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등학생들의 고민거리 1순위는 입시다. 그렇다면 교인들 중 청소년부의 고민거리 1순위는 당연히 입시고, 교인들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부모’들도 사교육이 가장 골칫거리일 것이다. 그러나 교회는 기껏해야 수능기도회를 여는 정도에 그쳤을 뿐, ‘입시’ 문제에 대해서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이에 교회 밖에서부터 교육개혁과 기독교적인 교육을 외치는 운동들이 일어났는데, 대표적으로 좋은교사운동(대표 정병오)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함께 출범시킨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2007~)과, 박상진 목사(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방선기 목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 정병오 교사(좋은교사운동 대표)가 함께 출범시킨 ‘입시·사교육 바로 세우기 기독교 운동’(2008~, 이하 입사기)을 들 수 있다.
▲28일 ‘한국 교육, 교회가 살리자!’ 에서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대표가 입시, 사교육문제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현재 두 운동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어, 28일 영락교회 50주년 기념관에서 국민일보·입사기 공동주최로 열린 ‘한국 교육, 교회가 살리자!’ 세미나에는 목회자들 100명 이상과 기독학부모들 100여 명이 참석해 교육에 대한 교회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입사기 정병오 교사는 “이번에 입사기는 목회자 5분을 공동대표로 더 모셨으며, 목회자들이 참여하는 입시·사교육 세미나를 더욱 활성화하여 교육문제에 한국교회가 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이 밝히는 입시·사교육 문제와 대처 방안, 과연 무엇인가?
입시·사교육 문제와 교회의 책임
입사기의 주축 중 한 명인 박상진 교수(장신대)는 “우리나라 교육 경쟁의 뿌리에는 죄가 있고, 죄의 뿌리에는 욕망이 있다”는 말로 “입시 전쟁=죄의 결과”라고 일축했다.
하나님이 본래 원하시는 교육의 모습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 하나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고, 각자에게 독특한 선물로 주신 은사를 계발하고 실천하는 것’이었으나, 죄로 인하여 교육의 영역은 욕망의 각축장, 생존경쟁과 만인의 투쟁의 자리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또 그 ‘죄’를 부추기는 사회적 요소는 출세주의와 가족주의를 지향하는 유교적 문화, 성공신화에 절대 비중을 두는 언론매체, 주위 사람들의 가치관, 개인의 가치관, 허영, 욕심 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독교적인 교육 개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사기는 주장했다.
그런데 왜 꼭 교회가 해야 하나? 교육개혁이 교회로부터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교육의 문제는 가정의 문제이며, 가정의 문제는 목회와 직결됐기 때문이다. 이에 목회자들이 교육문제에 있어 깨어나야 한다고 입사기는 강조했다. 다행히도 많은 목회자들이 교육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작년 10월 본 협의회 소속 15개 교단의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7%가 ‘입시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며, 목회자 자녀교육에 대해 느끼는 심각성에 대해서도 37.8%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하였다.
정병오 교사는 “한국교회는 입시·사교육 문제를 풀어갈 능력을 잠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문제에 끌려가고 있고, 결국 복음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 청소년들이 미래의 바람직한 일꾼으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이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How’가 중요하다 - 대처 방안은?
입사기는 교육현장에 몸 담고 있는 교사들과 교육연구가들, 또 이 운동을 교회라는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목회자들로 골고루 구성된 만큼 학교와 학원 현장, 교회 현장에 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우선 ‘목회자’ 교육이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할 것인데, 교육과정 내용은 교육고통과 인간의 죄, 기독교적인 자녀교육관, 기독교적 입시이해, 교인들의 교육의식 개혁을 위한 목회전략을 포함할 것이다”고 입사기는 밝혔다. 또 보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목회자가 설교를 통해 교인들로 하여금 성경적인 자녀교육의 관점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목회자 자신부터 자녀교육과 목회방식을 변화시켜나가는 것을 꼽고, 이에 대한 운동 컨텐츠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기독학부모’ 세우기다. 이는 말 그대로 학부모들을 -> 기독학부모로 세우는 교육을 말한다. 박상진 교수는 “진정한 크리스천 부모란, 자신이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예수를 믿는다”며 학부모들의 가치관 자체가 뿌리 채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학부모 교인들을 대상으로 ‘기독학부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사기는 주장하며, “비슷한 자녀 연령대별로 그룹을 형성하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깨달은 것을 실천하는 워크샵 방식이 바람직하다. 또 몇 주간의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기도하며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실천법을 제안했다.
또 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모-자녀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부모가 한 과목 가르치기 운동’, 사교육을 구체적으로 줄이는 ‘사교육 다이어트 운동’, 기독학부모 각자가 좋은 옆집 아주머니가 되어 새로운 가치관을 전파하자는 ‘좋은 옆집 아주머니’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입시 고통의 한복판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전략으로는 ‘교회학교 학생들을 위한 기독교 세계관 교육’ 운영, 교회 방과 후 학교 운영, 주말학교 및 대안학교 운영, 교회학교 학생들을 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개설 등이 모색됐다.
아직 ‘실천’보다는 ‘전략수립’의 단계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실천하는 움직임이 있고, 입시·사교육 문제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지도가 높아져가는 것은 입사기 운동의 미래가 긍정적이라는 지표가 되고 있다. 정병오 교사는 “앞으로 이 운동은 더 탄력 받을 것이고, 정부와 대학의 입시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