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YMCA전국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투명성기구,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등 5개 시민단체는 4월25일(화) 오전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들에게 반부패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기자회견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집단의 각종 부패문제로 조기대선이 치러짐에도 불구하고 최근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약들은 이에 상응하는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각종 비방과 인기영합으로 일관되는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각성과 촛불민심을 공약에 반영해줄 것을 촉구할 필요가 생겼다"라며 취지를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선이 무너진 반부패 국가시스템을 복원하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공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대통령 후보자들이 내놓은 반부패 공약들은 체계적이지 못하고 구체성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제시된 공약들마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체감되는 반부패 정책들을 제시하고 국민들 앞에 검증받아야 한다.
이에 우리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수렴되고 논의된 12가지 반부패 과제들을 각 정당 후보자들에게 전달하였으며 후보자들의 보다 책임 있는 반부패 공약들을 요구한다.
아래는 제19대 대선 후보 반부패 12대 정책과제 제안서의 전문이다.
1. 차기 대통령은 출범과 동시에 부패와의 전쟁 선포 등 강력한 반부패 척결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사회의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하고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권력, 재벌, 교육계는 직접적인 범죄자에 가담하였고, 정치권과 검찰, 언론계는 비선농단을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사회의 주류이자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권력과 기관, 세력들이 부정부패의 방조자이거나 범죄 당사자가 되는 부패공화국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부패구조와 사슬은 관련자 구속처벌이라는 단순한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반부패사회를 위한 근본적인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은 반부패 정책을 국정 1순위 과제로 수립하고 이를 실현할 강력한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기득권세력의 엄청난 저항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임기 시작부터'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추진해야 한다. 부패척결 없이 선진사회로의 도약을 물론 새로운 대한민국, 진정한 민주공화국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차기 대통령은 강력한 반부패 척결 의지와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2. 대통령이 주재하는 반부패관계기구협의회를 복원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 이래 중단되었던 대통령 주재의 반부패관계기관회의를 회복하여야 한다. 과거 국가청렴위원회에서는 대통령이 반부패관계기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정책을 추진하였다. 부패범죄 신고자 보호강화 및 신고보상금제가 도입되었고, 감독기관과 산하기관간의 유착비리 대책의 일환으로 윤리경영평가 및 감독기능이 강화되었다. 특히 국회 인사청문 대상을 모든 장관으로 확대함으로써 고위 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쟁점으로 부각시켰던 것 역시 반부패관계기구협의회의 성과이었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대통령이 중심이 된 반부패관계기구협의회를 복원하여야 한다. 반부패관계기구협의회의 법체계는 훈령에서 법령으로 격상시켜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고, 대통령 주도의 정례적 운영을 통해 국가차원의 부패방지 정책방향과 대책을 정립해야 한다. 주요 사정기관 간 현안이슈 협의 및 정보공유 등을 통해 유기적인 연계성을 강화하며, 기관의 참여, 협력을 바탕으로 부패를 유발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하고 반부패 활동의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다.
3. 강력한 반부패 척결을 위한 대통령 직속의 독립적인 반부패 전담기구를 설치하여야 한다.
국가마다 독립된 반부패기관의 설치는 유엔 반부패협약 당사국의 의무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통령 직속 국가청렴위원회를 독립적인 반부패기구로 두었다. 그러나 2008년 2월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을 하면서 국가청렴위원회를 폐지하고 과거 행정심판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통합하여 현재의 국무총리 산하의 국민권익위원회를 발족시켰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결국 반부패 정부조직은 3분의 1 토막이 되어 버렸다.
차기정부는 국민권익위원회 내 부패방지 기능과 공직윤리 기능을 통합해 국가의 반부패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또한 피신고자 조사권 등을 부여해 반부패 독립기관에 걸 맞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반부패 독립기구는 부패방지기구로서의 위상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여 투명사회를 다지는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4. 검찰개혁은 물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
지난해 연이어 터진 검찰비리와 대통령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사건 등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다. 특히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18개 혐의로 구속기소한데 반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불구속기소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 한계를 드러내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시켰다.
현재 수사권과 기소권 등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집권세력이 연루된 권력형 부패사건이나, 검사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이들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수사, 기소해왔다. 그런 만큼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들의 부패행위를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처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독립된 기구에게 별도의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거대해진 검찰의 권력을 분배․축소하고, 수사기관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검찰개혁의 시작이다.
5. 지속가능한 반부패 문화 확산을 위한 공공,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복원해야 한다.
2010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UN반부패협약, OECD뇌물방지협약의 가입 및 비준 등 반부패 행동계획을 채택했는데, 이 행동계획에는 반부패 민관 파트너십 증진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2005년 공공부문, 정치부문, 경제부문, 시민사회부문 등 4개 부문 대표들이 참가해 체결된 반부패 거버넌스의 대표적 사례인'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하고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를 구성해 민관거버넌스 활동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협약을 파기한 후 사회적 관심이나 참여, 활동 없이 유명무실해지면서 투명협은 해체되었고, 그 이후에는 각 부문의 책임성과 힘이 실린 반부패 거버넌스는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
반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반부패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계각층이 참여해 반부패 실천과제를 약속, 이행 및 점검, 대국민보고하는 실천체계를 회복하여야 한다. 2005년 투명사회협약의 경험을 살려 우리사회의 주요부문이 책임있게 참가하는 국가차원의 반부패 거버넌스를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투명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6. 회계검사 기능 국회이관 및 자체감찰기구 강화, 시민감사의 확대가 필요하다.
감사원은 헌법과 감사원법에 의하여 재정의 투명성과 행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설치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회계검사 기능은 유명무실하고, 직무감찰 기능은 대통령의 통제 하에 중앙집권화 되어있어 하급 기관에 대한 표적감찰, 중복감찰 등의 폐해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감사원의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은 그 목적과 기능이 다른 만큼, 회계검사 기능은 국회로 이관하고, 직무감찰 기능은 각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자체감찰기구로 이관되어야 한다.
또한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자체감찰기구에 독립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감사기구의 장을 외부전문가로 임용하고, 시민감사관에 의한 독립적인 외부감사를 허용하여 공공감사에 대한 시민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7. 청와대, 국무회의, 정부위원회 등 중요 정부기관의 회의록 작성 및 공개를 의무화해야한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 등에서 중요 정책이 결정되지만, 회의록이 작성되거나 공개되지 않아 국회와 국민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와 토론을 바탕으로 정책이 결정되는지를 제대로 알 수 없다.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높이고 외부의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의결 기능을 부여받은 각종 정부위원회 등 중요 정부기관 회의의 경우에 속기록 형식으로 회의록을 작성토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공공기록물과 회의록은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비공개▪비밀 지정 사유를 명확히 하여 비공개▪비밀 지정을 최소화 하고, 국회를 통한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8. 공익신고 대상을 확대하고 공익제보자보호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국가기관이나 기업 등 조직의 부정부패나 비윤리적 행위 등을 알려 공익에 기여하는 공익제보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도는 법의 허점 때문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등이 주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헌법과 공직윤리를 위반한 심각한 문제이지만 현행법상 부패행위로 규정되지 않고, 신고를 하더라도 보호받을 수 없다. 배임·횡령 등 중대한 기업비리 또한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아 신고자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공익제보자 신고 요건과 보호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는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신고대상을 대폭 확대하여 공직자의 부당한 지시나 기업의 회계 비리 등을 신고한 공익제보자도 보호해야 한다. 또 신고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변호사 대리 신고를 허용해야 하며, 보상액을 확대하고 긴급구제를 위한 구조금 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제보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9. 청렴교육 인프라 확대 및 학교와 사회의 반부패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반부패 정책이 견고하게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고, 문화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부패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각 분야, 각 계층 전반을 아울러 청렴의식이 자리 잡아 청렴문화가 꽃 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공직자 뿐 아니라 기업의 임직원, 나아가 청소년 등에도 청렴교육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청렴교육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청렴연수원의 경우에 청렴교육은 전체 공직자 중에서 단지 2%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기업의 임직원과 유소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렴교육은 손을 놓고 있는 입장이다.
따라서 반부패 청렴교육의 강화를 위해서는 영호남 및 수도권에 청렴연수원의 분원을 설치하여 청렴교육의 인프라를 강화하고 공직자는 물론 기업의 임직원과 유소년, 청소년에게도 지속적으로 1년에 1회 이상은 전문적인 청렴교육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민관 합동의 반부패 교육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0. 공정한 경쟁과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법·제도 정비 및 실효성 있는 기업부패 방지에 나서야 한다.
담합 및 불공정거래행위 등 기업 부패는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 강도 높은 법적 제재를 통해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비리기업에 대한 사면을 제한해 사전적 방지는 물론, 사후적 처벌의 효과도 높여야 한다. 중대범죄의 은폐 및 축소로 불공정경쟁을 조장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과 중소기업청, 조달청, 감사원의 고발요청권을 전면 폐지해 이해당사자가 직접 나서 수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는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다양한 경영정보를 제공해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야 한다.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감사위원 분리선출'도 필요하다. 사내·사외이사 구분 없이 모든 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로 제한해야 한다. 특히, 현행 신고자 보호법은 공익사안에 국한되어 사기업의 부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범위를 기업내부 부패신고자까지 확대해야 한다. 기업내부 부패신고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생계곤란에 빠지는 경우가 없도록 충분한 보호와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11. 전관비리 등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 근절을 위한 징계와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
법조계는 판사·검사·변호사를 망라한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여 국민들의 신뢰와 존중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법조인이 실력을 통해 예우를 받기보다는 단지 전관이었던 이유만으로 막대한 부당 수임료를 챙기고, 법원 또는 검찰에서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해주는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제한 기간을 공직자의 취업제한제도와 마찬가지로 3년으로 연장하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평생법관제가 정착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전관 출신 변호사가 수임제한 규정(변호사법 29조의 2)을 위반한 경우, 변호사협회 차원의 징계는 가능한 반면, 벌칙(징역, 벌금 등) 조항이 없어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 미선임계 변론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징계강화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12.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고 청탁금지법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2015년 3월 3일 제19대 국회에서 통과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의 원래 정부안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당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의 조항이 모두 삭제된 바 있다. 당시 국회에서는 국민들의 온전한 청탁금지법 제정의 염원을 의식해 바로 다음 정기국회에서 '이해충돌방지법'을 별도 분리입법으로 진행하기로 하였으나 아직까지 거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행 청탁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해충돌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차기 정부는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위하고, 공직자의 부패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 이해충돌방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이해충돌 여지를 차단하지 않으면 권한남용, 비위행위, 배임 등의 부패행위로 이어진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청탁금지법과 더불어 우리 대한민국의 부패를 예방하고 근절하는데 필요한 쌍두 법안이므로 새 정부는 시작과 동시에 이해충돌법안을 별도 입법을 하거나, 아니면 청탁금지법 안에 관련 조항들을 포함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7년 4월 2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한국투명성기구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