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신학자 전국대회가 열린 가운데 장신대 백충현 교수가 셸리 케이건 죽음관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백충현 교수는 지난 21~22일 양일간 제주명성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린 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신학적 비판과 응답>을 주제로 세속의 죽음관과 성서적 죽음관을 비교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으로 유명하다. 죽음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방증한다. 이처럼 한국에서 죽음에 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백충현 교수는 "그 직접적인 원인들 중 하나는 한국에서 자살이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하루 40여 명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이 죽음에 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크게 증대한 상황 속에서 케이건의 책이 나왔기에 많이 팔린 것"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케어건의 죽음관에 대해 "죽음은 '삶의 끝'이고 '삶의 소멸'이라 주장한다"고 전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케이건은 ▶인간이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육체만이 존재 한다 ▶영혼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혼' '정신'이라는 용어는 인간 육체가 지니는 고차원적 기능들을 가리키는 개념적 도구일 뿐이다 ▶죽음은 끝이고 소멸이기에 죽음 이후의 영원한 생명, 즉 영생의 개념을 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죽음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는 죽음을 인정하며 신중하게 살아가는 것 등을 주장한다.
이에 백충현 교수는 케이건의 죽음관에서처럼 "유한한 삶을 사는 단 한번뿐인 인생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그것을 인정하되, 감사하면서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지혜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케이건의 죽음관은 히브리적 죽음관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과거 문화신학자 김경재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히브리적 죽음관이 고대 이스라엘의 사생관을 대표한다면서 "인간은 죽고 일정한 기간 세상을 살다가 죽으면 스올(Sheol)로 가 그림자가 되어서 하나님을 찬양도 못하게 됩니다. 뱀의 껍질, 매미의 껍질 같은 그런 존재처럼 밖에 존재하지 않는 스올이 된다는 것이죠. 혹은 조상 안에 잠들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관심은 일차적 관심은 죽음과 죽음 이후가 아닙니다. 그만큼 삶에 철저했고, 삶이 귀중했던 것이죠. 아주 리얼리스트들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히브리인들은 땅에 사는 동안에 건강하게 일하고, 노동의 대가로서 젖과 고기를 먹고 또 영혼자 앞에서 생명의 축복을 찬양하며 감사하며 사는 것이 최고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백 교수는 케어건의 죽음관이 갖는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케이건의 결론적인 제안을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관해서는 달리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유한한 존재를 인정하면 할수록 더더욱 죽음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며 느끼며 살 수 있다는 반작용도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백 교수는 칼빈의 '기독교강요'를 언급하면서 "하나님을 인정하는 삶이야말로 지상의 생활을 감사할 수 있고, 또한 동시에 영생에 대해 올바르게 동경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케이건의 입장은 성경 및 신학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면서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되 그 이후의 부활을 묵상하면서, 우리에게도 엄연히 죽음이 있을 것이지만 그것이 최종적인 끝이 아니라 장차 부활이 있을 것임을 확신하고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