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한국의 기독교(개신교와 천주교)는 기독교 신앙의 발생지요 구속사의 역사적 현장이었던 이스라엘과 예루살렘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모두 성지(聖地)로 여기므로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도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서로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017년 12월 6일(현지 시각)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공식 선언하고, 미 국무부에게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것은 중동 내 정치·종교 대립을 격화시키는 것이 된다. 이러한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은 그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처럼 여태까지 지켜온 미국의 외교와 국제규범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분쟁을 야기시키는 무리수로 보이고 중동 지역의 평화가 깨어질 우려가 있다.
I.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해법은 중동 평화의 길과는 멀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이며 "이는 옳은 일이며 이미 해결해야 했을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의 결정에 대하여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평화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스라엘 대통령 레우벤 리블린도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반해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정작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미국 대사관 이전이) 당장 급하지 않은데 오히려 미국이 서두르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도 일제히 "중동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분쟁지역 당사자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TV 연설에서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종교전쟁을 부추기고 팔레스타인을 끝나지 않을 전쟁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는 트럼프를 향해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며 비난하면서 "8일부터 새로운 인티파다(Intifada)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오랜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도 "세계의 강경 무슬림을 도발하게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유대계 인사(人士)들이 미국 정계와 재계 등 각 계층의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은 불가피하나 이스라엘에 대한 비정치인 출신 대통령 트럼프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은 여태까지 조심스레 그 수위를 조정해온 예루살렘 지위의 현상 유지를 깨뜨리고 중동에 분쟁을 야기시키는 것으로서 보인다.
II. 국제정치적 협상의 문제를 국내정치적 정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미국 정가에서는 러시아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돌파구를 열기 위해 정략적으로 예루살렘을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유대계와 가까운 당내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의 지지(취임 당시 자신에게 78%의 압도적 성원을 보냈던 기독교 복음주의권 지지율이 61%까지 밀린 것을 만회)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대계의 숙원을 들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조치는 "팔레스타인으로 하여금 이·팔 평화협정을 속히 맺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중동 정책 결정과정에서 '유대인 3인방'(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중동 문제 특사 격인 제이슨 그린블랫 백악관 국제 협상 특별대표,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대사)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고, 이번 선언을 통해 미국 내 유대인과 보수파의 지지층 결집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들의 설득이 먹혀들었다고 한다. 각료들은 이 선언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를 강행한 것이다.
국제 분쟁 이슈를 미국의 국내 정치의 정략에 끌어 들인다는 것은 미국이 대국답게 국제적인 갈등 해결의 규범 역할을 하여온 여태까지의 보편적 윤리적 위상에서 퇴각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여태까지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정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그 역할을 폐기하고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에 서는 것은 그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 선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합의한 오슬로협정을 미국이 폐기한 것이므로 국제법 위반이다.
III. 트럼프의 선언은 잠잠한 예루살렘에 분쟁을 야기하는 무리한 시도
트럼프 대통령은 12월 8일 트위터에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차례로 등장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밝히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나는 대선 공약을 지킨 것뿐이고, 다른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고 자기 입장을 변호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건 돌발행동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 때부터 계속돼온 공약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백악관 성명에서 "모든 도전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필요로 한다," "오늘 나의 선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갈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피력했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역사적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곳을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가 모두 성지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947년 유엔은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1967년에는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동부와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점령하고 예루살렘 전체를 자신들의 수도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은 예루살렘 동부를 자신들의 미래 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미국 역대 대통령들(레이건, 카터,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은 이스라엘과 동맹국가였지만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는 주장을 선거공약에서는 했으나 취임후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의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라 양국 사이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의 선언은 두 국가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공정한 중재자의 지위를 포기한 것이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후 서안 라말라에선 12월 10일 나흘째 격렬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12월 6-8일을 '분노의 날'로 선포했고, 레바논을 비롯한 전 세계 이슬람국가에서 대대적인 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고 각지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며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IV. 역사적으로 예루살렘은 피와 살육으로 얼룩진 도시였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삼고 있는 곳으로, 이스라엘과 아랍 간 역사적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만 터키가 무너지고 중동 지역이 영국의 지배 아래 들어간 새로운 질서 속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친기독교 국가인 영국,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의 국가가 수립(1948년)되었다. 수립과정에서 그 지역에 대대로 정착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쫓겨나가야 했다. 중동지역에 '주민 봉기'라는 뜻의 인티파다는 팔레스타인의 대대적인 독립투쟁을 야기시켰다. 국가건국 이래 이스라엘 역사는 제1차 중동전쟁(1948년-1949년, 10개월간), 제2차 중동전쟁(1956년-1957년, 6개월간), 제3차 중동전쟁(1967년, 6일간), 제4차 중동전쟁(1973년, 20일간)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에 피로 얼룩진 역사였다. 분쟁의 해결책으로 유엔은 1947년 국제법상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고 모든 국가가 이를 준수해왔다. 이스라엘은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에서 1967년 예루살렘 전체를 점령하고 수도로 선포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1987년부터 6년간 진행된 첫 번째 인티파다 당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테러를 가하고, 이스라엘군이 이에 보복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재로 예루살렘의 지위는 현상 유지를 70년간 지켜온 것이다. 트럼프도 백악관 성명에서 "미국은 양쪽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평화 합의를 용인하게 만드는 것을 돕는 일에 계속 전념할 것"이며, "이 합의 도출을 돕기 위해 나의 권한 안에서 모든 일을 할 작정"이라고 표명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70년 만에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손을 들어준 것이다. 650만 명인 이스라엘의 유대인 편에 서서 4억 명인 아랍인 그리고 아랍 포함, 15억 무슬림을 순식간에 적으로 돌린 것이다. 이는 다시 분쟁의 불씨를 뿌린 것이며, 여태까지 미국이 주도한 보편적 국제사회의 외교규범을 스스로 방기하는 신고립주의적 미국편향적 사고의 발로다.
V. 현 예루살렘의 평화는 유엔 중심의 정치적 협상을 통해서 분쟁 억제 형식으로 가능
예루살렘은 히브리어로 '평화의 도시'를 뜻하나 역사적으로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 성지인 이 도시는 분쟁지역이 되었다. 예루살렘은 1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오스만 터키의 지배하에 있다가 그 이후에는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았다. 1917년 영국 정부는 예루살렘이 있는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적 고향' 건설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밸푸어선언'(Balfour Declaration)을 발표했다. 돈줄을 쥐고 있는 유대인들로부터 전쟁 자금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후 수많은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시작됐다.
갈등이 깊어지자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을 국제법상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선포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도시는 동예루살렘(요르단령)과 서예루살렘(이스라엘령)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천명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예루살렘 전체가 수도라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3년 노르웨이의 중재로 체결한 오슬로협정에서 '2국가 해법'에 합의했다. 1967년 이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국가를 건설해 영구히 분쟁을 없애겠다는 취지였다. 국제사회는 이 원칙을 근거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런데 트럼프의 이번 조치로 얽히고설킨 중동 정국은 더 복잡하게 되어 버렸다. 특히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인정해온 '2국가 해법'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중동전쟁으로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다툼을 중단하자는 평화 유지 방안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다고 예루살렘의 지위가 최종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는 이·팔 등 당사국이 협상하고 결정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VI. 현 이스라엘을 구약의 이스라엘과 동일시하는 세대주의자들의 견해는 비성격적이다
오늘날 미국의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은 중동평화를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작년 여름 미국공화당은 전당대회를 얼마 앞두고 예루살렘을 "분할할 수 없는(undivided)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는 당 강령을 만들었다. 미국공화당은 이스라엘 강경파들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이스라엘 강경파들은 자기들의 생존권만 주장하고 팔레스타인의 생존권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너희 가운데 있는 이방인을 학대하지 말고 자기 같이 사랑하라'는 모세의 계명에 어긋난다(레 19:33-34). 유대인들의 주후 70년 예루살렘이 1차 함락되고, 주후 132-135년에 바르 코흐바(Bar Kochba, 별의 아들)가 주동이 된 반란으로 인해 예루살렘이 재함락된 후 유대인들은 세계 각지로 유배되어 세계지도에서 사라졌다. 아랍인들이 예루살렘에 들어와 살았다. 그래서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성지만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기독교 근본주의 분파인 세대주의자들(dispensationalists)은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의 교회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예루살렘에 관한 모든 성경의 기록을 민족적 유대와 유대주의적 성지(聖地)와 관련시키고 있다. 세대주의 종말론은 야훼가 주신 영토를 이스라엘이 전부 회복할 때 마지막 세대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예루살렘이 하나님의 약속의 땅 수도이며 예루살렘의 회복을 종말의 때로 믿는 시오니즘(Zionism)을 신봉한다. 이것은 성경의 구속사적 의도를 유대 민족주의적으로 편협화시키는 견해이다. 세대주의자들은 구약성경의 이스라엘을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와 연결시켜 해석한다. 오늘날 이스라엘을 구약의 유대백성과 같은 맥락에서 다루고, 신약의 교회를 도외시한다.
이러한 세대주의(dispensationalism)의 성경(이스라엘)해석은 개혁신학적 견지에서 볼 때 왜곡된 시각이다. 개혁교회는 진정한 이스라엘은 국가적 의미에서 오늘날의 이스라엘이 아니라 영적 의미에서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민족적 의미의 현 이스라엘은 유대교의 율법을 지키는 데 몰두하며, 신약의 약속을 도외시하며 오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로서의 오늘날 이스라엘은 성경의 구속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개혁교회의 관점이다.
VII. 언약의 백성 이스라엘은 현 이스라엘이 아니라 세계 각 나라의 기독교인이다
오늘날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구약에서 하나님이 선민의 약속을 주신 아브라함의 자손이 누구냐는 것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의 정통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선민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통 기독교 관점에 의하면 정통 유대인들은 메시아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고 오늘도 여전히 유대교의 전통과 법에 얽매어 있기 때문에 저들은 선민의 자격이 없다. 현 이스라엘은 여전히 메시아 예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아브라함 자손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예루살렘은 통곡이 벽이 있고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하나의 역사적 유물 도시일 뿐이다. 이스라엘 백성이라 할지라도 신앙이 없으면 이방인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사도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이방인인 갈라디아인들이 그리스도 안에서만 아브라함 자손이요 유업을 상속한다고 말하고 있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것이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요 약속대로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 3:29). 이스라엘이 국가적으로 그리스도 신앙으로 회심하지 않는 한 평화의 수도 예루살렘은 큰 의미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는 것은 구속사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단지 분쟁의 불씨를 뿌린 것이다.
VIII. 현 예루살렘은 분쟁의 상징, 새 예루살렘은 평화의 상징
예루살렘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의 심장부였으나 바벨론의 느브갓네사르왕에 의하여 함락되었고, 신약시대에는 로마에 의하여 점령당했고, 주후 1-2세기 연이어 일어난 유대인들의 반란으로 인하여 주민들은 세계각지로 강제 추방당하였다. 그후에는 근 2천 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아랍인들)이 이 도시에 들어와 살게 되어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활중심지가 된 것이다. 2천 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예루살렘에는 유대교 성전, 기독교회당,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이슬람 모스크가 세워졌고, 3대 종교의식이 이 도시에서 행해졌다.
예수님은 1세기 복음 사역 당시 자신을 배척하는 예루살렘에 대하여 다가오는 파멸에 관하여 예언하셨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에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더냐 그러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였도다. 보라 너희 집이 황폐하여 버려진 바 되리라"(마 23:37, 38). 예루살렘은 주후 70년 로마 디도 장군에 의하여 함락당했다. 그리하여 1948년 이스라엘 국가회복 시까지 예루살렘은 아랍민족들이 삶을 영위해 왔던 저들의 삶의 거처였던 것이다.
유럽은 예루살렘에 대해 라틴어 외교 용어인 '코르퓌스 세파라툼'(corpus separatum)이라는 분할체 원칙에 따른다. 양쪽이 공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루'는 '갖다 놓다,' '살렘'은 '평화'라는 뜻이다. 평화를 가져오는 도시다. 그래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에 철저한 중립을 지켜왔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어떤 나라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쌍방 협의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트럼프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함으로써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다. 그리하여 앞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첨예하게 맞붙어 있는 분쟁의 중심지에서 많은 갈등과 분쟁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IX. 오늘의 예루살렘은 다가오는 참 실재인 종말론적 예루살렘의 그림자
초대교회 당시 사도 바울은 이스라엘 백성의 복음에 대한 신앙적 강퍅이 하나님의 구원사적 계획에 있는 것이 예언하고 있다: "형제들아 너희가 스스로 지혜 있다 하면서 이 신비를 너희가 모르기를 내가 원하지 아니하노니 이 신비는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 이스라엘의 더러는 우둔하게 된 것이라"(롬 11:25). 유대인들이 종교적 교만으로 인해서 예수님의 복음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복음이 소아시아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서방세계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또한 사도 바울은 종말 때 민족 이스라엘의 종말론적 회심에 관하여 예언하고 있다: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받으리라 기록된 바 구원자가 시온에서 오사 야곱에게서 경건하지 않은 것을 돌이키시겠고"(롬 11:26). 오늘날 바울의 예언대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받아들이는 기독교 유대인들(Messianic Jews)이 이스라엘에 최소 6천여 명에서 많게는 1만 5천여 명 정도 있으며 이 운동(Messianic Jews Campaign)이 커져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섭리하시는 구속사의 종말론적 상징이다. 사도 요한은 예루살렘의 진정한 평화란 정치적 협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권적으로 이루실 종말론적인 평화라고 예언하고 있다: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계 21:2), "만국이 그 빛 가운데로 다니고 땅의 왕들이 자기 영광을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리라.... 사람들이 만국의 영광과 존귀를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겠고"(계 21:24,.. 26). 종말론적 예루살렘은 유대인만의 도시가 아니라 모든 열방, 모든 민족, 특히 팔레스타인들도 함께 평화를 누리는 더불어 함께 사는 평화의 도시다.
맺음말
세계의 종교적 정치적 화약고인 예루살렘의 평화는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중재하는 정치적 종교적 중재와 양보를 통해서 분쟁 억제라는 소극적인 면에서만 가능하다. 트럼프의 정책처럼 미국이 친이스라엘 편향적 정책으로 아랍민족의 생존권을 훼손하면 중동은 걷잡을 수 없는 분쟁에 휘말릴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호 제한과 상호 양보만이 오늘날 중동지역의 소극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
진정한 예루살렘의 평화는 평화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하늘에서 내려오는 종말론적 개입에 의해서만 이룩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옛 눈을 가지고 분쟁의 도시 예루살렘을 바라 볼 것이 아니라 믿음의 눈을 가지고 새 예루살렘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적 성지(聖地) 예루살렘이 오늘날 기독교 신자인 우리들에게 주는 구속사적 의미이다. 예루살렘은 다가오는 새 예루살렘을 지시하는 예표로서만 우리들에게 의미를 지닌다. 예루살렘은 종말론적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 안에서 종말론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