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장식 칼럼] 종교다원주의 시대 하나님의 전사들과 기독교 선교

한신대 명예교수

작년에 서울의 어느 한 장로교회가 아프가니스탄에 청년들로 구성된 단기의료봉사단 20여명을 파견했다가 알카에다 회교 근본주의 테러단에 납치되어 목사와 청년 두 사람이 살해되고 여타의 대원들은 한국정부의 힘겨운 외교활동으로 풀려나왔다. 이 때 한국 국민들 사이에는 기독교의 무모한 선교활동에 대한 비난이 있었다.

근래 예맨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4인이 역시 회교테러단원의 자살폭탄으로 죽고 부상자가 생겼을 때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이전에 한국교회 청년단기선교단이 거기에 가서 회교를 비판하고 예수를 전한 일로 해서 한국인에 대한 적개감이 야기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모 일간신문에서 어떤 분이 기고하여 말하기를 그 청년선교단은 예멘에 가서 기독교 복음이 아니고 한국문화를 소개하였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분명하지 않으나 기독교 청년들이 거기가서 선교대신 한국문화 선전운동을 하였다는 것은 좀 의아하게 생각된다.

아무튼 제2차 세계대전 후 시작된 동서간의 정치적 냉전이 러시아의 고르바초프의 페르스트로이카 신사고 운동으로 해빙시대가 열렸으나 세계의 유수 종교들 사이의 종교적 냉전시대가 오리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그 예측대로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충돌이 생겨 인근의 회교국가들에 번져가서 유대교와 회교사이의 무적전투와 함께 종교투쟁이 전개되었고 이 지역의 한국교회의 선교사들이 무서운 박해를 받게 되었다.

작년에 미국의 유력한 방송사 cnn의 특파여기자 한명이 그 나라들에 깊숙히 들어가서 심층취재해서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여 보도한 일이 있었다. 그 기자가 얻은 결론적인 그들의 전쟁의 성격은 야훼 하나님의 전사들 사이의 싸움이고 그 전사들은 한결같이 각기 종교의 근본주의자(원리주의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근본주의는 옛날의 다윗왕국의 재건과 이웃 나라의 정복이라는 시온주의이며, 회교도의 근본주의는 모하메드 종교의 절대화와 배타주의인데 이들이 다같이 야훼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다. 아무튼 배타주의 종교사상은 오래된 것이지만 근년에 일어난 세계화운동과 다원주의사상이 다양한 종교나 민족이나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을 구가하고 있으나 아직도 아시아에서 재래종교인 불교와 힌두교가 우세한 나라들에서는 기독교를 박해하거나 비관용적 정책을 쓰고 있어서 종교적 냉전이 현실이기도 하다.

반면에 기독교계를 보면 대체로 유대인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의 전쟁에서 유대인들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듯 하다. 특별히 지금 싸우고 있는 유대인들을 노골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교회들이 미국에 있는데, 이 교회들은 유대인 시온주의 즉 이스라엘의 회복을 기원하며 기다리는데 그들은 대체로 신학적으로 극도로 보수주의적이며 근본주의 적이다. 미국정부가 유대인 편에서서 오랫동안 지원하는 까닭도 미국교계의 근본주의 종교세력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 예수그리스도는 유대인들의 정치적 회복과 세계재패사상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고 자기 나라는 하늘에 있다고 하였다.

종교적 신학적 근본주의를 외치는 종파들이 세계평화를 지향하는 현대종교다원주의 운동에 대한 반동세력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그들의 전쟁행위와 테러행위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중동의 많은 회교국가들안에 있지만 반면에 평화와 공존을 정책으로 하는 중동국가들의 정책들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정책을 세운 회교국가들이라 할지라도 기독교선교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비관용적이다. 그러므로 회교국가들 안에서의 기독교선교정책은 근본주의적 기독교 선교정책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더구나 선교훈련과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회교국가에 단기선교로 파송한다는 것은 무모하다.

청년들의 신앙혈기로 모하메드를 폄하거나 석가나 힌두교를 부정하게 되면 선교의 길을 막는 것이 된다. 한국교계에는 근본주의적 신학과 신앙의 열광주의와 배타주의 경향이 뚜렷하게 운동하고 있다. 기독교선교는 18세기 또는 19세기 초기 개신교 선교사들처럼 선교지의 재래종교나 문화나 전통을 도매값으로 정죄하고 정복하려는 기세는 서구의 식민의 세력의 전성시대의 선교사들의 기세였다.

필자가 케냐에서 선교하고 있었을 때 한국에서 한 장로가 선교하러 와서 현지인 전도사들을 채용하여 전도하여 천막교회를 세우고 있었는데 회교도 모슬렘 사원앞에 가서 회교들에게 예수믿고 구원받으라고 소리치고 다니다가 회교도들에게 붙들려 봉변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는 얼마동안 선교하다가 케냐를 떠나서 이집트로 갔다. 이런식으로 선교하는 사람이 오늘날에도 한국교계안에 있다는 말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짝지어서 전도자로 파송하실 때 당부한 말씀이 지혜는 뱀같이 하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게 복음을 전하라는 것이었다. 로마제국 통치 하에서 기독교선교를 저해한 전도자들은 조속한 재림과 함께 로마제국이 멸망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것은 박해를 자초한 열광주의 선교였다.

반면에 기독교진리를 로마정권자들이 이해하도록 변증해서 박해를 면하게 하도록 노력한 교부들 중에 터툴리안은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을 위하여 기도한다고 말하면서도 로마의 영광의 상징인 저 콜로세움이 무너지기까지는 로마제국이 존립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가 로마제국의 말로를 멀리 내다본 말이었다.

지난 19세기에 기독교 세계선교가 급진적으로 온세계로 확장하여 교회들이 급속하게 성장해 아시아의 재래종교들이 그 정신적 영토를 기독교에 빼앗겼을 때 서양선교운동가들은 제20세기를 세계의 종말로 보고 예수님이 재림하실 거싱라고 말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세계종말을 고하는 전쟁처럼 보였고 원자탄도 터졌다. 그러나 그것이 세계의 종말을 가져오지 않았다. 복음이 땅끝까지 들리면 세상에 종말이 올 것이지만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종교다원주의 시대이면서 또 지구 한 구석에서는 종교간의 냉전이 빚어지고 있는 이 현실에서 기독교선교 정책은 보다 더 원시적(遠視的)이고 평화적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선교는 미국교회 다음가는 것이어서 한국을 선교대국이라고 자찬하고 있고 한국교회의 선교열정은 미국교회보다 더 뜨거울 수 있다. 그러나 뜨겁기만 하면 화재가 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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