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1월 종교인 소득 과세제도를 보완하겠다며 내놓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아래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 하는 양상이다.
개정안이 발표된 시점부터 시민사회에서는 종교인에게 너무 많은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가장 논란이 일었던 대목은 종교활동비, 즉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종교 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금액"을 과세항목에서 제외한 점, 그리고 종교활동비를 종교단체의 규약이나 종교단체의 의결 및 승인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 점 등이다.
먼저 종교활동비를 비과세한데 대해 참여연대는 12일 "종교인 대부분의 업무 영역이 종교 활동이기 때문에, 종교인이 받은 급여의 일부분을 종교 활동이라고 표현하여 나눈다면 국세청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지금의 규정으로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종교단체와 비교하여 비영리법인 등에서도 위의 내용에 비과세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형평성에 심각한 위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어 종교활동비를 기준을 종교단체 스스로 정하게 한 점에 대해서도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JTBC뉴스룸도 5일자 보도에서 인천대 세무학과 홍기용 교수의 언급을 인용해 개정안의 조항이 위헌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이 종교인에 대해 과도한 특혜를 보장하고 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기재부는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종교인소득 간이세액표를 이용한 원천징수세액 산출사례를 내놓았다. 이 사례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000만원 이상인 종교인에게 원천 징수되는 세액은 50,730원이다. 동일한 조건, 즉 4인 가구 기준 연소득 5,000만원 이상 근로소득자의 원천 징수액은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를 더해 월 99,560원이다. 근로소득자가 종교인보다 같은 소득을 올림에도 1.9배 많은 세금을 내는 셈이다.
종교인소득 세무조사 범위를 종교인회계에 한정한 점도 특혜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기재부 개정안에 따르면 종교단체는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등과 그밖에 종교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을 구분해 기록,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즉, 종교단체회계외 종교인회계를 분리해 놓은 것이다. 여기에 세무조사 시엔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님"을 명시했다. 사실상 과세 당국의 종교기관에 대한 세무조사를 봉쇄한 셈이다.
종교활동비의 비과세나 세무조사 회피 등은 보수 개신교계가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들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보수 개신교계의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와 관련, SBS는 지난 6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개신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종교 활동비 비과세 방안을 포함해 입법예고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소강석 예장합동 목회자납세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을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이낙연 총리 보완 지시 이후 논란 재점화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이낙연 국무총리는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재부에 "종교계의 의견을 존중하되 국민 일반의 눈높이도 감안하면서 조세행정의 형평성과 투명성에 관해 좀 더 고려해 최소한의 보완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입법 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종교계의 의견을 비교적 많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과 시민사회 등은 종교인 소득신고 범위나 종교단체 세무조사 배제원칙 등이 과세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시민사회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참여연대는 12일 △ 종교인 소득의 범위를 종교단체가 스스로 정하게 함으로써 종교인 과세의 취지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으며 △ 세무조사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과세 당국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조문을 신설해 공평과세의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어 종교인 근로소득과세를 위한 국민운동본부, 종교투명성감시센터는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누더기 소득세법 시행령 철회 및 공평과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공평과세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일부 종교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소득세법 시행령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일부 종교 세력의 기득권을 비호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한 공평과세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잘못에 대해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반성과 시정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현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자 이번엔 보수 개신교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나섰다. 보수 개신교단 연합체인 한국교회언론회(아래 언론회)는 15일 논평을 내고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언론과 시민 단체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항간에서 떠드는 ‘특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논란이 일고 있는 종교활동비의 비과세와 관련해선 "종교인들이 종교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재정은 ‘종교 사업비'나 ‘종교 활동비'이지, 결코 종교인 개인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은, 법의 범위에 대하여 ‘무지'하거나, 아니면 ‘종교인 과세'를 이유로 종교를 ‘탄압' 하려는 것, 둘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반발했다. 심지어 '양심적 납세거부 운동'을 벌이자는 말도 흘러 나왔다.
2018년 1월 종교인과세 시행을 앞두고 심각한 진통이 일고 있지만, 종교인 역시 납세의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종교인이 과세 행정의 무풍지대로 남았던 건 조세 행정의 기초가 마련돼 있지 않던 시절 세무행정의 어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조세 행정이 과거와 비교가 불가능할만치 정교해졌다. 한편 종교기관은 가난과 거리가 멀어졌다. 특히 종교인과세를 앞장서 반대하는 보수 대형교회들은 돈이 너무 많아 문제다. 보수 대형교회가 종교인과세를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돈 때문이다.
과세당국에 바란다. 과세에 관한 한, 그 어느 누구에게도 특혜가 보장되어서는 안 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충실하면 문제는 저절로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개정안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정안 대로라면 차라리 종교인과세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그리고 모름지기 종교인들이라면 납세에 앞장서야 할 일이다. 또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제외하면, 성실히 납세하는 종교인들이 상당수다. 결국 종교인과세는 보수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각성해야 함을 일깨운 문제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