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신촌 연세대 신학대학 한 강의실에서 韓美 신학자들이 모여 "포스트 휴먼시대, 지구적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 사유"를 주제로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미국의 대중적 신학자들로 알려진 미국의 캐서린 켈러 교수(드류대)와 로버트 코링턴 교수(드류대)는 주제강연을 각각 했고, 한국 신학자들 김수연 교수(이화여대)와 박일준 교수(감신대)가 컨퍼런스 주제와 관련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포스트 휴먼시대에 이미 진입했든 앞으로도 진입하지 못하든 이미 포스트 휴먼시대라는 이정표를 본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온 지구적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기존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를 한 것 같다. 이 컨퍼런스에 모인 신학자들은 지금까지 기독교를 받쳐 온 기존의 신학이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구조상 끌어안을 수 없어서 억압되거나 잠재되어올 수 밖에 없었던 신학의 이면을 들추어내 공론의 장에 밝혀내고자 했다.
첫 발표는 김수연 교수가 「유영모의 한국 종교신학과 하나님의 어둠의 신비」를 주제로 '없이 계신 하나님'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를 기존의 존재신학 혹은 실체 형이상학적 신학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없이'와 '계신'의 변증법을 통해 나온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하나님'은 '신비한 어둠'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의 전통이 알려주었던 밝은 신 뿐만이 아니라 어둠과 빛 둘을 다 포함하면서 이를 넘어서는 신이다. 김 교수는 "태양의 밝음에 있지 않고 그늘의 신비한 어둠에 있는 하나님"이 "억압되고 버려진 것들에 초점을 두게하고, 무한한 신적 사랑을 향해서 무시되고 밀려난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는 캐서린 켈러 교수가 「지금(now)의 정치신학: 인간의 예외성인가 행성적 얽힘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하나님은 (더 이상) 부동의 동자가 아니"라 "하나님은 최고의 움직이는 동인"이라고 강조했다. 켈러 교수는 기존의 非물질적이면서 불변하고 영원한 초월적 하나님으로만 소개되어 이 물질적 세상과 이분법적으로 이해되던 구도를 탈피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켈러 교수는 "상호적 육화(inter-carnation)" 개념을 제안하며 하나님은 "우리 인간과의 관계적 얽힘 안에서 그리고 그를 통하여 육체가 되신 하나님"이라고 했으며, 이같은 '신비한 상호의존성'을 통하여 인간 대 자연과 같은 이원론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로버트 코링턴 교수는 「폭력, 창조성, 자연의 무의」를 주제로 발표하며 폭력과 창조성 사이에서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내 주목을 받았다. 코링턴 교수에 따르면 폭력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 '계시'가 주도하는 공동체 안에서 빠르게 나타나며, 이는 예컨대 종교의 중요한 문서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그 문자자체만을 붙드는 자들이 그렇지 않은 자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이같이 인간이 만들어서 합법적이긴하나 인간을 가두고 있는 형태를 파괴하는 폭력은 오히려 '새로운 은총의 형태'로 변용하기 위한 심도깊은 투쟁이 될 수 있고, 이는 곧 창조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안했다.
이 국제컨퍼런스는 "포스트 휴먼시대, 한미 지적전통에서 바라본 인간, 자연 및 종교"라는 연구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렸고, 전현식 교수(연세대 조직신학)가 총괄 기획 및 진행했다. 전 교수는 컨퍼런스의 본격적인 주제발표 전 참석자들에게 "포스트휴먼시대의 두 야누스적 모습에 직면하면서 신학·교회·정치의 참된 희망과 더불어 이들의 교조적인 위험과 폭력을 필사적으로 응시해야 한다"며 "오늘 발표들로부터 신학과 교회와 정치의 희망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느꼈던 좌절, 차이와 불가능성의 한가운데서 희망과 일치와 가능성"을 보자고 격려했다.
이 컨퍼런스 주최는 연세대학교 생태와 문화 융복합센터가, 주관은 연세대 생태와 문화 융복합센터 글로벌 연구네트워크(GRN) 사업팀, 장신대 한-미 인문분야 특별사업 Feminism and the Third Sex 연구팀이, 후원은 한국연구재단,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