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에큐메니컬 세계선교, ‘영성’ 기초한 선교로 전환돼야

장신대, 선교와 에큐메니즘 회고와 전망 국제학술대회

에큐메니컬 진영의 세계선교가 ‘영성’에 기초한 선교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린 ‘장신대 제9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에큐메니컬 선교전문가 헤닝 브로게만(Wrogemann) 교수와 금주섭 박사가 이같이 주장했다. 대회 주제는 ‘19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 100주년 ; 선교와 에큐메니즘 회고와 전망’.

▲장신대 주최 국제학술대회  ‘19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 100주년 ; 선교와 에큐메니즘 회고와 전망’ ⓒ이지수 기자

이번 학술대회는 20세기 선교의 서막을 열었던 ‘19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에 이어 21세기 에큐메니컬 선교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20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를 1년 앞두고, 미리부터 이에 대한 논의의 불을 붙이기 위해 개최됐다. 브로게만 박사는 ‘지속가능한 선교’를, 금 박사는 ‘생명잔치의 초대로서의 선교’를 주창했는데, 둘 다 ‘영성’에 기초한 선교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두 박사의 주장을 정리해본다.

“단기선교 지양, 지속가능한 장기선교 지향”
(헤닝 브로게만 –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현 독일 부페탈 개신교 신학대학교에서 선교학·종교학·에큐메닉스 분야 교수로 재직)

▲헤닝 브로게만 박사 ⓒ이지수 기자

브로게만 박사는 21세기 선교의 의제로 다음의 4가지를 제시하며, 이것이 ‘2010년 에딘버러 선교대회’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교회와 회중을 세우는 선교’다. “거의 모든 나라에 교회가 존재하는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교회와 회중을 세우는 선교란 어떤 선교인가?”라는 의제인데, 이에 대해 브로게만 박사는 19~20세기의 ‘공격적 선교’와 차별되는 새로운 선교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교회가 있는 나라에 선교사가 또 다른 교회를 세울 때, 이는 그리스도의 몸인 하나의 교회를 나누는 것이 될 수 있다. 또 무슬림 국가의 소수 기독교 교회들은 너무 많은 외국 선교사들이 와서 종교 간 위험을 만드는 것에 대해 큰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것이 선교를 ‘하지 말자’는 주장은 아니며, “선교국과 피선교국의 교회가 긴밀한 논의를 통해 적절한 선교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브로게만 박사는 ‘지속 가능한 선교’를 위하여 이 같은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둘째 ‘협력으로서의 선교’는 기독교와 사회 간의 협력, 즉 기독교의 사회참여에 대한 의제다. 브로게만 박사는 “인간권리, 생태계, 성문제, 에이즈문제 등 전인류적 문제에 교회가 나서는 것은 당연하나”, 이러한 사회참여는 ‘선교’와 명백히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참여는 사람들을 회심시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만약 회심을 목적으로 할 경우 오용될 수 있다”며 “회중과 교회의 이기심 없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셋째 ‘해방으로서의 선교’는 사회적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이 기독교의 구원 개념과 혼돈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브로게만 박사는 “그리스도가 단순히 해방자의 행동을 위한 예시인가? 그렇지 않다”며 영적 해방 없이는 진정한 해방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넷째 ‘공존으로서의 선교’는 교회가 비기독교 배경,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는 데 대한 문제로서, 브로게만 박사는 “선교는 ‘경계선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공존 자체가 교회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공존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기독교 지역에서 선교할 경우 그 지역 사람들과 장기간 관계성을 맺고, 지역 언어를 배우고, 더불어 일하며 공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식으로 선교하는 경우에야 “좋은 선교적 성과를 낼 수 있으며, 반대로 단기 선교는 그 나라의 전체 선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선교는 생명잔치로의 초대… 생명 불어넣는 ‘영성’ 강화돼야”
(금주섭 – 현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국장, 국제 선교학 학술지 International Review of Mission 편집장)

▲금주섭 박사 ⓒ이지수 기자

금주섭 박사 역시 브로게만 박사와 마찬가지로 19~20세기의 제국주의적 선교 방식를 지양했으며, “생명잔치로의 초대”라는 새로운 선교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선교가 단순히 기독교 왕국의 팽창이라고 이해되던 시대는  끝났다. 선교의 군사적 이미지는 포스트식민시대와 포스트모던시대에서 선교의 장애가 될 뿐”이라며 “선교의 이미지를 ‘겸손의 선교’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금 박사는 “2006년 WCC 대회에서 ‘생명의 경축’(festa da vida)이라는 새로운 선교개념이 선포되었다”며, 여기서 ‘생명’이란 “모든 영역에서의 생명을 뜻한다”고 말했다. 영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전쟁, 재난, 경제위기와 같은 사회적 영역에서의 복음적 변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모든 영역에서의 변혁’이 가능하려면 “에큐메니컬 선교의 기반이 ‘로고스’에서 ‘영성’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성은 ‘삶을 파괴하고 부정하며 축소시키는 모든 힘과 권력, 구조에 대항케 하는 힘’이라며, 지난 세기 서구의 논리적·이성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세계 기독교가, 이제 남반구를 포함한 전세계를 아우르는 영성의 힘을 통해 변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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