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권오성 총무 "에큐메니컬 운동, 황금시대 환상 벗어야"

삼목회 에큐메니컬 아침예배서 주장해

▲ 16일 아침 기독교회관 NCCK 예배실에서 권오성 총무가 에큐메니컬 운동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임기 4년의 NCCK 권오성 총무가 지난 2년 반 동안 에큐메니컬 연합기관에서 활동해 오며 쌓아온 경험을 기초로 에큐메니컬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몇가지 과제를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16일 오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NCCK 예배실에서 열린 삼목회 에큐메니컬 아침기도회에 강사로 초청된 NCCK 권오성 총무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주제로 강연, 에큐메니컬 운동의 과제로 ▲ 에큐메니컬 신학적 의제 설정 ▲ 에큐메니컬 신앙적 실천 방안 ▲ 에큐메니컬 지도력 형성 ▲ 에큐메니컬 목회론 정립 등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권 총무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지도자 입장에서 바라 본 에큐메니컬 운동의 현황을 설명했다. 권 총무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교권에 있지 않다. 이제껏 그래왔다. 비교권의 영역에서 신앙인들의 삶과 결단 그리고 참여와 고백이 동력이 되어 에큐메니컬 운동이 이뤄져 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비교권이 아닌 교권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이 주도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입장도 나타냈다. 

권 총무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조직화 될수록 그에 따른 위험성도 있다”며 “에큐메니컬 운동의 본래 지향점과는 달리 전통적 교회가 하듯이 교권화 되어 간다면 자칫 (에큐메니컬 운동의)생명력이 상실 될 수 있다”고 했다. 에큐메니컬 진영의 일각에서 들려오는 '교권화 과정 속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의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는 주장에 일부 인정한 것이다.

아울러 권 총무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동력 상실의 내적 요인으로 에큐메니컬 활동가들의 치열함 부재를 들었다. 과거 70, 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한국사회의 시민운동과 교회의 사회참여 운동을 주도했던 황금시대의 환상에 젖어 살다 보니 새로움을 추구하기 보다 행정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권 총무는 “70, 80년대 황금시대의 환상 그리고 그 잔해를 가진 분들이 핵심 그룹이 되어 행정 보는 일에만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단순 권력 배분에만 만족하면서 가는 그런 위험성을 우리는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 외적 요인으로는 교회와 사회에 대한 발언권의 약화를 들었다. 그는 “과거 70, 80년대를 넘어 90년대에 들어서자 교회에 대한 발언권은 대형교회가 사회에 대한 발언권은 시민단체가 가져갔다”면서 “특히 대형교회는 요즘 연합기관에서의 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봉사, 섬김, 나눔 등 에큐메니컬 운동의 주요 과제라 할 수 있는 주제를 하나 둘씩 가져가고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도 냈다.

약화되고 있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우려한 권 총무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활성화 방안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시했다.

◈ 에큐메니컬 신학적 의제 설정 

“성경을 비춰 볼 때 이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를 자주 되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또 그것이 사람들에게 아주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경제 양극화, 이주 노동자, 환경 문제 등등 우리 사회 각종 현안에 대한 신학적 의제 설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사회 문제에 신앙적 확신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세계관, 가치관, 인간성에 대한 비전을 세상에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큐메니컬 운동의 큰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 에큐메니컬 신앙적 실천 방안

“과거에는 시위로만 일관했습니다. 어떤 형태로건 이런 신학적 의제를 수용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또 다양한 형태로 나와야 합니다. 내가 에큐메니컬 운동에 어떻게 참여를 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착한 일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야 합니다. 실천을 통해 도전을 받고, 변화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작은 실천 운동이라도, 실천 방안을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 삼목회 에큐메니컬 아침예배에 참석한 에큐메니컬 리더들이 권오성 총무의 강연을 메모하며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다 ⓒ김진한 기자

◈ 에큐메니컬 지도력 형성

“삼목회도 그런 과정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NCCK 선교훈련원도 에큐메니컬 지도력을 형성하기 위해 다시 생겨난 것입니다. 목회하는 분들. 나아가 일반교인들까지 에큐메니컬 지도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에큐메니컬 지도력을 형성 못하면 황금시대를 살아갔던 우리 시대에서 끝나게 됩니다. 후대가 그 이상의 것을 못봅니다. 어떻게든 에큐메니컬 리더십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NCCK 훈련원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훈련원에서 하는 심포지엄이 목회자를 넘어 결국에는 일반 교인들에게까지 확대돼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에큐메니컬 목회론 절실

“교회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 처럼 목회자도 목회감이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70, 80년대 민중교회가 나온 것도 당시의 시대적 변화 때문이었죠. 기존 교회와는 다른 예배 순서. 설교관의 설정이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세계에 우리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도록 설교 방법 뿐아니라 그 내용도 신학적으로 해야 합니다. 에큐메니컬 목회자로서 각 사회적 상황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한 통전적인 성경 해석도 있어야 한다. 성경을 가지고, 교회와 세상에 대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충분히, 설득력있게 말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권 총무는 마지막으로 “에큐메니컬 운동의 각 기관들 그리고 에큐메니컬 운동에 관심을 가진 평신도들이 이런 과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삼목회에 참석한 에큐메니컬 리더들의 관심과 협조를 구했다.

권 총무의 강연이 끝나자 에큐메니컬 리더들 간 각자의 의견을 교환하는 짧은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이주민 노동자 인권 운동을 하는 최의팔 목사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젊은 피를 수혈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KSCF 김오성 총무는 “과거 에큐메니컬 운동권에는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요즘엔 그렇지 못하다”며 “이제 새로운 관점에서 신앙적인 문제, 삶의 문제에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 새롭고, 참신한 것을 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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