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명재 목사(김천 덕천교회)
백수복 목사는 우리 교단(기독교대한성결교회)뿐 아니라 교계에서도 알아주는 문필가이다. 그의 손을 거쳐 저술되고 제작된 책이 120여 권이나 된다고 하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바울이 신약 27권 중 절반에 가까운 13권을 쓴 것도 기적이지만 백수복 목사의 출판 업적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이번에 또 한 권의 책을 출간했다. 『꿈을 이룬 인생에는 열정과 연단이 있다』(도서출판 진흥)라는 긴 이름을 가진 책이다. 이 제목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12명의 믿음의 용사들에게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주제 문장이기도 하다. 고진감래(苦盡甘來), 그리고 '심는 대로 거둔다'는 구절(갈 6:7)이 떠오르는 내용들이다.
이 내용은 우리 교단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활천』에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 숨은 성결인"이란 제목으로 작년(2016년) 한 해 동안 연재됐던 글들이다. 여기에 황예식, 전영규 목사를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 성결 교단 사람들 중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은 신앙인들이다.
이런 게 바로 역사화 작업이 아닐까. 묻혀 있는 인물을 발굴하여 역사라는 수레바퀴 위에 동승시키는 것, 백수복 목사는 일찍이 『성결교회 인물전』(1-16집)에서 이런 작업을 주도적으로 해 온 바 있다. 그를 역사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역사는 과거를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다.
교회사가 민경배 교수가 추천사에서 "백수복 목사가 쌓아 올린 문집들은 우리 역사의 소중한 유산으로 길이 수장(收藏)해서 회자(膾炙)되데 우리 교회나 겨레의 긍지로 간직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뜻일 것이다. 백 목사의 글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역사적 형안(炯眼)의 결정(結晶)이다.
이 책엔 12 명의 모범적 신앙인들이 수록되어 있다. 평신도와 목회자가 여섯 사람씩이다. 20세기 말에 엄습하기 시작한 포스트모더니즘은 뭇 사람들의 삶과 사고를 형해화(形骸化)시키고 있다. 탈 이성적(理性的)이고 탈 중심적인 사고는 신의 존재까지도 회의하게 만든다.
하나님을 대신하려는 것들이 세상에 차고 넘친다. 우상이 득세하고 있다. 이 책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하나님이 우리의 전부임을 보여주고 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 할 때, 세상 삶도 부요해 진다. 이 책은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삶이 곧 전도라는 믿음으로 전 가족을 구원시키고 주님께 칭찬 듣는 가정을 일군 이정님 권사(첫 번째, 전처의 9남매는 하나님이 선물한 보석들!), 사모의 길을 상처 싸매고 보호하는 붕대로 여기며 헌신해 온 이정말 사모(다섯 번째, 천사처럼 살다간 '사랑의 붕대'), 오직 예수 한 분만을 위해 희생적 삶을 산 임종순 전도사(일곱 번째, 현대판 한나의 기도, 총회장의 어머니), 훌륭한 목사 가문을 일구는 데 밀알이 된 이문순 집사(여덟 번째, 한 알의 밀알이 썩어 탐스러운 열매를) 등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하게 만든다. 네 명 모두 여성들이다. 근대까지 우리 역사에서 여성은 이중의 고통을 이고 살아야 했다. 봉건적 습속에서 믿음으로 승리한 그들의 삶이 경이롭다.
낮은 곳에서 신음하는 전쟁고아들과 동고동락한 함용석 장로(두 번째, 한국의 조지 뮬러), 하나님 찬양으로 전도 왕이 된 김광진 장로(세 번째, 세상의 별에서 하나님의 별로!), 어린이 교육으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시킨 이용윤 목사(네 번째, 한국의 페스탈로찌), 한국 기독교 신풍운동의 주역 황예식 목사(열한 번째, 한국판 소크라테스의 성결교회 선구자) 등의 이야기를 읽을 땐 느슨해진 신앙의 허리띠를 조여 매게 된다.
전쟁고아로서 주위의 도움을 받아 신학을 공부한 뒤 공군 군종감이 되어 군 복음화에 쓰임 받은 전을성 목사(여섯 번째, 전쟁고아가 공군 군종감 되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었지만 결국 자유 대한의 품으로 돌아와 유명 부흥사의 직임을 잘 감당한 전영규 목사(열두 번째, 역경을 극복한 한국판 25시의 주인공) 등은 목회의 도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입지전적 인물들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자기 감찰(監察)의 연속이다. 국내외를 불문한다. 그런데 솔직히 외국의 삶 속에서 말씀 위에 굳게 선다는 것은 갑절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언어와 풍토성 등 많은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절불굴의 의지로 미 오리건주 5선 의원(상원 3선, 하원 2선)을 지낸 임용근 의원(아홉 번째, 미국의 꿈 'American Dream'을 실현한 오리건의 5선 의원), 캐나다에서 연극으로 복음을 전하는 최인섭 전도사(열 번째, 캐나다를 감동시킨 연극인) 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저미게 한다.
이 책은 신실한 그리스도인 열두 명의 약전(略傳)이라고 해도 좋다. 거기에 부록으로 넣은 지은이의 인터뷰 기사까지 포함하면 열 세 명의 약전이 된다. 지은이 백수복 목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독교 저술가이다. 이 책이 출간될 시점에 그는 큰 상을 하나 받았다. 제1회 대한민국 기독교 예술대상(출판부문)이 그것이다. 이런 중후한 작가가 풀어 놓는 흥미진진한 믿음의 이야기는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기대하고 읽어도 좋으리라.
이 책의 특장(特長) 몇 가지를 붙이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첫째, 글이 매우 쉽게 읽혀진다. 이건 백수복 목사 글의 특징이기도 한데, 남녀노소 누구나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들이다. 나아가 신자뿐 아니라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둘째, 매 쪽마다 관련 사진을 넣어 이해를 돕고 있다. 미처 사진을 구하지 못한 경우 삽화와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으로 대신하는 성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활천』에 연재된 글을 읽은 사람도 이런 사진을 곁들여 다시 읽는다면 새로운 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관련 인사의 논(論), 서간, 추모사 등이 첨부되어 글의 내용에 신뢰성을 갖게 한다. 또 이런 첨부 글은 전체 글의 흐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줌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독서에 가속력(加速力)을 붙여 준다. 이것은 시각(視覺)을 중요시하는 시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百問而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듯이 직접 읽어보는 것이 제일이겠다.
넷째, 여기에 소개된 믿음의 사람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살다 간 성결인들이다. 그래서 더 값지다. 한 일보다도 과대평가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여기 소개된 사람들은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 역사는 객관성이 담지(擔持)될 때 가치가 있고, 역사적 인물도 이런 관점으로 평가될 때 의미가 더해진다. 역사가는 이런 작업을 해내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백수복 목사가 큰일을 해냈다.
강준민 목사 등 각 방면의 사람들이 추천사를 써 주었다. 책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평가서와도 같다. 교단의 큰 일꾼 안봉화 권사, 교회사의 권위자 민경배 박사, 기성 총회장을 지낸 이만신 목사, 예장 총회장을 지냈으며 시인이기도 한 김순권 목사, 서울신대 총장을 지낸 교회사가 강근환 교수, 청주 서문교회 박대훈 목사, 한국성지순례선교회 회장 박경진 장로 등.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다. 책의 내용을 보증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몇 가지 지적 사항도 있다.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책을 찾는 사람이 많으면 판을 거듭해야 한다. 그때 보정되어야 할 사항들이다. 오탈자와 띄어쓰기의 어긋남이 많이 발견된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만든 데서 왔을 것이다. 사진의 삽입으로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사진에 설명이 없는 것들이 많다. 다음 판에는 보완되기를 바란다. 출판사에 대한 것인데 표지와 책 말미 서지 사항에는 '도서출판 진흥'으로 되어 있는데, 속표지에는 '(주)신한아트'로 되어 있다. 두 곳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출판사 이름을 통일시키는 것이 좋겠다. 추천사에 이름이 올라간 이만신 목사는 지금은 이 세상 분이 아니다. 책 87쪽 "백수복 목사를 논(論)함"에서 따온 것이지만 새로 출판하는 책에 돌아가신 분의 추천사를 넣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백수복 목사가 쓴 책의 제목이 "꿈을 이룬 인생에는 열정과 연단이 있다"이다. 열두 명 믿음의 용사들에 대한 주제 문장이라고 했다. 여기서 떠 오른 사자성어가 고진감래, 즉 '고생 끝에 낙(樂)이 온다'이고, 성경 말씀에서 뽑은 것이 심는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강준민 목사가 "이 책을 고난 중에 있는 분들과 믿음으로 시련을 극복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추천의 글)고 한 것도 이런 의미에서 한 말일 것이다. 책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고 믿는 자로서 소망을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이 이 세상에 와서 한 권의 책을 남기기도 어렵다. 백수복 목사는 120여 권의 책을 공간했다고 한다. 앞으로 여기에 몇 권이 더 첨가될지 모른다. 출판을 통한 그의 문서 선교를 응원하며 건필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도하면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