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초의 고백'. 표지 그림은 지관해 목사가 미국 유학시절 그린 판화 원본을 편집한 것이다. |
많은 기독교인들은 예배 순서 중 하나로 사도신경을 외운다. 1세기 당시 사도들의 신앙고백이었다는 사도신경. 그리스도인들은 이 신앙고백이 그리스도교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기에 2천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 신앙적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자는 의미에서 주일 예배 때만 되면 외우고, 또 외운다.
하지만 40초만에 외우는 이 문자화 된 사도신경을 신앙으로 체득하고, 삶으로 체험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도신경의 첫 마디를 외울 때부터 막중한 부담감이 밀려오지는 않을까? '전능하사…'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 그것의 신앙적 표현 나아가 삶의 표현 방식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사도신경 고백을 입으로의 고백에서 삶으로의 고백으로 승화시키려는 이들에게 친절한 지침서가 되어 줄 사도신경 해설서가 출간됐다. '40초의 고백'(도서출판 꿈꾸는터). 서울복음교회 지관해 목사가 수요예배 때 전한 사도신경 설교문 총 18편을 묶어 편찬한 책이다.
17일 오후 서울복음교회 담임 목사실을 찾아가 저자 지관해 목사를 만났다. 책의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여 책 표지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십수년 전 지 목사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을 당시 논문으로 제출했던 것 중의 하나가 판화였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신학을 공부하면서도 미술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신학 논문과 함께 이 판화 그림을 함께 제출했다. 담당 교수는 종교와 예술이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에 독창성을 보여준 이 논문에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한다.
그 때 그린 판화가 책 표지에 삽입된 것. 지 목사는 “원래 판화의 크기는 A4 용지 한장 크기 였는데 출판사에서 이리 저리 편집을 해서 이렇게 삽입된 것”이라고 했다. 다소 거친 듯 보이면서도 기세와 패기가 요동치는 작품이었다. 아직도 그림을 그리냐고 물었다.
▲ '40초의 고백' 저자 지관해 목사 ⓒ베리타스 |
“그림에는 여전히 관심이 많다. 나는 종교와 예술이 서로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세기 전까지만 해도 종교와 예술은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발전하지 않았나? 하지만 목회에 관심을 쏟다 보니 그림을 그릴 만한 시간적 여유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40초의 고백' 첫 페이지를 펼쳐봤다. 사도신경 고백문이 나올 법한 첫 장에 엉뚱하게도 요한복음 17장 21절 말씀이 나온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이유를 물었더니 그의 신앙고백이라고 했다.
“내가 존경하는 분 중에 다석 유영모 선생이 있다. 동양적인 성서 이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분인데 우연치 않게 그 분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뭔지 알게됐다. 물론 나 역시 이 성경 구절을 ‘이것이 내 신앙고백이다’라고 생각해 온 터였다. 하나님은 죄인들인 우리들 조차 하나님 안에서 하나될 수 있다고 하셨다. 난 그 과정을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 안에서 진아(眞我)를 찾는 것이다. 존경하는 선생님 역시 가장 좋아한다는 성경 구절이기도 해서 첫 페이지에 넣었다”
출판 동기에 대해선 “예배 때마다 수없이 반복하면서도 막상 거기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스쳐가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다”며 “이 책은 사도신경에 담긴 하나하나의 고백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풀어 설명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책을 펴낸 뒤 지 목사는 먼저 교인들에게 책을 나눠줬다. 또 학생들에게는 주일학교 숙제로 책을 한 번 읽어 본 뒤 소감문을 작성해 보라고도 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사도신경에 있는 내용들이 기존에는 부담으로만 밀려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편안해졌다”고 했고, “완벽한 것을 추구하다가 갇히고 넘어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런 속박에서 해방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 '40초의 고백' 저자 지관해 목사 ⓒ김진한 기자 |
지관해 목사는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배우고 토대를 굳건히 세우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더 없는 기쁨이다”라고 했다.
그의 오랜 친구 류대영 교수(한동대)는 이 책을 읽고, 지관해 목사는 예술가적 기질, 상담가의 분석력, 그리고 목회자의 마음을 동시에 가졌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류 교수는 추천사에서 '40초의 고백'은 신앙의 표준이 되는 사도신경을 실제의 삶 속에서 터득한 작은 진리를 통해 예술가처럼 아름답고, 상담가처럼 잔잔하며, 목회자처럼 소박하게 들려준다고 했다. 또 “기독교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전해주고,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지만 타성에 젖어버린 분에게는 마른 땅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생명력을 공급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사도신경의 친절한 해설자 지관해 목사는 그러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책을 엮어가지는 않았다. 마지막 강인 제18강 '몸이 다시 사는 것과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만 봐도 그렇다. 이 몸이 소마인지 살크스인지 신학적으로 그 논쟁이 치열한 '몸의 부활' '영생' 등에 관해서는 “인간의 이성과 지식과 경험으로는 감히 파악할 수 없는 '어떤 세계'를 마치 전부 파악할 수 있는 양 접근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정직하지도 않은 것”이란 답변을 했다.
저자는 “진정한 고백이라고 하면 차라리 이런 자세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이성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저 건너편의 세계에 대해 “주님,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이건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저의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주십시오”란 정직한 고백을 하라고 조언한다. 값 7,000원, 214쪽, 도서출판 꿈꾸는터
*저자 약력
지관해(池觀海)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졸업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졸업(MARE)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M.Div.)
에모리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박사(Th,D,in Pastoral Counseling) 논문 중
임상목회 레지던트:
휴스턴 Methodist Hospital, Hermann Hospital
목회상담 레지던트:
아틀란타 GAPC
현, 서울복음교회 담임목사
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