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이상 선생이 살아 생전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만 와보시고 정작 고향 땅을 못 밟으셨다는 이야기에 저도 울었습니다. 이번에 고향 통영에서 동백나무를 가져왔는데, 선생의 마음이 풀리기를 바랍니다."
김정숙 여사는 4박 6일의 독일 순방 일정 첫날인 지난 5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의 고 윤이상 작곡가(1917~1995) 묘소를 참배했다. 김정숙 여사는 윤이상 선생 참배에 앞서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묘소 앞에 심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윤이상은 경상남도 산청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자랐으며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가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1956년 유럽으로 건너간 그는 서독과 통일 독일에서 '동, 서양 음악의 중개자'라는 평가 속에 작곡가, 바이올리니스트, 첼리스트로서 현대음악사에 이름을 남겼다.
음악을 하면서도 부당한 정치현실에 꾸준히 저항해온 그는 제3공화국 시절 독일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 '동백림 사건'으로 사형선고까지 받은 뒤 특사로 풀려났다. 김 여사는 생전에 조국의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윤 작곡가를 추모했다.
"식물은 병충해 때문에 통관이 어렵다는데, 무사히 들여와 동백나무를 심었습니다. 아마 저와 윤이상 선생이 뭔가 통했나 봅니다.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을 공부하던 선배들이나 모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고 윤이상 작곡가의 제자들 중심으로 발터 볼프강 슈파러(Walter-Wolfgang Sparrer) 국제윤이상협회장, 박영희 전 브레멘 음대 교수, 선생에게 2년간 배웠고 그가 가장 좋아한 피아니스트로 꼽히는 홀가 그로숍(Holger Groshopp)씨 등이 함께 했다. 그로숍씨는 "윤이상 선생님은 음악뿐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주신 훌륭한 (외교) 대사였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