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켈러 교수가 10월 29일 주일 향린교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켈러 교수는 한국민중교회와 함께함으로 인한 감사와 더불어, 트럼프 시대를 살아가는 미국인 지성의 한(恨)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는 핵전쟁의 공포를 부추기면서, 종말을 군사상품화하는 미국대통령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면서, 성서에 묘사된 종말이 세상의 물리적 종말에만 관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종말은 당대를 지배하고 있던 세계 경제, 즉, 로마제국을 지탱하던 당대의 세계경제가 자행하고 있는 억압의 체제가 종말을 고하리라는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의 계시록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들의 치유, 세상의 살림을 선포하고 있다. 밧모섬의 요한은 예언자적 전통의 사도였지, 결코 미래를 예측하며 예견하려는 점성술사 전통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암울한 종말의 메시지들은 악을 경고하고, 그 악의 실체를 폭로하는 것이지, 결코 전적으로 하나님의 초자연적 개입에 의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단순하고 낙관론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만일 그것이 계시의 메시지라면, 우리는 세월호의 참사를 견뎌내기 어려울 것이며, 아울러 역사 속에 벌어진 수많은 참사와 비극들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그 진리가 계시되는 계시록, reveal-ation의 맥락에서 읽어야 할 메시지는 하나님이 그러한 참사를 겪고 있는 우리들과 동떨어져 계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과 함께 아파하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공감하면서 하나님은 그 부정의한 참사에 맞서 항거하는 책임 있는 응답을 요청하신다.
모든 것을 주관하신다는 전통적인 하나님의 상은 이면에 세상을 독재하신다는(dictate) 발상을 담을 수 있다. 이러한 독재자 상의 하나님은 결국 하나님이 그 모든 해악들을 야기하신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적 결론으로 치달을 수 있다. 성서는 오히려 하나님이 그 제국의 독재적 억압 하에서 약한 자들과 더불어 고난 받으시며, 아픈 자들과 더불어 함께 아파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를 통해 이 착취와 억압의 제국적 구조를 새롭게 일신해 내신다는 메시지, 즉, 약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서울, 새로운 뉴욕을 만들어 내실 것이라는 메시지를 21세기의 우리들에게 던지고 있다.
켈러 교수는 기독교적 희망이 값싼 낙관주의 혹은 진보주의가 결코 아니라고 역설했다. 희망은 그 안에 담지된 한(恨)에 정직하며, 그 한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고난과 고통을 통해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이들과 더불어 촛불시위처럼 그리고 '우먼스 마치'처럼 함께 연대해 나아갈 때, 하나님 나라의 희망이 독수리처럼 새 힘을 얻어 치솟게 된다.
이후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향린교회 주관 전쟁반대 평화기원 길거리 예배에서, 그는 아직 미국에는 트럼프 같은 이에게 동의하지 않는 온전한 정신의 미국인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한국 국민들과 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대북관계에서 남한은 타국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관계문제의 해결을 위한 주도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선포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비록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트럼프가 역설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한 가르침들을 짓밟는(trump) 일이 용납되지 않도록, 결코 증오가 사랑을 짓밟는 일이 용납되지 않도록 평화의 연대를 이어가자고 호소했다.
글/ 박일준 박사(감신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