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공공신학 – 한국교회 사회적 섬김으로의 초대’ 표지 |
기윤실은 지난 2007년 7월 국내 신학자들과 함께 집담회를 개최하며 공공신학 담론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을 통하여 ‘Public Theology’를 ‘공공신학’으로 번역하기로 합의하는 등 한국교회의 신뢰회복을 위해 공공신학이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에 대해 공감을 나누었다.
또한 그리스도를 따르는 개인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사적 존재(Private Being)’가 아니라 ‘공적 존재(Public Being)’라는 고백 아래 6회에 걸쳐 공공신학 집담회를 진행하고, 이번에 그 첫 열매로 공공신학 서적을 발간하게 됐다.
공공신학이란 무엇에 답하는 신학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근본을 두고 있는 하나님의 공동체로서 교회는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물음에의 답이다. 실천신학, 문화신학, 기독교윤리학의 범주와 교집합 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교회의 사회참여’라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차별된다.
담론이 본격화되지 않은 만큼 공공신학의 ‘공공’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논의도 한창이다. 저자 중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공공’이란 개념은 매우 폭넓은 함의를 가지고 사용되고 있음이 사실”이라며 “민주사회 내에서의 교회와 신학의 본질이나 과제를 규정할 때도 공공이란 한정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학적 관점에서 교회나 신학의 본질과 과제를 규정할 때도 ‘공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는 ‘국가와 시장’에 초점을 맞추며, “공적 사회는 사적 사회와의 구분이다. 공적 사회는 국가와 시장을, 사적 사회는 종교, 교육, 예술, 기업, 가정, 동호회 등 다양한 삶의 영역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공공신학의 첫 등장 배경은 멀리 영국에서 찾았다. 임성빈 교수는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영국의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신앙을 수호하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여성해방운동이 무르익으면서는 종교적 역할을 포함한 전통적인 역할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여성의 역할변화, 소비문화의 편만함, 세속화, 사사화(Privatization) 등의 조류로 인해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종교의 공공성이 요청되었다”고 밝혔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개개인의 종교성은 약해졌지만, 여전히 사회는 사회에 가치를 제시해주는 종교로서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저자들은 입을 모았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이제 교회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의 한 축으로 주체적 참여를 해야 한다. 도덕공동체로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상화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는 “21세기 새로운 문화 현상이 부상하는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는 이웃한 사회로부터 상식과 대화가 통하는 공동체가 될 것을 요청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번 도서에서는 공공신학을 신학적 측면에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신학과 한국사회의 접목을 신선하게 시도하고 있다. 2부 ‘학문과의 소통으로서의 공공신학’에서는 교육학, 동양철학, 서양철학, 사회학, 행정학, 기업윤리, 여성학 등에서 공공성의 가치를 발견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신학적 측면으로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공공신학’, ‘하나님나라의 공공성 ; 신약성서의 공공성’, ‘공공신학의 핵심으로서의 사회정의에 대한 성경적 근거’ 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