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나핵집 목사)는 7월27일(목) 오후2시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정책협의회 "화해의 길, 통일의 길"을 개최했다. 이 날은 정전협정 64주년이 되는 날인데, 기조강연은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맡았으며 강연주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환경과 출로"였다.
정 장관은 중국 시진핑의 등장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여건이 불리한 점을 먼저 지적했다. 미중 간에는 동아시아 패권경쟁이 본격화되었고 미국이 북핵문제를 구실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북한은 ICBM 등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는데다 강화된 자급자족 체제로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 있다. 그리고 북한은 이미 5차 핵실험을 성공했기 때문에 6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사거리가 연장된 ICBM의 시험발사 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국제적 여건이 불리한 데다 국민 여론도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정부정책 기조의 변화와 남북대화를 거부하는 북한당국의 태도에 대해 실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현 정부가 대북정책 추진에 필요한 동력이 줄어들고 있는 시점이다.
정 장관은 이 상황이 김대중 정부 1년차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선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주도하는 중에 북한이 일본열도를 가로질러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국과 일본의 여론 및 국내여론이 악화일로에 처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는 금강산 관광을 추진함으로써 햇볕정책에 대한 신뢰를 증대시켰다. 이로 인해 남북정상회담까지 성사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이런 상황일수록 대북특사 파견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미 대남 도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장외 압박전술만 쓰지 말고 '호랑이 굴'에 들어가서 담판을 해야 한다. 미국이 대북압박을 고집한다면, 그 역할을 미국에 맡기고 우리는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지라도 협상부터 시작하는 것이 비핵화와 평화조약 체결이라는 출구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강연에 이은 논찬 순서에서 서보혁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핵 무장력을 이용해 공세적인 대외, 대남 정책을 전개할 것을 예상하면서 정부간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가 세계교회협의회(WCC)의 선교과제로 채택되기도 한 만큼 교회가 '평화만들기 전도사'가 될 것을 요청했다. 한충목 6.15 남측본부 상임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로 출범한 "촛불 정권"이므로 촛불 민심의 통일 의지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마무리 발언에 나선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통일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있어서 "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충목 대표의 지적에 동의를 표했다. 서 교수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일명 88선언)에는 7.4 공동 성명의 3대 원칙(평화, 자주, 이념 초월)에 인도주의 원칙과 민의 참여 원칙이 더해져 5대 원칙이 제시되어 있다. 1988년 NCCK가 88선언을 발표한 후 서 교수는 이삼열 박사 등과 함께 당시 통일원 장관이었던 이홍구 박사(나중에 총리) 초청으로 통일부 세미나실에서 실국장 10여 명에게 3시간 넘게 88선언을 설명하면서 한국교회의 평화통일 열망, 즉, 민의 입장을 전달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통일원이나 통일부는 북한 민간인, 교회 지도자들과 만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했다고 오히려 벌금 폭탄을 부과하는 등 "반민족적, 반통일적, 그리고 반민(民)적"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민의 목소리, 교회 통일운동가들의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어 서 교수는 NCCK화해통일위원회가 전, 현직 위원장을 중심으로 성명서를 작성하여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서 논평하고 한국교회가 제안하는 바를 정리하여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