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 신학을 주창해 종교 신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석학 김흡영 강남대 명예교수가 며칠 전 동양사상의 정수를 담아 서구의 정신과 행동, 자연과 초자연의 이원론을 극복하는 대안적 신학 패러다임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흡영 교수는 지난 12일 이수포럼과 한국과학생명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26차 이수포럼에서 도의 신학 입문 요약에 해당하는 'Theology of Dao'를 설명했다. 이수포럼은 신학과 과학의 대화를 모색하는 학술포럼으로 대학에서 신학 또는 과학을 가르치는 전·현직 교수들을 중심으로 매달 개최되고 있다.
이날 김흡영 교수는 자신의 신학함에 있어서의 문제의식을 새삼 확인했다. 김 교수는 먼저 서구의 이원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서구신학은 전통신학과 현대신학 모두 '정신-육체'라는 고전적 이원론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면서 "서구신학은 희랍적 사고의 영향으로 이론(logos)과 실천(praxis)이 분리된 것으로 이해해 왔으며, 이는 성육신적 기독교의 본래적 의미와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서구의 이원론 사상이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에게 진리와 생명의 길을 가르쳐주는 성경은 그리스도인을 '예수의 도를 따르는 자'(행9:2)라고 말한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자신을 '호도스', 곧 길(요14:6)이라고 일컫는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삶과 진리의 길을 가르쳐 주셨으며, 예수의 제자는 그분이 가르쳐주신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결국 이론과 실천의 분열은 예수의 삶과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김 교수는 서구의 이원론을 극복하는 자신의 새로운 신학 패러다임으로 "우리의 신학은 서구신학이 주창해온 정론으로서의 Theo-logos 혹은 정행으로서의 Theo-praxis가 아닌, 지와 행이 일치를 이룬 지행합일적 차원을 담지한 Theo-dao로서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서구 신학 역시 초대교회 당시 문화와 전통의 부단한 교류에서 싹튼 토착화 신학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며 우리 자리에서 신학함의 방법을 새롭게 모색하는 것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단순히 서구신학의 번역 혹은 답습을 넘어서 동아시아에 속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사회적 DNA를 바탕으로 신학의 해석학적 지평을 갖는 것을 말하며, Theo-dao는 하나의 실질적인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Theo-dao'가 담지하고 있는 동양사상의 요소는 서구 이원론 사상을 극복하는 통전적 신학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면서 그 이유가 동양사상에는 독특한 자연에 대한 이해에서 찾았다. 동양사상에서의 자연은 서구의 그것과는 달리 이원론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우리가 뿌리 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사상을 바탕으로 할 때, 신학과 과학 그리고 동아시아 사상의 '삼중적 대화'가 가능하다"면서 "'Theology of Dao'가 기존의 서구신학에 대한 모방으로서의 사대신학을 극복하고 한국전통의 사회문화적 유전자를 바탕으로 자연과 초자연의 분리라는 장벽을 넘어 과학기술시대인 21세기에 적절한 신학의 모형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남대학교에서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다 은퇴한 김흡영 교수는 동대학 인문대학장, 신학대학장, 신학대학원장과 교목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 본부를 둔 '세계과학종교학술원'의 창립 정회원이며 '아시아신학자협의회'의 제6차와 제7차 총회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또 한국과학생명포럼의 설립대표이며 한국종교과학연구소 소장, 한국조직신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