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태신학의 ‘열려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다

’지구의 날 기념 생태신학세미나’서 각계 학자들 모여 담론

전세계적으로 자연파괴가 심각해지면서 급속히 떠오르는 ‘생태신학’은, ‘개방적’이라는 점에서 여타신학과 차별된다. 생태신학은 자연과 인간을 다루기에 지구과학 및 인문학과 상당한 교집합을 이룬다. 또 삶의 문제와 직결돼 있어 일반 성도들에게도 열려있으며, ‘자연파괴’라는 구체적인 상황과 함께 가기 때문에 동시대적이다.

23일 이화여대 학생문화관에서 개최된 ‘2009 지구의 날 기념 생태신학 세미나’에서는 생태신학의 이러한 특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소장 장윤재 교수 / 신학)와 이화인문과학원탈경계인문학연구단(원장 오정화 / 인문학)이 공동주최했으며, 구약학, 문화신학, 과학과 종교 등 다양한 전공의 신학자들이 모여 담론을 펼쳤다.

참석자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변화(지구 온난화)에 대해 ‘신학’이 응답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태신학을 다뤘다.

우택주 교수(침례신대 구약학)가 ‘기후붕괴와 성서신학적 응답’이라는 제목으로, 김기석 교수(성공회대, 과학과 종교 전공)가 ‘기후붕괴, 가이아, 그리고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김경재 명예교수(한신대, 문화신학·조직신학)가 ‘기후붕괴와 신학적 응답 ; 지난 25년 한국신학계의 자연·생태신학 탐구의 지형도와 오늘의 과제라는 제목으로, 김은혜 교수(숭실대 교양학부)가 ‘기후변화에 대한 여성신학적 성찰 ; 몸 실천을 통한 기독교생명문화형성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제했다.

우택주 교수, 생태학적 성서해석 시도

▲우택주 교수

우택주 교수는 구약학 전공을 살려 구약 텍스트로부터 생태학적 메시지 찾기를 시도했다. 이른바 ‘생태학적 성서해석’인데, 이에 대해 우 교수는 “기후변화에 직면한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성서학적 혁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작업 의의를 설명했다.

호주의 성서학자 노만 C. 하벨 또한 2003~2006년에 생태학적 성서해석을 시도한 바 있는데, 이때 그는 ‘서구의 해석자들이 오랫동안 인간중심적, 가부장적, 남성 중심적인 태도로 성서를 읽으면서 지구를 평가절하해왔고 그런 읽기를 보편화해왔다. 고대의 성서 본문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모두는 위험에 처한 지구 공동체의 일원임을 적극적으로 의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 교수는 “하벨의 이러한 주장이 나의 연구 방향에 정확한 지침이 되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창세기 2:4~11의 태고사와 창세기 1:1~1:4의 창조기사, 욥기 38장을 작업 텍스트로 삼았다.

이중 창 2:4~11을 해석하며, “이 기사는 지구의 시작을 ‘땅과 하늘’(2:4)로 묘사함으로써 ‘땅’에 우선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2:5에서 ‘비가 없을 때, 사람도 없을 때, 초목이 없을 때’란 “사람과 생태계가 조성되기 전이라는 뜻이다. 이후 사람이 만들어지고 그 사람이 존속하기에 가장 적합한 생태환경으로서의 에덴동산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또 에덴을 떠난 가인이 성(city)를 만든 것은 “가장 적합한 생태환경에서 쫓겨난 인류가 대안적 환경인 도시문명을 건설한 것”인데, “도시문명 속의 인류는 기껏해야 부패와 폭력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든 것이 고작”이었으며,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생태계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로 생존하는 길인지 몰라 방황과 실수를 반복하다 결국 ‘대홍수’라는 지구의 가장 폭력적인 반사작용을 체험하게 된다”고 해석했다.
 
한 마디로 “지구와 인류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그것을 어길 경우 어떤 현실을 경험하게 되는지를 ‘신화적 언어’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신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은 ‘피조된 공동창조자(Created Co-creator)’

▲김기석 교수

김기석 교수는 일련의 과학적 근거를 대며 “지구 생명체는 하느님 창조사역의 조력자”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만일 지구에 생명체가 없다면 지구의 대기와 온도는 이웃한 행성인 금성이나 화성과 비슷하여, 즉 지금보다 훨씬 혹독하여 오늘날 지구 생명체 대부분이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지구의 온도가 평균 섭씨 290도에서 50도 상하로 오르내린다면 미생물 외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생명체도 창조사역에 가담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온난화에 대해서도 ‘피조된 공동창조자 대부분을 멸종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인간은 자신이 ‘불멸의 자아’(the immortal self)라는 개념을 버리고 모든 생명체들과 ‘생명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생태계 위기 돌파하려면 신학적 사고방식의 근본변화 동반돼야”

▲김경재 명예교수

김경재 명예교수는 한국 조직신학 분야에서 자연•생태신학의 지형도를 그리는 작업을 시도하며, “자연생태계 위기를 돌파하려면 신학적 사고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김 교수는 세계 신학계의 조류 안에서 생태신학이 태동된 배경부터 살폈다. 김 교수는 1980대 세계 신학계의 주요 동향으로 ▲해방신학 ▲여성신학 ▲오순절 신학운동을 꼽는 한편, 동시대 서구신학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신학계의 한 복판에서는 조직신학 부문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하며, 그 결실의 대표적 작품으로 율겐 몰트만의 <창조 안에 계신 하느님>(1985)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 책의 부제목이 <생태학적 창조론>이었다는 것을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며 “그 의미는 첫째, 신학의 중심주제가 ‘하나님의 인식’ 문제나 그리스도론으로부터 연유한 ‘해방의 정치신학’으로부터 ‘성령론적 생명신학’, ‘신자연신학적 창조신학’으로 옮겨간 것이며, 둘째, 당시 주류를 이뤘던 영지주의적 구원론신학이 비판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했다는 것, 셋째, 에큐메네(Oekumene) 신학이 글자 그대로 생명체가 살아가는 전 지구의 살림신학으로 자각되었다는 것이다”고 생태신학의 태동을 설명했다.

그러나 유럽신학계의 이러한 풍향 변화가 “한국 신학계와 한국교계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세계 신학계의 조류에 뒤쳐져 있는 한국 신학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 ‘20세기 자연과학의 연구결과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철학적·신학적 담론을 재구성한 사상체계’라고 평가 받고 있는 알프레드 화이트헤드의 ‘과정사상’ 또한 한국신학계가 제때 흡수하지 못했다며, “자연생태계 위기를 돌파하려면 신학적 사고방식의 근본변화가 동반되어야 하는데 한국교계를 지배하는 일반적 경향은 아직도 17세기 개신교 정통주의가 지배하는 형국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생태신학의 국내 정착과 생태적 교회로의 전환을 위해 9가지 실천사항을 제안했다.

실천사항은 ▲성서해석학적 비판접근에 신도들을 과감히 노출시켜야 한다 ▲종교와 과학의 만남 모델에 있어 상호배타적 갈등모델이나 불간섭 독립모델을 지양하고, 상보적 대화모델에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모든 것이 상호 의존하면서 생태학적 통일성과 유기체적 한 몸을 형성하고 있다는 각성을 내면화해야 한다 ▲청빈의 회심운동과 자연·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기득권자의 개발논리에 대한 정치사회적 저항을 병행해야 한다 ▲성경의 자연·생태적 성구들에 대한 재해석이 요청된다 ▲서구 기업체의 사업 확장의 종교적 모방과 고전경제주의에 부합하는 현 목회행태를 개혁해야 한다 ▲교회조직부서 안에 ‘생태환경위원회’(가칭)을 두고 기독교환경연대와 실천적 연대활동을 해야 한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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