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수성이 넘치는 설교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아요”
“저는 좀 지성이 넘치는 설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설교가 너무 힘들고 어렵습니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강단에서 설교를 전하는 것 만큼 목회자들에게 어렵고, 힘든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의 작은 연구실. 설교의 원리와 실제를 배우러 모여든 목회자들은 그 동안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고충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독일에서 설교학을 공부한 조남신 교수의 발제가 끝난 뒤였다.
참석한 목회자들 간에 “설교란 이것이다 저것이다”며 갑론을박 하는 것을 지켜보던 조남신 교수는 “설교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며 “내용에 접근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특히 설교자의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설교자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설교가 한없이 쉬울 수도 있고, 한 없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설교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목회자 3명을 뽑아 연구해 보라고도 했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이듯이 그들의 설교를 모방하던 끝에 자신만의 설교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모자이크가 여러 조각들로 맞춰져 작품을 이루듯이 한 조각 한 조각이 소중한 것”이라며 “이 조각들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누구를 따라만 하지 말고 자신만의 설교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덧붙였다.
톡톡튀는 설교도 필요하지만, 때론 엄숙하고 훈계 섞인 설교도 또 어머니 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설교도 역시 필요한 것. 조 교수는 “설교가로서 자신의 고유성을 발견하라”고 했다.
앞서 조남신 교수는 기장신학연구소(소장 이재천) 주최로 열린 목회와 신학연구 세미나에서 ‘개혁교회 설교원리와 실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이날 ▲ 츠빙글리의 설교관과 설교방식 ▲ 칼뱅의 설교관과 설교방식 ▲ 17세기 청도교 설교 ▲ 개혁교회 설교학자 루돌프 보렌의 선교론 ▲ 팔복에 대한 해석과 설교묵상 등을 중심 주제로 강연했다.
스위스 개혁교회를 이끈 1세대 개혁자 츠빙글리. 그의 설교 이해는 어땠을까? 그의 전기 작가이며, 친구인 미코니우스에 의하면, 그는 인간의 이성이 아닌 성령의 목적에 따른 성서핵석을 주장하면서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성서본문의 세심한 대조와 심령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간절한 기도를 통해 분명하게 이해된 것을 설교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조 교수는 전했다. 종교개혁가 츠빙글리는 설교 이론가라기 보다는 말그대로 성경의 텍스트가 살아 움직이게 하는, 다른 말로 운동력 있게 하는 운동가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칼뱅 역시 설교의 각 본문을 꼼꼼하게 보며 성경연구에 철저한 설교가였다. 조 교수는 “칼뱅의 설교방식은 철저하게 연속적인 강해설교였는데 성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정확한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던 당시의 상황이고 보면, 이런 방식의 설교는 대단히 바람직한 것이었다”고 했다. 칼뱅의 연속적인 강해설교는 신약을 넘어 구약으로까지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체계화된 것을 추구한 칼뱅 역시 설교란 언제나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선포되어야 하며 그것은 또한 성령의 감동 가운데 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원고에 의존하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설교가였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또 칼뱅의 설교에 대해 “그의 설교는 단순히 성서의 구절구절을 해석하는 정도가 아니고, 신속한 지각, 능력 있는 표현, 현실에 대한 센스가 어우러진 설교였다”고 했다.
조 교수는 그 밖에도 17세기 청도교 설교의 특징을 살펴보고, 개혁교회 설교학자 루돌프 보렌의 선교론의 재조명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설교했던 내용을 묶어 팔복에 관한 짤막한 설교문을 준비,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실제적 도움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