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2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상태를 언급하며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아세안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북한의 그 남자(김정은 지칭)를 막는 것은 중국에 맡겨야 한다"면서 "핵전쟁에 승자는 없다. 미군의 군함은 공포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아세안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데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세상을 끝장내려고 하는 김정은의 손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쟁은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으며 "미국과 북한이 장난감들을 가지고 노는 것과 같다"고 한반도 긴장 상태를 묘사했다.
끝으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핵 낙진이 생기면 아시아가 먼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가장 큰 곤봉을 휘두르는 미국이 책임 있는 국가로서 더 신중하고 인내심을 가질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