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NCCK, "대통령, 비정규직·해고 노동자 아픔 귀 기울여야"

청와대 앞 노숙농성중 비정규직 및 해고노동자 연대 공개서신 발송

kimyoungju_01
(Photo : ⓒ 지유석 기자)
▲NCCK는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중인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대통령 앞으로 공개서신을 발송했다. 사진은 2016년2월14일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농성장 찾은 김영주 NCCK총무와 남재영 목사(가운데 뒷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남재영 목사)는 6월29일(목) 문재인 대통령에게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9일째 노숙 농성 중인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에 귀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는 공개 서신을 발표했다.

NCCK는 서신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일할 수 있는 권리,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부정하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한다"며 '사람'이 아니라 '정리해고'라고 부르는 부당한 제도를 단호하게 정리하고 폐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비정상적인 비정규직 제도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어 줄 것, 기업이 지방노동위원회 등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결정을 묵살하고 부당한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는 관행 등을 뿌리 뽑고 노동 3권이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힘써 줄 것,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는 민중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철폐, 노동 3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래는 서신의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님,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애쓰시는 문재인 대통령님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공의와 평화의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지혜가 대통령님과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한미정상회담으로 인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 시기에 이렇게 공개 서신을 띄우는 것은 정리해고 및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에 귀 기울여주실 것을 부탁드리기 위함입니다.

현재 노동자, <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노숙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오랜 시간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워온 노동자들입니다.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난 후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공농성까지 감행했지만 마치 없는 사람인 듯 외면하는 세상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수십 년을 일해 온 일터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사회가 과연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일 수 있을까요?

문재인 대통령님,

한 가정을 죽음으로 내 모는 정리해고는 명백한 살인입니다. 생존을 위해,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궂은 일 가리지 않고 땀 흘리며 일해 온 '사람'을 '정리'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헌법에 보장된 일할 수 있는 권리,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부정하고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정리해고는 반드시 철폐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정리해고'라고 부르는 부당한 제도를 단호하게 정리하고 폐지해 주십시오.

인간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차별하는 비정규직 제도는 민주사회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적폐 중의 적폐입니다.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5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굴레에 갇혀 아무런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계약해지의 위협 속에 불안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 과연 행복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비상식적인 비정규직 제도, 이제는 과감하게 철폐하고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어 주십시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노동3권 보장을 외치며 자신을 불사른 지 4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직장폐쇄의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이 파업은 정당하고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려도 기업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결정을 묵살해 버리는 이 사악한 관례를 뿌리 뽑고 노동3권이 확실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더 이상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등을 통해 노동자들을 짓밟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나라다운 나라의 떳떳한 국민이 되고,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고 싶은 소박한 바람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시기 바랍니다. 현재 종로구청과 경찰은 수시로 농성장에 난입하여 물품을 빼앗아 갈 뿐만 아니라 화장실 가는 발걸음조차 가로막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청와대 앞 농성 9일째인 오늘까지도 청와대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온 국민을 이런 식으로 박대하는 것은 취임 후 제일 먼저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어린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추며 경청해 주셨던 문재인 대통령님의 의지는 아니라 믿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산적한 과제들로 인해 심히 바쁘시겠지만, 절박한 심정으로 청와대를 찾은 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십시오. 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대선 기간 약속했던 것처럼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라도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는 취임사를 통해 특권과 반칙이 없는 나라, 차별 없는 세상,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정의와 평화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2017년 6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남재영 목사

이인기 ihnklee@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죄"

옥스퍼드대 수학자이자 기독교 사상가인 존 레녹스(John Lennox) 박사가 최근 기독교 변증가 션 맥도웰(Sean McDowell)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신간「God, AI, and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여성들, 막달라 마리아 제자도 계승해야"

이병학 전 한신대 교수가 「한국여성신학」 2025 여름호(제10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막달라 마리아에 대해서 서방교회와는 다르게 동방교회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극단적 수구 진영에 대한 엄격한 심판 있어야"

창간 68년을 맞은 「기독교사상」(이하 기상)이 지난달 지령 800호를 맞은 가운데 다양한 특집글이 실렸습니다. 특히 이번 호에는 1945년 해방 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경재 교수는 '사이-너머'의 신학자였다"

장공기념사업회가 최근 고 숨밭 김경재 선생을 기리며 '장공과 숨밭'이란 제목으로 2025 콜로키움을 갖고 유튜브를 통해 녹화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경직된 반공 담론, 이분법적 인식 통해 기득권 유지 기여"

2017년부터 2024년까지의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연합단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의 반공 관련 담론을 여성신학적으로 비판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인간 이성 중심 신학에서 영성신학으로

신학의 형성 과정에서 영성적 차원이 있음을 탐구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인수 교수(감신대, 교부신학/조직신학)는 「신학과 실천」 최신호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안병무 신학, 세계 신학의 미래 여는 잠재력 지녀"

안병무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하엘 벨커 박사(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조직신학)의 특집논문 '안병무 신학의 미래와 예수 그리스도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위험이 있는 곳에 구원도 자라난다"

한국신학아카데미(원장 김균진)가 발행하는 「신학포럼」(2025년) 최신호에 생전 고 몰트만 박사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전한 강연문을 정리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 위기는 전통의 사수와 반복에만 매진한 결과"

교회의 위기는 시대성의 변화가 아니라 옛 신조와 전통을 사수하고 반복하는 일에만 매진해 세상과 분리하려는, 이른바 '분리주의' 경향 때문이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