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지구온난화)라는 전인류적 위기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면할 수 없는 교회는, 과연 성도들로 하여금 친환경적 소비를 하게 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에 대한 교회의 대응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거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거시적 경제’의 틀 안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장윤재 교수는 20~21일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주최로 공주원로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 시대와 환경선교’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환경운동의 경제적 접근을 강조했다.
'환경문제’ 원인은 ‘경제문제’라는 것 정확히 인식해야
당연한 얘기지만, 환경문제는 경제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장 교수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생태운동을 마치 자연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긴다”며 “그것은 그 동안 ‘생태’와 ‘경제’라는 두 바퀴 중 한 바퀴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북미의 생태여성신학자 샐리 맥페이그(McFague)를 인용해 “기독교가 자연 사랑, 사랑을 이야기 하지만 경제학 없는 사랑은 공허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현재의 파멸적 인류 경제체제에 대한 전문적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문제와 교회의 상관관계
왜 교회가 환경문제에 책임이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전개됐다.
장 교수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의 핵심을 ‘부채 창출을 통한 부의 축적’이라고 말하며 실질 가치를 창조하지 않고도 자산가치의 증식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던 미국 자본주의 및 세계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이 ‘거대한 사기극’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리스도인이나 교회는 얼마나 될까?”라고 시니컬한 질문을 던졌다.
오히려 교회는 “청빈(凊貧)이 아니라 청부(凊富)가 ‘성경적 원리’라고 가르쳤다”고, 또 “성실하게 땀 흘려 노동하지 않고 누리는 부가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바로 자연에 대한 약탈의 결과라고 가르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안은 있는가?
장 교수는 “비판은 쉽다. 그러나 대안은 있는가?”라며 조심스럽게 대안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며,다음의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대안으로 경제의 ‘지역화’(localization)가 모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친환경적인 작은 규모의 지역경제들이 거대한 국제시장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 물리적으로 큰 시장이 더욱 효율적이며 번영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은 ‘거대 망상증’(giantism)이라고 슈마허(E.F Schumacher)를 인용해 비판했다.
둘째, ‘화석연료에 기초한 현재의 에너지 문명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연소가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임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를 이용한 개발이나 생산에 요구되는 비용에는 환경 살리기에 드는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문제는 다른 누군가가 이 비용을 반드시 부담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공짜 점심’(free lunch)는 없다”고 화석연료 기반 문명을 비판했다. 또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골고루 내리시는 ‘태양빛’과 지구의 70%를 이루고 있는 ‘물’에 의존하는 에너지 문명으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생태경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이는 끝없이 계속되는 경제성장을 제어하는 것을 뜻한다. 장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 또는 ‘녹색 성장’도 사실은 무한 ‘성장’을 지지하는 표현이라고 말하며,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추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의 목표는 ‘무한한 빵’이 아니라 ‘충분한 빵’이 되어야 한다”며, “이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가르치신 예수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