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인종차별 철폐에 대한 유엔 회의’가 기독교가 대세인 서방국들과 이슬람이 대세인 국가들의 의견 차이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이번 회의에서 채택 될 결의안이다. 결의안 중 ▲이슬람에 대한 비방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서방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로버트 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결의안이 종교모독 금지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미국의 불참을 선언했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호주, 이스라엘도 결의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그러나 이슬람 국가들은 9.11 테러 이후 서방국들의 이슬람 혐오가 극에 달했다며 결의안을 지지하고 있다.
서방국들의 결의안 반대에 대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유엔의 인종차별 철폐 노력을 저해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이번 회의의 옵서버 자격을 지닌 로마 교황청도 “인종주의와 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 대화와 상호 협력의 정신을 가지고 함께 작업하자”며 회의 참여를 촉구했다.
유엔이 주관하는 이번 회의는 30여개국에서 정부 및 비정부기구(NGO) 인사들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4일까지 유럽 유엔본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