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주말드라마 <구해줘>의 이야기 전개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무엇보다 회를 거듭할수록 사이비 종교집단 ‘구선원'과 이에 맞서는 무지군 4인방의 대결이 점차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번 주말 방송분에선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조성하)와 구선원의 재정과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조완태(조재윤)의 정체가 살짝 드러났는데, 이들의 정체가 무척 흥미롭다. 조완태는 교도관 출신이었고, 백정기는 사기 전과 8범의 요주의 인물이다. 더욱이 백정기는 이전에 다른 교회에서 목회하다가 문제를 일으킨 전력도 있다. 백정기를 돕는 강은실(박지영)의 캐릭터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구선원에 잠입해 맹활약하는 석동철(우도환)의 존재는 이야기의 중량감을 더해준다.
왜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까?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묘미는 ‘구선원'이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실체를 실감나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백정기는 ‘마지막 때에 새 하늘님께서 구원의 배에 오를 이들을 선택하리라'는 교의를 설파한다. ‘구선'이라는 말 자체가 구원의 배라는 의미다. 이들은 자신들의 교의를 설파하기 위해 거짓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포교 전략을 ‘구원책략'이라고 포장한다. 강은실은 구원책략을 이렇게 설명한다.
"구원서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거짓으로 하든지 참으로 하든지 무슨 방도로 하든지 새하늘님의 말씀이 전파되는 일은 기쁜 일이니 새하늘님께선 계속 기뻐하리라."
그러나 기실 이들이 노리는 건 신도들의 돈이다. 이들은 헌금 명목으로 신도들의 돈을 빼앗아 호사를 누리고 지역 정·관계에 로비 자금을 뿌린다. 무지군 주민들은 이런 것도 모른 채 백정기의 말 한마디에 열광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심지어 한 신도는 사채까지 끌어들여 특별헌금을 바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열광할까?
상미 가족에게서 답을 찾아보자. 백정기는 임상미(서예지)에게 첫 눈에 반하고, 이후 그녀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눈독을 들인다. 상미의 가족은 원래 서울에서 살았다. 그러다 아빠 임주호(정해균)의 사업실패로 무지군에 내려온다. 상미 가족은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슬픔을 당한다. 상미의 쌍둥이 오빠 상진(장유상)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상미의 가족은 산산조각난다. 엄마 김보은(윤유선)은 실성하다시피했고, 아빠 주호 역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채 방황한다.
구선원은 바로 이때 상미의 가족에게 마수를 뻗친다. 백정기는 신도들과 함께 상진의 빈소를 찾아 설교한다. 그러면서 왜 상진의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느냐며 원망 섞인 기도를 한다. 방황하던 주호는 구선원에서 위안을 얻고, 결국 구선원의 일원이 된다.
사이비 종교가 이런 식이다. 사람의 가장 약하고 아픈 부분을 정확하게 파고들어 온다. 당장의 위로가 절실한 이들로선 고맙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이렇듯 사이비 종교만큼 사람의 성정을 잘 이해하는 집단도 없다. 처음엔 감언이설로 속이다가 나중엔 마음까지 훔친다. 이 단계까지 오면 사람들은 교주를 하느님으로 여기고, 그가 원하는 건 무엇이건 바친다. 돈도, 땅도, 그리고 자신의 인생과 영혼까지도 말이다. 더욱 불행한 건, 이 지경까지 왔어도 정작 본인은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오히려 교주의 눈에 든 걸 영광으로 여긴다. <구해줘> 10화에서 석동철은 구선원 잠입에 성공한다. 구선원 예배광경을 본 동철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봤는데, 거기 사람들 행복해 보이더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놓쳐선 안 될 지점이 있다. 구선원의 포교 방식은 비단 사이비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회의 대형화에 성공한 ‘정통' 교회들 역시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구선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세를 불려 나간다. <구해줘>에서 구선원 교주 백정기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흰 옷을 입고 등장한다. 아마 백정기의 카리스마를 강조하려고 이렇게 분장했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실제는 정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대형교회 담임목사라는 타이틀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소탈한 모습이라는 말이다. 목회자 스스로도 소탈한 모습을 연출하려 애쓰기도 한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를 담임하는 어느 원로목사는 은퇴 설교를 하면서 흰 소복에 지게를 짊어지고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 정통과 사이비의 경계는 모호하다. 물신주의가 팽배한 한국 개신교에서는 더 그렇다. 교회를 모독하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헌금 강요라든지, 인간의 약한 부분을 건드린다는 점은 정통교회나 사이비나 크게 차이가 없다.
정통과 사이비, 어떻게 구별할까?
정통과 사이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있다면, 종교단체가 교리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여부다. 만약 종교 집단의 지도자가 교리를 제 잇속 챙기기에 이용하면 사이비일 확률이 아주 높다. 반면 교리를 통해 세상의 잘못을 일깨우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살핌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 종교 기관은 아주 건전하다고 하겠다. <구해줘>가 단지 사이비 종교로 한정된 이야기로 치부하면 중요한 지점을 놓치기 쉽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구해줘>를 보면서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16일 방송된 13회차에서 특히 더 그랬다. 경찰인 우춘길(김광규)은 어느 날 무지군교회로 출동한다. 담임목사가 교회 앞에 부랑자가 있다고 신고해서다. 우춘길은 이 부랑자를 구선원에 넘긴다. 구선원의 조완태는 우춘길에게 감사의 표시로 뇌물을 건넨다.
교회 근처에 부랑자가 드러누워 있으면 안으로 불러들여 깨끗이 씻기고 배불리 먹여야 한다. 그게 교회가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는 오갈 데 없이 떠돌던 장 발장에게 잠자리를 제공해 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무지군 교회의 담임목사는 경찰을 불러 부랑자 처리(?)를 부탁하고, 경찰은 이 부랑자를 구선원에 넘긴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이지만, 현실의 교회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으나 한국 교회, 특히 부유한 강남의 대형교회들은 부랑자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개신교, 가톨릭, 불교 등 기성 종교 보다 사이비 종교집단의 교의에 솔깃하는 이유도 기성 종교가 당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한 탓이 크다.
이야기의 흐름을 볼 때, <구해줘>는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상미가 어떻게 구선원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지켜낼지, 그리고 석동철은 또 어떤 활약을 펼칠지, 한상환은 아버지와 어떻게 담판을 지을지 등등. 다음 주말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