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4월 경동교회에서 열린 한-독 에큐메니컬 연합예배 전경 ⓒ경동교회 미디어선교위원회 |
26일 오전 11시 30분. 2부 예배가 시작될 무렵 서울 장충동 소재 경동교회(박종화 목사) 예배당에는 평소와는 달리 금발 머리와 흰 피부를 가진 많은 백인들이 장의자에 자리를 잡고, 정렬해 앉아 있었다. 경동교회에서 작년부터 시작된 한·독 에큐메니컬 연합예배가 열린 것.
부활절 셋째 주일인 이날 한국과 독일 교회 성도들은 국적과 인종이란 울타리를 벗어나 함께 예배를 드리고, 교제하며 다양성 속의 일치를 경험했다.
예배 순서지도 한국어와 독일어가 나란히 게재돼 있어 한국과 독일 교회 성도들은 교독문, 공동기도, 중보의 기도 등을 인도자인 박종화 목사와 함께 동독하며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설교 시간엔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와 독일교회 J.Denker 목사가 사이 좋게 각각 10분씩 강단에 올라 모국어로 설교했다. 하지만 설교의 주제는 같았다.
▲ 설교하는 J.Denker 목사 ⓒ경동교회 |
'선한 목자'란 주제의 설교에서 먼저 말씀을 전한 J.Denker 목사는 지난 4월 김일성 주석의 생일 즈음 방북했던 이야기를 전해 관심을 모았다. 동·서독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는 이 독일 교회 목사는 “동독의 아픔을 마음에 간직하고 북한에 다녀왔는데 역시 마음이 아팠다”며 “종교를 하는데 이데올로기가 얼머나 심각한지 북한에 예수가 없는 것 같았다”고 방북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강단에 오른 박종화 목사는 본인의 신앙고백을 통해 '선한 목자' 예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 “우리에게 목장의 주인이신 예수는 어떤 분인가”라고 물음표를 던진 박종화 목사는 이어 자신이 믿는 예수 그리고 하나님을 고백했다.
“저는 제 앞에 있는 하나님이란 분이 저하고 멀리 떨어져 계셔서 제가 살아가는 하나 하나의 모습을 보고, 지금 밥 먹지 마라. 가지 마라. 사고 난다. 마음을 고쳐라 이렇게 말씀하신다면 저는 그런 하나님을 믿지 않겠습니다. 제 삶에서 멀리 계시면서 제 사고 방식에서 멀리 떨어져 계시면서, 혼자 앉아서 명령만 하시는, 저는 그런 신은 필요 없습니다. 그런 하나님은 믿을 가치가 없습니다. 그런 신을 믿으면 신학 공부도 목사도 안했을 것입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신학을 통해 알게 된 하나님을 고백했다. “높은 곳에 계시지만, 내가 고통스럽고 아플 때 함께 울어주시는 하나님. 내가 배고플 때 먹을 것 한톨을 챙겨주시는 하나님. 마음이 힘들고 눈물 날때 오셔셔 함께 울어주시는 하나님. 저는 그 하나님이 제 하나님이라고 믿습니다”
▲ '선한 목자' 예수에 관해 설교하고 있는 박종화 목사 ⓒ경동교회 |
박종화 목사는 “하나님이 제 죄를 대신 지고 가는 어린양처럼 예수가 보이는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보이는지 그렇게 보이면 그 예수는 참 예수, 참 하나님이다”라며 “저는 그런 하나님을 믿고 싶고, 그런 하나님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얼굴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양들을 보호하시는 예수라는 선한 목자가 우리 밖에 있는 자들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하셨다”고 말한 그는 “예루살렘만 시온산에만 (우리가)있어야 하나? 예수의 어린양과 같은 마음이 있는 곳마다 예루살렘을 넘어 독일, 한국, 남미, 아프리카. 세계 어디든 고통이 있는 곳마다 희망이 필요한 곳마다 예수의 양 우리가 어디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종화 목사는 경동교회 목사로 재직 중인 것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예배도 예배지만 외국인 근로자 무료 진료, 탈북인 돕기, 독거노인 돕기 등 사회 구제 및 봉사 활동에도 많은 사역을 펼치고 있는 경동교회이기에, 교회라는 울타리 안 뿐 아니라 밖에서도 열심으로 일하는 경동교회의 목사로 섬기는 것이 기쁘다는 것이다.
이어 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개념을 넘어 하나의 큰 울타리라는 개념을 도입해 '오이쿠메네'라는 에큐메니컬의 원뜻을 잠시 짚어보기도 했다. 박종화 목사는 “에큐메니컬이란 교회 일치를 말하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하나의 큰 집안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마찬가지로 예수는 본래 세계적인 구세주고, 이스라엘에만 머물지 않았다”면서 “이스라엘을 특별히 사랑하지만, 세계 구석 구석으로 그 사랑이 전파되길 바라셨다”고 했다.
이날 설교에 앞서 주한 독일 Fr.Claudia Schmitz 부대사가 예배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에큐메니컬 한·독 연합예배가 열린 것을 축하드린다”고 했고, “가끔씩 예배에 참석하는 데 올 때마다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이 교회 강당이 너무 아름다워서이고, 귀가 열리는 것이 성가대의 찬양 때문”이라고 했다.
또 지역사회의 불쌍한 이웃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경동교회의 활발한 사회 선교 활동에 감사의 뜻을 담아 작은 헌금 봉투를 당회장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에게 건네기도 했다.
한편, J.Denker 목사의 축도로 연합예배를 마친 뒤 한국과 독일의 두 나라 목회자들은 예배당이란 우리를 떠나 우리 밖으로 나아가는 한국과 독일 교회 성도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고, 식사 교제 시간에도 함께 했다.
지난해 4월 12일 첫 한·독 에큐메니컬 연합예배를 드린 경동교회는 매해 한번씩 한국과 독일 교회 성도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