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을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안종범 수첩만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청탁 여부 등을 입증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6일 새벽 1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인에 대한 36차 공판에서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직접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는 범죄사실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추측하게 하는 증거를 뜻한다.
이재용 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마무리 된 직후 "앞서 다른 재판부가 결정한 것처럼 안종범 수첩에 대해 정황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며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수첩에 기재된 내용의 대화를 했다는 직접·진술증거로서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측은 안종법 수첩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라며 이 수첩만으로도 "뇌물수수, 공여 등의 공소사실은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의 판단을 주목하며 "안종범 수첩은 재판부 판단처럼 면담이나 독대 과정에서의 대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만한 증거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안종범 전 수석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기록한 이른바 '안종범 수첩'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혔다. 검찰은 2014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기록된 이 수첩 63권을 확보한 상태다. 특검은 7시간 신문으로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내용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려했다.
수첩의 작성 경위와 작성 시점, 기재된 내용 등이 확인됐다. '엘리엇' '순환출자해소' '금융지주회사' '은산분리' '삼성 역할' '빙상' '승마' 등 삼성과 관련된 내용이 기록된 배경을 확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