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기후변화의 현실과 교회의 대응(1)

글·장윤재(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 한국교회환경연구소장)

하나님의 세계는 사랑스러운 세계다. 과학자들은 종종 신학자들보다도
이 세계에 대한 사랑에 더 깊이 빠져든다. – 허먼 데일리.

들어가는 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태계와 환경 문제는 그리 절실한 이슈가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하면 코웃음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온이란 본래 계절별로 혹은 수 백 년이나 수 만 년을 주기로 변하는 것인데 왜 나리법석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 혹은 기후붕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환경위기시계’는 2008년에 이미 9시 3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앨 고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 은 지구의 대기권이 얼마나 얇고 연약한 존재인가를 잘 보여주었으며, 다큐 「지구온난화 - 6도의 악몽」은 만약 지구 최후의 날이 온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으로 올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이미 0.8도가 올랐다. 문제는 시간이다. 션 맥도나(Sean McDonagh)가 『기후변화』에서 반복해서 말하듯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안에 인류가 생태적 문명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런데 기후변화는, 윤순진 교수가 잘 지적하듯이, “자본주의 경제의 생태적 전환, 아울러 물질지향적인 자본주의적 가치와 인식의 생태적 전환을 촉구하는 자연의 메시지”임을 인식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환경문제는 자연 스스로가 만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문제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경제 활동이 빚어낸 문제다. 그렇다면 생태 위기의 극복은 경제 문제의 해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원래 ‘생태’(ecology)라는 말과 ‘경제’(economy)라는 말이 ‘한 집안’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에서 파생된 말임을 유념하자. 만약 지금까지의 생태운동과 환경선교가 마치 자연에 대해 남다른 감수성을 가진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잘못 여겨졌다면, 그리고 만약 이 운동이 왠지 앞으로 힘있게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를 맴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그동안 ‘생태’와 ‘경제’라는, 한 마차의 두 바퀴 가운데 한 바퀴만 돌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북미의 생태여성신학자 샐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가 말하듯이, 기독교가 “(자연) 사랑,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경제학 없는 사랑은 공허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환경 문제는 기본적으로 산업의 문제이고 구조의 문제다. 현재 환경문제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대량생산-대량소비의 경제구조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각 개인과 가정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운동과 환경선교에서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것은 현재의 파멸적 인류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적 논의와 전문적 정책대안의 제시인 것이다. 27년 전 이 땅에 환경운동의 모체인 ‘한국공해문제연구소’가 출현한 가장 큰 역사적 의미도 기존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이다.

우리의 싸움은 허공의 바람과의 싸움이 아니다. 결국 우리의 싸움은 시장 만능주의자, 발전 근본주의자들과의 싸움이다. 때문에 필자는 먼저 현재의 ‘경제 위기’로부터 시작해 ‘생태 위기’의 문제로 나아가려 한다. 그리고 그 두 위기를 하나의 위기로 인식하면서 그에 대한 총체적 대안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나아가 그 대안을 위한 새로운 신학적 상상과 구상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의 현실과 교회의 대응(2)-에서 계속


※본 논문은  3주에 걸쳐 매주 화,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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