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교회, 이젠 통일 ‘이후’를 논의해야 할 때”

NCCK 7일, ‘통일’ 관련 심포지엄 개최

남북통일을 전제하고 통일 ‘이후’를 논하는 기독교 포럼이 열렸다. 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과 실천신학대학교(총장 은준관)는 7일 한국기독교회관 대강당에서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본 통일’이라는 주제로 ‘제 7회 에큐메니칼 아카데미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통일 후 한국교회의 역할을 사회통합의 측면에서 모색했다.

▲7일 NCCK 선교훈련원과 실천신학대학교가 공동주최한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본 통일’ 심포지엄ⓒ이지수 기자

분단된 지 60년이 넘어 -세대로 따지면 2세대가 넘어- 실제 통일이 되었을 때 남과 북의 주민들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이질감은 매우 클 것이다. 사회의 극소수를 차지하는 새터민의 국내 정착도 쉽지 않은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또 서구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친절하면서 아시아계에서 온 외국인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쉽게 무시하는 풍토 또한 ‘가난한’ 북한과의 통일 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에 통일 ‘이후’를 미리부터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또 통일 자체는 ‘통합’의 의미가 크지만, 그것이 개인에게 있어서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한에 흡수될 북한 주민들에게 ‘재사회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종교적 측면이 아닌 사회통합적 측면에서 교회의 역할을 논의했다.

발제자 및 발제주제는 박영신 교수(연세대 사회학)-‘사회구조, 통일, 사회통합’,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새터민을 통해 본 통일 후 교회의 역할’,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새터민 심층인터뷰를 통해 본 통일과 그 이후’, 박종소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독문학)-‘사회통합의 시각에서 본 구동독교회의 딜레마’, 이범성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역사)-‘통일, 하나님나라 운동’이었으며, 이중 박영신, 정재영 교수의 주장을 소개해본다.

박영신 교수 “사회전체의 통합을 위해, ‘동족同族’ 개념에서 탈북인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탈피해야”

▲박영신 교수 ⓒ이지수 기자

연세대 사회학과 박영신 교수는 사회학자답게 사회 ‘전체’를 통합하는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그에 의하면 오늘날 남한의 사회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됐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과 혼인한 다문화가정도 급속히 늘고 있는” 다문화사회다.

이에 ‘한 핏줄’에 호소하는 통일담론의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민족’이라는 한 핏줄 의식을 들먹이며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여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것은 이들 소수자들(국내 외국인 및 혼혈아)에게 가혹하고 불공평하다. 소수자들도 ‘환대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족주의 탈피’는 국내 탈북인들과, 멀게는 통일 후 남한에 유입될 북한 주민들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박 교수는 주장했다. 동족주의가 편만한 분위기에서 탈북인들은 ‘환대’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한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동화주의에 억눌려 온전한 시민으로 자리잡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탈북인들도 당당한 시민으로서 침묵과 순종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일된 나라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이러한 이해를 사회에 전파하는 데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같은 핏줄을 타고난 동포이기 때문에 특권을 주고자 하는 오래된 민족의 담론을 넘어서서, ‘이웃 일반’에 대한 관심의 틀을 제공해주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 “통일 후 교회, 선교제일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정재영 교수 ⓒ이지수 기자

정재영 교수는 한국교회가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선교제일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해 순수한 ‘사회통합’의 관점으로 전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 전후를 살피며 “주지하다시피 독일은 통일 후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게 대두되었으며, 그 가운데서도 사회통합 측면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고, 한국교회는 통일 후 ‘사회통합’을 가장 큰 과제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보수세력은 ‘선교’의 관점에서, 진보세력은 ‘통일운동’의 관점에서 통일문제에 접근하고 있어 “자칫 통일이 아닌 분열운동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고 “이에 제 3의 방법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제 3의 방법’이란 사회의 보편가치를 통합함으로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 인권, 윤리와 같은 사회의 보편가치를 통일한국의 시민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가치의 전환과 자아 정체성의 재정립을 도모함으로 재사회화 과정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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