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성주 부지에 반입되는 과정에서 경찰이 ‘종교케어팀'을 꾸려 현장에 있던 종교인들을 연행한데 대해 종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장에 있던 원불교 교무 및 개신교 목회자, 가톨릭 신부 등은 종교케어팀이 십자가 등 각 종교의 천막과 성물을 훼손하고 종교인들을 능멸했다며 분개했다.
먼저 개신교계가 목소리를 냈다. NCCK정의평화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생명평화마당, 촛불교회,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향린교회사회부,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전국예수살기 등 개신교계 사회단체는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사드 저지 기독교 현장 기도소 파괴규탄 기자회견 및 기도회'를 열었다.
대구 새민족교회 백창욱 목사는 경과보고를 통해 경찰의 종교천막 훼손은 ‘사유지 침범이자 종교부지 침범'이라고 규정했다. 현장에 있던 ‘평화를 만드는 교회' 강형구 장로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임시발사대가 진입하면서 경찰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을 가했다. 이때 개신교 천막이 걱정됐다. 각종 성물과 개인물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막에 가보니 경찰이 십자가를 밟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이 나라가 미국의 식민지구나,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이곳에 없구나 하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상임대표인 강해윤 교무 역시 종교케어팀에게 날을 세웠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경찰은 바뀌지 않았다. (중략) 특히 현장에서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경찰이 종교케어팀을 꾸린 것이다. 현장에 있던 분들은 이 무슨 코미디 같은 짓인가 하고 웃었다. 경찰의 머리에서 나온 게 겨우 이정도인가 하면서 말이다.
종교케어팀은 종교를 전혀 케어하지 않았다. 이름만 종교케어였지 이들은 교무들을 끌어내고 십자가를 짓밟았다. 특히 여성 원불교 교무들의 상징과도 같은 머리채를 풀어해쳐 잡아 챘다. 이게 무슨 종교케어팀인가? 이러고도 그들이 안전한 집회 관리를 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개신교 단체들은 이번 사태를 "경찰이 촛불혁명 앞에 환골탈태할 자세를 갖기 보다 오히려 기세등등해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의 몽둥이로 다시 회귀했다는 걸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회견을 마친 이들 단체들은 ‘현장 기도소 파괴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문'을 전달하고자 전쟁반대평화실현국민행동 공동대표 조헌정 목사, 토지강제수용철폐 전국대책위 박성율 목사, 고난함께 진광수 목사 등으로 대표단을 꾸려 경찰청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러자 대표단과 기도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진입저지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경찰청 정문 앞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개신교계에 이어 5대종단(가톨릭, 원불교, 개신교, 불교, 천도교)이 꾸린 종교평화연대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아래는 종교평화연대가 발표한 성명 중 일부다.
"십자가는 밟혀서 흙투성이가 됐다. 제대는 뒤집히고 성물들은 내팽개쳐졌다. 법복은 찢겨지고 벗겨졌다. 성직자들은 사지가 붙잡혀 들려나갔다. 기독교 기도소는 완전 초토화됐다. 그 안에 있던 성물과 물품들은 남김없이 망가졌다. 가톨릭 천막은 찢기고 짓밟혀 경찰의 점령지가 됐다. 원불교 컨테이너교당마저도 경찰은 흔들어댔다. 구부러지고 얽힌 천막골조는 처참하게 망가진 그 날의 풍경을 압축하고 있다."
종교평화연대는 이어 13일 오후 종교유린과 폭력진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