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인가? 아니면 소신인가?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 말이다. 김 의원을 포함한 국회의원 28명은 내년 1월1일 시행 예정인 종교인과세 시행 시기를 또 다시 2년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9일 발의했다.
기자는 종교인과세에 대해 수차례 시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자는 지난 7월3일자 보도를 통해 이렇게 적었다.
"정치권에 바란다.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인과세를 유예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2018년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보수 교회의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종교인과세를 또 다시 유예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미 시행을 앞둔 종교인과세는 입법 당시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시행시기를 2018년으로 미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와중에 또 정치적 이유로 미뤄지면 종교인과세는 계속 미뤄질 수 밖엔 없다. 종교인과세가 47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이 종교계, 특히 보수 기독교계를 의식한 탓이다."
이번 종교인과세 유예 법안 발의는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정치권은 예측 가능한 행보를 취했다. 그간 진보 성향의 기독교계 언론과 교계 연합체가 한 목소리로 종교인과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일반 언론들까지 나서서 여론을 일으켰지만, 정치권은 자신들의 논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여론 흔들고 해외 나간 김진표 의원
이번에도 종교인과세 유예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총대를 멨다. 김진표 의원의 법안 발의 배경이 궁금해 의원실과 지역구 사무실에 연락을 취했다. 지역구 사무실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김 의원이 해외에 나가서 연락이 안된다는 것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논란을 일으키고 해외에 나가는 장면은 익히 봐왔다. 그가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는지는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적어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법안을 발의했다면 그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밝혀야 함에도 호기롭게 해외로 나가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
종교인과세 유예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공동 법안 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더민주 전재수 의원은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와 보좌진 사이에 착오가 있었다. 공동발의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누차 언급하지만 종교인과세가 1968년 처음 논의된 이후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종교, 특히 보수 개신교계와 정치와의 유착, 그리고 정치권의 이해관계였다.
부디 새정부에게 바란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 종교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지만, 이 나라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성역에 머물러 왔다. 이젠 이 성역을 걷어내야 한다. 이미 새정부는 종교인과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어떤 정치적 방해공작이 있더라도 정책 기조를 지키기 바란다.
김진표 의원은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장로-전아무개 권사 부부가 공관병 갑질로 물의를 일으키더니 김 장로는 종교인과세 유예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적폐가 비단 박근혜 전 정권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데 국한되지는 않는다. 적폐는 따로 있지 않다. 마땅히 시행해야 하는 종교인과세임에도 발목을 잡는 김진표 의원 역시 적폐다. 김 의원은 또 한국교회의 수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