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병욱씨가 삼일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당시 복수의 여성도에게 성추행을 가했음을 인정했다. 전씨, 그리고 그가 개척한 홍대새교회 측은 복수의 피해자 존재를 전면 부인해 왔었다. 홍대새교회는 지난 해 1월 발표한 성명에서 삼일교회 당회가 "전병욱 목사를 정죄하기 위해 실체도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까지 끼워넣어 ‘수많은 피해자'라는 식으로 부풀렸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도 했었다. 예장합동 평양노회 재판국 역시 2009년 11월 집무실에서 이뤄진 ‘부적절한 대화와 처신'만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지난 1일 서울고등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허부열 판사)는 삼일교회가 전씨를 상대로 낸 전별금 반환청구 소송 판결에서 "전씨가 복수의 피해자들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을 가한 행위가 인정되고, 그중 전씨의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1항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기습추행으로서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몇몇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숨긴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적시했다.
"일부 피해자는 피고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일삼았음에도 피고를 ‘영적인 아버지'라 생각하여 이를 다른 교인에게 알리거나 신고를 할 생각을 못했고, 피고가 치유되기를 바라며 기도를 했다고 진술하는 등 피고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감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이유로 피고(전병욱씨 - 기자주)의 성추행 및 성희롱 행위를 계속 참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피해자는 다른 신도들이나 삼일교회 장로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자 자신을 ‘이단'이라고 하거나 ‘꽃뱀' 취급을 하는 등 주변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이유로 더 적극적으로 피고를 신고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전씨로 하여금 삼일교회에 1억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전씨가 성추행 등 행위의 대상과 내용, 삼일교회가 입은 명예 실추 및 명성의 하락 정도 등 비재산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일교회와 전씨간에 해묵은 공방거리인 2년간 목회금지, 성중독 치료비 수령 등에 대해서는 "이를 조건으로 전별금 지급 결의를 했다고 볼만한 기재는 없다"며 삼일교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비록 첨예한 쟁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법원이 전씨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그에게 민사상 배상책임을 지운 점은 주목할만 하다.. 이 같은 결과는 특히 예장합동 평양노회 재판국 판단을 무색하게 한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재판과정에서 다수의 피해자의 존재를 부정했고, 심지어 공문을 통해 피해자의 재판출석과 전씨와의 대질심문도 시사했다. 따라서 평양노회가 전씨에 대해 ‘봐주기 재판'을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