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에 과세 문다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어떻게 하나님의 교회에다 세금을 내라 하나. 교인들이 세금 내고 헌금한 거라 이중과세다. 세제 형평성에 안 맞는다."
한동안 여론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영암삼호교회 이형만 목사가 16일 화곡동 성석교회 부흥회에서 한 설교 내용이다. 15일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20일 오전 6시 기준 규모 2.0이상 여진이 58회 이어졌다. 이런 와중에 이 목사는 지진을 종교인과세 시행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에 빗댄 것이다.
이 목사 발언은 신학의 빈곤을 드러낸다. 동시에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무척 정치적이다. 이 목사는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합동 소속 목회자다. 그가 속한 보수 개신교계는 현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2018년 시행하려 하는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다. 이 목사의 발언엔 보수 개신교계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하나님은 절대 편협하지 않은 분이라는 '진리'다. 한국 교회, 특히 보수 개신교는 하나님을 징벌자의 역할로 한정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선한 이에게는 물론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악인에게도 똑같이 따사로운 햇살과 맑은 공기를 허락하신다. 징벌적 존재로서만 바라본다면 절대자 하나님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마침 기독교계 안에서 지진 이후의 마녀사냥 징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나왔다. 높은뜻 연합선교회 김동호 목사는 2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들의 발언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어떻게 지진난 것 가지고 정부 탓하고 과세 탓하고. 그게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죠. 하늘 팔아서 자기 이익 챙기는 사람이잖아요. 사람들 겁주고. 지진이 경고라는 말이나, 참 말이 안 되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 지진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그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까 하는 생각을 해야지. 무슨 세금을 내니 안 내니 하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지 조금 답답해요."
김 목사가 느낀 답답함이 비단 김 목사 한 사람만의 심경일까? 이 목사의 논리 구조 대로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쫓겨난 건 재임 중 종교인과세가 국회 문턱을 넘었기 때문 아닌가?
한국교회는 대형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세습 논란을 일으킨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세월호 참사 직후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번 포항 지진에서도 이 같은 공식은 되풀이됐다. 하나님이 이토록 가벼운 존재라면 이 세상은 망해도 진즉에 망했을 것이다.
지금은 지진 피해 당한 포항을 위해 공동체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다분히 정치적인 노림수로 하나님을 주술적인 존재로 격하시키는 행위는 부적절하다. 정부는 지진이 발생하자 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초유의 결단을 내렸다. 입맛에 안맞는 정책을 편다고 심판 운운하며 특단의 정책을 취한 정부에 날을 세운 건 사악하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려면 이런 가벼움부터 하루속히 없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