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교회가 전병욱씨의 성범죄와 관련해 예장합동 교단에 책임 있는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삼일교회는 29일 오전 서울 청파동 삼일교회 B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병욱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재조사 없이는 공교회로서의 회복은 있을 수 없으며 우리 모두는 여전히 공범"이라며 교단을 향해 "이제라도 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합당한 권징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일 서울고등법원은 삼일교회가 전씨를 상대로 낸 전별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낸 바 있다. 이때 법원은 "전씨가 복수의 피해자들에게 성추행 및 성희롱을 가한 행위가 인정되고, 그중 전씨의 피해자들에 대한 추행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1항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기습추행으로서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삼일교회 측은 전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자 한 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강병희 목사는 경과발표에서 "이번 판결은 그간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평양노회와 총회에 사회법 상으로 내린 강력한 권고이자 땅에 떨어진 한국교회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마저 인정하고 있는 목회자의 책임과 도덕, 범죄 사실에 대한 지점들을 교회법상의 재판 추진의 주체여야 할 총회와 노회에서 외면하고 있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개탄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신동식 목사(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 본부장)는 "전병욱씨 사건은 한국교회의 윤리적 타락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과 성경에 따라 정직하게 치리해야 할 평양노회와 합동총회는 이를 무마하고 전씨에게 면죄부를 줬다. 법원이 전씨의 성범죄를 인정했다. 결국 노회와 총회가 정직하지 않았음을 법정이 드러낸 것"이라고 일갈했다. 신 본부장은 "노회와 총회가 의지를 갖고 재조사해야 하며 전씨는 교회의 권징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발언을 마쳤다.
기자회견에서는 독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전씨 사건 재조사를 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존의 재판절차에 맡기면 봐주기 재판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패널로 참석한 새맘교회 박득훈 목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를 위해 특검법이 발의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교단 헌법에도 유사 법령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독립적인 기구 설치를 위한 여론을 모아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한편 삼일교회 측은 계속해서 교단에 전씨에 대한 합당한 권징과 면직을 계속 호소하는 한편, 교회내 성폭력 피해자 치유를 위해 성범죄 상담기구를 설치할 방침이다. 이 교회 박동선 집사는 상담기구 설치 배경에 대해 "전병욱 목사 사건의 올바른 권징과 치리를 위해 몇 년간 노력해 오면서 교회내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지 잘 알게 되었고, 유사사건이 발생해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전문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삼일교회 측은 곧 설립준비위원회가 꾸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