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좋다던 독실한 교회 신자가 어느날 갑자기 주검이 되어 나타났다. 게다가 사인을 알고보니 자살이었다. 동료 교인들과 목회자는 A씨의 죽음이 믿기지 않았고 A씨의 가족들에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광교회에서 열린 예장 합동(총회장 김선규 목사) 신학부(부장 전희문 목사)가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개혁신학대회가 열린 가운데 '교회 안 자살자에 대한 개혁신학적 관점'을 주제로 강연한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대원 조직신학)는 자살하면 구원이 취소되는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상원 교수는 "동료 신자들로부터 명실 공히 참된 신자로 인정을 받아 온 성도가 자살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목회자들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한국 교계 일부에서 '아무리 신앙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은 성도라도 자살을 하면 그것들이 다 취소되고 지옥으로 간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이는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주장이다. 자살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교회사에 나타난 정통 기독교 및 개혁교회의 관점과도 배치된다. 특히 개혁주의 구원론의 틀을 허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이 가르치는 몇 가지 중요한 명제들은 자살이 죄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면서도 "가룟 유다의 경우를 제외하면 (성경 속) 자살자들의 사후 진로에 대해 (성경은)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살자들이 하나님의 구원받은 백성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가룟 유다의 경우에도 그의 사후 진로가 그의 자살행위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개혁주의 전통에 속한 신학자들은 자살이라는 행위를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악으로 일관성 있게 비판하면서도 자살이 정신이 병들거나 약화된 상황에서 결행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살자들을 긍휼의 마음으로 대할 것을 강조했다. 동시에 참된 신자가 범하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구원의 근거로 제시하는 데 대해 일관성 있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특히 "신자의 구원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구원 서정의 단계들인 중생, 칭의, 양자됨, 견인 등의 핵심은, 천국행과 지옥행을 결정하는 구원의 사역은 믿음을 통로로 성령의 주도하에 단회적으로 그리고 완전하게 이뤄지는 바, 신자가 행한 어떤 도덕적인 죄악도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취소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자가 행한 자살이라는 도덕적인 죄악은 중생, 칭의, 양자됨, 견인을 주도하시는 성령의 구원사역을 취소시키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참된 신자가 행하는 자살이 궁극적인 구원의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원리는 교회의 공적인 설교와 가르침의 자리에서는 말하기를 자제하고, 개인적인 신앙상담의 자리에서 활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목양의 방식"이라며 "(오히려) 공적인 설교와 가르침에서는 자살이 하나님이나 사람들의 관계에서 성도가 행해서는 안 되는 윤리적인 죄임을 일관성 있게 지적하고 자살 충동에 빠지지 않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