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임을 둘러싼 한신대 학내갈등으로 16일 기준 34명의 학생들이 자퇴를 결의한 가운데 이 학교 신학과 01학번 동문 23명은 15일 졸업장을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01학번 동문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한신'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후배들을 지지하는 심경으로, 그동안 자랑스레 여기며 고이 보관하던 '한신 졸업장'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이 가운데 한 동문은 "한신 신학교 졸업장은 삶과 신앙에 있어 자부심과 긍지였는데, 지금 한신의 모습을 바라보면 부끄러움이 앞선다"며 "나 혼자 부끄러움 안당하면 되지 하는 마음 보다 더 큰 부끄러움을 막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에 졸업장을 반납하기로 결심했다"는 심경을 전했다.
01학번 동문들은 학교를 찾아 졸업장을 반납할 계획이다. 아래는 이들이 낸 성명 전문이다.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할 말이 있습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한신'은 분명 자랑스러운 이름이었습니다. 김재준, 문익환, 장준하, 강원룡, 서남동, 안병무 등 교회를 넘어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친 지도자를 배출한 '한신'입니다. 학교는 작아도, 민주화의 선봉에 섰던 수많은 선배들의 활약으로, 민주주의의 요람이라고까지 불린 '한신'입니다. 후배인 우리에게 '한신'은 자부심 그 자체였고, 그 어느 곳에서도 '한신' 출신임을 자랑스레 밝혔습니다.
이제는 그 이름 '한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뭅니다. 총장 문제로 2년째 언론의 사건·사고 면에 '한신'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학교를 떠난 졸업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이 내홍을 학내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잘 헤쳐 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도하며 응원했습니다. 이 과정이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이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이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만듭니다. 30명이 넘는 후배가 "한신은 죽었다"고 외치며, 자퇴를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걸은 겁니다. 지금 우리의 귀에 가인을 꾸짖으셨던 야훼의 음성이 들립니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내게 울부짖고 있다."(창 4:9~10) '한신'의 미래인 후배들이 꺾이는 것을, 선배로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지켜보기만 한 우리는 부끄러운 선배라 후배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연규홍 교수님께 가르침을 받은 우리는, 제자이자 후배로서 할 말이 있습니다. 교수님께 배운 <교회사의 해방 전통> 대로, 우리는 한신 해방 역사의 주체는 총장도 이사회도 아닌 학생이라고 단언합니다. 학생이 떠나는 학교는 존재의 이유가 없습니다. 교수님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총장 직도, 교수님 뒤에 있는 이사회도 학생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한신'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배들을 지지하는 심경으로, 그동안 자랑스레 여기며 고이 보관하던 '한신 졸업장'을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곧 교수님을 직접 찾아뵙고, 졸업장을 반납하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전하겠습니다.
"연규홍 교수님, 총장 직에서 사퇴하십시오.", "한신학원 이사회는 전원 사퇴하십시오."
교수님의 마음이 바로와 같이 강퍅해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찾으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품기를 또 기도합니다. 그리고 졸업한 한신 선후배들에게도 할 말이 있습니다. 학부 시절 우리가 그렇게 목소리 높여 부르던 "강대상 내던져 쳐부수고 깨리라"는 그저 흥얼거리기 좋은 노랫말이 아닙니다. "동지여, 하늘의 방언을 말하세."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한신대학교 신학과 01학번
곽승희 권순정 김기우 김철 김태환 박영목 박정한 배성진 신연식 오자연 유셀라 유연석 은신향 이다현 이정기 이형구 정구복 진민경 차은혜 최근호 최정욱 한대희 황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