최소한의 생활비 이외에 나머지는 전부 약자들을 위해 썼다. 그래서인지 교회 주변의 가난한 자, 병약한 자, 억눌린 자, 갇힌 자 등 사회적 약자들은 늘 풍성함을 경험했다.

15일 오후 영락교회에서 열린 故 한경직 목사 9주기 추모세미나에선 한경직 목사의 봉사 정신을 조명했다. 교회의 세 가지 기능(케리그마[말씀], 코이노니아[교제], 디아코니아[봉사]) 중 하나인 사회 봉사(디아코니아)적 측면에서 故 한경직 목사의 삶을 되돌아 본 것이다.

'한경직 목사의 봉사 사상 및 사역'에 관해 발제한 손의성 교수(배제대), 유장춘 교수(한동대), 허준수 교수(숭실대) 등은 미리 입을 맞추기라도 하듯이 한경직 목사가 교회 창립 때부터 소외된 이웃에 대한 선교적 관심을 기울였다며 그의 높은 봉사 정신을 기렸다.

▲ 배제대학교 복지학과 손의성 교수가 故 한경직 목사의 봉사 사상을 조명하고 있다 ⓒ베리타스

손의성 교수는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경직 목사가 1992년 4월 29일 독일 베를린에서 템플턴 상을 수상한 후 귀국해 여의도 63빌딩에서 축하예배를 드리는 자리에서 “먼저 나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나는 신사참배를 했습니다. 이런 죄인을 하나님이 사랑하고 축복해 주셔서 한국 교회를 위해 일하도록 이 상을 주셨습니다”고 한 신사참배 회개 고백에 관해 입을 열었다.

손의성 교수는 “이처럼 그는 신사참배의 어두운 그늘을 지닌 사람으로 평생을 참회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그는 겸손하며 그의 눈은 항상 낮은 곳에 있다”며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연약함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요 또한 인간이 약함을 누구보다 잘 치료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한경직 목사의 사회봉사 사상에 대해 그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복음 그 자체인 것처럼 한경직 목사의 삶은 사회적 약자를 늘 향하고 있었으며 그의 삶 자체가 봉사였다”면서 “그의 사회봉사는 자선이나 시혜 차원이 아니라 사랑을 주는 것이었다”고 했다. 또 “먹을 것과 입을 것과 거처를 제공하고 시설과 재단을 설립한 일들은 그 사랑의 하나의 표현에 불과하다”며 “온전한 사랑이 전인적인 것처럼 그의 사회봉사도 철저히 전인적이다”라며 한 목사의 사회 봉사가 전인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줬다.

손 교수는 또 사회 봉사에 관한 한경직 목사의 사상적 배경을 찾고자 그의 유년시절을 조명했다. 한 목사는 설교 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왼팔이 크지 못하는 장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런 아버지를 보면서 어린 한경직 목사의 마음 속에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공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그밖에도 한경직 목사의 사회 봉사 사상의 신학적 토대를 그의 ▲ 인간이해 ▲ 구원이해 ▲ 교회이해 ▲ 이웃이해 등에서 살펴봤다. 아울러 이런 신학적 토대에 근거한 한 목사의 설교문도 뽑았다.

“세계의 모든 사람이 다 우리의 이웃입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절실한 문제가 많은 가운데, 하나님은 온 세계가 한 집안같이 된 오늘에 있었서 모든 사람을 내 이웃으로 아는 이 착한 이웃, 선린 사상의 보금이야말로 얼마나 적절한 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선린 운동이 일어나야 되겠습니다”('착한이웃' 1963년 6월 16일)

▲ 15일 오후 2시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 503호에서 고 한경직 목사 9주치 추모 세미나가 열렸다. 참석자들이 발제자들의 발제문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베리타스

이어 유장춘 교수와 허준수 교수는 한경직 목사의 봉사 사상이나 이념적인 부분을 넘어 그의 삶의 족적을 추적하면서 그가 실천해 나갔던 민족사랑, 사람사랑, 나라사랑의 모습들을 조명했다.

유장춘 교수는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서 한경직 목사는(교회를 뛰어 넘어) 고통 받는 약자들의 삶에 동참하며 그들의 문제를 위해 구체적으로 응답하는 사역을 지속해왔다”고 했고, 허준수 교수는 “영락교회의 봉사활동과 전통은 한국 개신교 교회의 봉사활동의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한경직 목사는 1939년 신의주에 고아원 시설인 보린원 설립을 시작으로 사회 봉사 활동에 나섰으며 이어 50년에는 현재의 한국복지재단인 기독교아동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또 부산 다비다 모자원, 영락경로원을 설립한 데 이어 57년에는 보린원, 경로원 및 모자원을 통합해 영락사회복지재단법인을 설립해 초대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북한의 기근에 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의 명예회장직을 지내며 동포의 아픔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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