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의 인사전횡(감신대), 신임 총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한신대), 교단 목회자의 교회 세습(성결교단) 등 교단을 막론하고 각 교단 신학교들은 학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리교신학대학교·서울신학대학교·성공회대학교·연세대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총신대학교·한신대학교와 에큐메니컬 7개 대학 40개 단체가 꾸린 ‘신학생시국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는 22일 오후 감리교단 본부가 있는 서울 광화문 동화빌딩 앞에서 ‘우리는 예수를 바라봅니다'를 주제로 연합기도회를 가졌다. 기도회에 참여한 신학생 및 목회자들은 총회 정치판의 놀이터로 전락한 신학교의 현실을 개탄하며,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기도를 드렸다.
총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했었던 감신대 종교철학과 이종화씨는 ‘하나님의 정의'를 갈구했다. 이씨의 발언 중 일부다.
"한신대는 총회 결정에도 아랑곳 않는 이사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장신대는 퀴어까지는 갈것도 없이 단 4%의 여성총대의원도 허용 못하겠다, 그러고 있습니다. 감신은 3년 동안 싸웠음에도 학내사태의 원흉인 이규학 이사가 다시 이사장이 되어버렸고, 성결교단은 서울신학대 학생들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도 세습방지법 하나 통과를 안시키고 있습니다. 그 외에 다른 학교들의 상황을 봐도 참담한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이러한 참담한 현실안에서 총장직선제를 말하고, 대형교회의 세습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자고 말하고, 또 성소수자의 인권을 말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참 어리석은 일이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독인입니다. 신학도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 그 너머의 것을 봅니다. 이극래 이사장이 취고 있는 한신대의 현실을 넘어서, 세습목사가 판을 치는 서신대의 현실을 넘어서, 그리고 이규학 이사가 장악한 감신을 넘어서 그 너머에 살아 숨쉬는 하느님의 정의를 우리는 봅니다."
설교를 맡인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인 2017년에 바로 여러분들이 마틴 루터"라고 격려했다. 이 전 교수는 그러면서 "영적 타락을 막을 힘은 여러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교수의 말이다.
"교파를 막론한 한국 교계와 신학대학 모두 이렇듯 사악해졌습니다. 옛적 성직자들처럼 예수를 또 다시 법정에 세우면서까지 자신들 이익을 얻고자 신앙을 맘껏 모독하고 있는 중입니다. 500주년 종교개혁이 눈앞인데 하느님의 미래이자 우리 신학생들 미래를 빼앗아 현실을 암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략)
과거 신앙유산을 탕진하고 미래주역들의 삶을 빼앗는 종교 권력자들에겐 신학생들이 보잘 것 없는 무지렁이처럼 보이겠으나 여러분들은 들판의 풀처럼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풀과 같은 존재들입니다. 밟히고 또 밟혀도 다시 곧게 일어나 외치길 바랍니다."
기도회를 마친 연석회의는 기도회 장소인 동화면세점을 출발해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기장)가 자리한 종로5가까지 행진에 나섰다. 한편 한신대 총학생회는 이날 기장 총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신대 이사회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규탄했다. 총학생회는 "2016년 9월, 학교의 재단인 기장 총회는 제101회 총회에서 총장 선임 결과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고 이사회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을 가결했다. 하지만 2017년 올해까지도 이사회는 사퇴는커녕 기장과의 협의도 없이 총장선출 재공고를 진행하고, 독단적인 총장선출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라면서 "끝까지 싸워서 마침내 정의를 세울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총장 선임을 둘러싼 학내갈등과 관련 5명의 학생이 재판에 넘겨져 오는 27일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4월 한신대 학생들은 이사회의 강성영 총장 선임에 반발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고, 이에 이사회 측은 공권력 투입과 학생들에 대한 무더기 고소고발로 맛대응해 비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