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희년의 경제학 ; 땅 없는 사람들의 희망' |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최대 원인을 ‘토지문제’로 보고,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회에 적용되었던 희년법을 바탕으로 토지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 출간돼 화제다.
제임스 도오시 박사(현 에모리앤드헨리대학 종교학과 교수) 와 故 로버트 안델슨 박사(전 오번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공동 집필한 ‘희년의 경제학 ; 땅 없는 사람들의 희망’(원제 From wasteland to promised land)이다.
이 책은 2.5%의 상위 토지 소유자들이 전 세계 토지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기형적인 현실을 고발하면서, ‘과연 토지가 사유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라고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토지는 명백히 인간 노동의 산물이 아니다. 하나님의 노동의 산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맞는 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토지사유제도의 기원을 살필 때 더욱 힘을 얻는데, 미국의 사회개혁자였던 헨리 조지는 명저 <진보와 빈곤>에서 ‘기차에 먼저 승차했다고 해서 자기 짐을 온 좌석에 흩어놓고 뒤에 타는 승객을 세워둘 권리가 있는가? 이처럼, 토지를 먼저 차지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박탈할 권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황무지의 첫 개척자라도 ‘토지’ 그 자체에 대한 소유권은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토지로부터 나오는 생산물과 토지 개량물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토지 개혁의 방안을 성경에서 찾는데, 비록 이것이 실현 가능성은 적더라도, 오늘날 토지 투기로 인해 온갖 불평등과 부정의가 야기되는 현실이 ‘과연 옳고 정당한 것인가?’라는 재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로 보여진다.
저자는 “구약시대 이스라엘에게는 평등한 토지 사용권이 보장되었다”고 말하며, 그 근거로 민수기 26장에서 각 지파 대표자 모임이 토지 분할의 책임을 떠맡은 점, 레위 지파를 제외한 모든 지파와 이들 지파 안의 각 가족이 규모에 비례하여 기업(基業)을 받은 점, 토지 분할이 면적 기준이 아니라 가치 기준으로 분할된 점 등을 들었다.
또 그러한 토지 사용권이 자손 대대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희년법’ 때문이었다며, “희년법 하에서는 50년마다 양도된 모든 토지-증여한 것, 판 것, 혹은 채무 불이행으로 상실한 것-가 원래의 소유자에게로 돌아가 모든 가족이 평등한 토지 사용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토지를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려줄 때 임시소유자들이 그들이 만든 토지개량물의 가치에 대해 합리적인 보상을 받게 함으로써 토지 소유 자체에서 나오는 이익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사회가 토지를 가진 계급과 못 가진 계급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저자는 토지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토지의 소산물 10%을 레위 지파에게 바쳤던 점에 주목한다. 이를 현대사회에 적용하여, “보유할 수 있는 토지의 양에는 제한을 두지 않되, 토지세를 납부하게 하자”는 토지개혁안을 제시한다. 또 “내가 주장하는 것은 사유 토지의 매수도 환수도 아니다. 매수는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고 환수는 지나친 방법이다. 토지를 환수할 필요는 없고 단지 지대(토지세)만 환수하면 된다”고 헨리 조지를 인용해 주장했다.
이 책은 토지 개혁에 대한 성경적 근거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토지문제의 현실과 그 배후를 파헤치고 있어, 심층적 읽기를 제공한다. 수십 년 동안 재개발문제가 사회 이슈화되고 있는 한국에 적용해도 유익한 내용이 많다.
대한기독교서회 / 옮긴이 전강수 /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