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신학 전공 학생 33명이 결국 자퇴 결의를 실행에 옮겼다. 지난 9일 학생들은 "민주화의 선봉에 섰다는 한신을 우리의 자랑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2017년 9월 21일(연규홍 총장 인준 통과된 날 - 글쓴이) 우리의 자랑, 한신은 죽었다"고 선언하고 공개자퇴서를 낸 바 있었다.
신학 전공학생들은 13일 오전 경기도 오산 한신대 캠퍼스에서 채플을 마친 뒤 신학과 학과장실이 있는 필헌관까지 행진했다. 이어 이신효 ‘민주한신을위한 신학대학 대책위원회'(아래 신대위) 공동 대표 등 4명의 학생대표가 박경철 학과장에게 자퇴서를 전달했다.
학과장인 박 교수를 비롯한 신학과 교수들은 학생들의 자퇴서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신학과 이영미 교수는 학생 대표단에게 "학생으로서 마지막 결단이 자퇴다. 제자들이 내는 자퇴서를 받을 수 없다. 여러분들이 연 총장과 최선의 대화 노력을 한 뒤 자퇴서를 내달라"고 만류했다. 이어 교수들과 학생 대표단의 비공개 면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학생 대표단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신효 공동대표는 자퇴서 제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퇴서를 냈다. 또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교수들과 정기적으로 대화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결기 가득한 목소리들
자퇴서를 결의한 학생들의 목소리엔 결기가 가득했다. 신학전공 박시은씨(16학번)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고백했다.
"2016년 3월 입학하자마자 제 손으로 총장을 선출했으나, 이사회는 우리의 투표를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총장을 선임했습니다. 저항하는 학생들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총회에서 총장인준이 부결됐습니다. 학우들이 싸웠습니다. 사실 너무나도 무서웠기에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방관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가만히 있는 사이에 이사회는 다시 연규홍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고, 결국 이번 제102회 총회에서 인준됐습니다. 제가 가만히 있을 때, 제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한신은 죽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 학교 이아론 총학생회장은 재차 연 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80년대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한신대가, 기독교 장로회의 정신을 이어 소외된 이들의 옆을 늘 지키던 한신 신학이 어떻게 이렇게 추락해 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어찌 한신 신학를 배웠다는 목회자와 장로가 명예와 권력에 눈이 멀어 한신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있단 말입니까. 한신를 자랑스레 생각했던 신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어떻게 이렇게 산산히 조각낼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렇게까지 사태가 벌어졌는데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성의없는 담화문 한 장으로 사태를 무마시키려 할 수가 있단말입니까? 연규홍 교수는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십시오."
이날 기자회견엔 역시 총장 선임 문제로 내홍에 휩싸인 감신대 학생들도 참여했다. 감신대 노승혁씨는 연대를 강조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 민주화에 앞장서온 한신의 이름을 더럽힌 저들은 만행을 멈추어야 합니다. 저들은 한신 신학의 운명을 결정할 자격이 없습니다. 어제 감신의 학생들도 감신의 죽음을 선포했습니다. 한신도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활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끝까지 싸웁시다. 그리고 신학교를, 한국교회를 살립시다. 기득권의 안녕이 아닌 억압받는 민중의복음이 선포되게 합시다."
신대위는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연 총장 신임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