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야고보서에 나타난 행함 있는 믿음

임태수 박사(호서대명예교수/ 제2종교개혁연구소 소장)

1. 야고보서는 "지푸라기 서신"이 아닌 "복음의 서신"

종교개혁자 루터가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서신"이라고 폄하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루터는 1522년 9월에 출판된 이른바 『9월성서』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야고보서를 비판하였다.

첫째, 야고보서는 바울과는 반대로 "행위에 의한 의(義)"를 가르친다.

둘째, 야고보서는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율법을 설교하며, "하나님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만"을 설교한다.

셋째, 요한복음, 바울서신 등 다른 책들과는 달리"야고보서는 지푸라기 서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야고보 서신에는 복음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루터가 말한 바와 같이 야고보서가 지푸라기처럼 무가치한 책인가? 그렇지 않다. 루터가 야고보서를 무가치한 책으로 본 것은 "오직 믿음으로"(sola fide)라는 종교개혁의 관점 때문에 야고보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결과였지, 결코 야고보서 자체가 무가치한 때문은 아니었다. 루터는 야고보가 "하나님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만을 설교한다"고 말했는데, 야고보서는 복음서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복음의 서신"이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 야고보서는 "하나님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만"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믿음"에 관해 말한다.

야고보는 1장 1절에서 자기 자신을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종 야고보"라고 소개한다. "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서 "주"(kyrios)란 말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야고보서에 "주"란 말이 15번 나오는데, 그 가운데 5번은 하나님을 가리키고(3:9; 5:4, 10, 11[2번]), 10번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1:1, 7, 12; 2:1; 4:10, 15; 5:7, 8, 14, 15). 이것은 야고보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인정하고 야고보서를 썼음을 말해준다.

다음으로 야고보서에 사용된 12개의 "믿음"(pistis)이란 명사 가운데서 1:3, 6; 2:1, 5, 14, 17, 18, 20, 26; 5:15 등이 말하는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말하고, 나머지 2개만(2:22, 24)이 "하나님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에 대하여 말한다. 여기에 덧붙여 2:19, 23에서 "믿는다"(pisteuō)는 동사 형태로서 "하나님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에 대하여 말한다. 이렇게 본다면 야고보서에 사용되고 있는 믿음에 관한 말은 명사와 동사를 합하여 모두 14개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개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믿음"을 말하고, 4개가 "하나님에 관한 일반적인 믿음"에 대하여 말한다. 다시 말하면, 야고보서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믿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야고보서는 행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야고보서 전체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3. 행함 있는 믿음(fide cum opere)으로 구원

1장에서 행함을 강조한 야고보는 2장에서는 더욱 강도 높게 행함을 강조한다. 야고보는 2장 1-13절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모일 때, 부자들은 환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냉대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2장 14절에서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고 질문한다. 행함 없는 믿음으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어서 2장 15-17절에서 야고보는 이렇게 말한다:

"15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16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덥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17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15-16절 말씀은 마태복음 25장 31-46절의 최후심판비유를 연상시킨다. 이 비유에서 헐벗고 굶주린 이웃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헐벗은 자들에게 옷을 입힌 양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창세로부터 예비된 나라(천국)에 들어가는" 은혜가 주어졌지만(마25:34-40), 헐벗고 굶주린 이웃을 보고도,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지 않고, 헐벗은 자들에게 옷을 입히지 않은 염소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마귀와 그 사자들을 위하여 예비된 영원한 불(지옥)에 들어가라"는 저주가 주어졌다(마25:41-46). 이 최후심판비유에서와 마찬가지로 야고보는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없다고 선언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야고보가 말한 구원의 길이,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구원의 길과 같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행함 없는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주어지지 않고, "행함 있는 믿음"의 사람들에게만 구원이 주어지는 구원론이 복음서와 야고보서에 동일하게 나타난다. "행함 있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야고보의 구원론은, "행함 있는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는 복음서의 구원론(마7:21; 24-27; 25:31-46; 눅10:25-28; 요5:29; 8:51-52))과, "행함 있는 믿음으로 구원 얻는다"는 바울서신의 구원론(고전6:8-10; 13:1-7; 갈5:19-21; 엡5:5)과 일치한다. 이런 의미에서 야고보서는 "지푸라기 서신"이 아니요, 복음서와 같은 구원의 진리를 담고 있는 "복음의 서신"이다. 복음서와 바울서신, 그리고 야고보서가 "행함 있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행함 없이, 오직 믿음으로만 구원 얻는다"(Faith alone, without works, justifies, makes free and saves)고 주장한다. 이런 루터의 주장은 성경의 진리에서 벗어난 주장이다. 루터의 이런 "오직 믿음으로만의 구원론"은 성경적인 제2종교개혁의 "행함 있는 믿음(fide cum opere)으로의 구원론"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4. 두 종류의 믿음: "행함 있는 믿음"과 "행함 없는 믿음"

2장 18절에서 야고보는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너는 믿음이 있고 나는 행함이 있으니 행함이 없는 네 믿음을 내게 보이라 나는 행함으로 내 믿음을 네게 보이리라 하리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야고보는 두 종류의 믿음, 즉, "행함 있는 믿음"과 "행함 없는 믿음"이 있음을 분명하게 말한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행함 없는 믿음"으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행함 없는 믿음"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하루 속히 우리가 "행함 없는 믿음"을 "행함 있는 믿음"으로 바꾸지 않으면, 비어가고 무너져가는 한국교회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5. 두 종류의 의(義): 믿음으로 얻는 의(以信義化)와 행함으로 얻는 의(以行義化)

2장 21-23절에서 야고보는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은 아브라함이, 행함으로도 의롭다함을 받은 사실을 설명한 다음, 24절에서 "이로 보건대 사람이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고 믿음으로만은 아니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종류의 의(義), 즉, "믿음으로 의롭게 됨"(以信義化)과 "행함으로 의롭게 됨"(以行義化)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은 루터 이후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인정되고 있지만, "행함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야고보가 2장 24절에서 "행함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있고, 복음서(마5:20; 마25:37)와 바울서신(롬2:13; 8:4)도 "행함으로 의롭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야고보서는 "지푸라기 서신"이 아니요 복음서의 진리를 담고 있는 "복음의 서신"이다.

이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루터의 종교개혁신학을 넘어서서, "행함 있는 믿음(fide cum opere)으로 구원," "두 종류의 믿음, 즉, '행함 있는 믿음'과 '행함 없는 믿음,'" "두 종류의 의(義), 즉, '믿음으로 얻는 의'(以信義化)와 '행함으로 얻는 의'(以行義化)"를 주장하는 제2종교개혁신학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