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조 등록 신도만 60만명이 넘는 한 대형교회의 소식이 지상파 방송을 통해 전해지자 기독 네티즌들 간에는 다시금 십일조를 둘러싼 자유와 운명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아브라함의 십일조 전통을 지키는 것이 신앙인으로서는 운명이라는 입장이 있는 한편, 십일조에 대한 문자주의적 해석을 경계하며 십일조로부터 자유하자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교회만 걷는 십일조를 내지 말자는 목회자도 나오고 있다. 십일조가 비성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에서 신학대를 졸업하고, 영국 애버딘대학에서 성서석의학(고대문헌해석학)을 전공한 안용수 목사(64)는 지난해 '십자가에 못박힌 십일조'(책평화 펴냄)를 펴냈다. 안 목사는 책에서 십일조 문화가 그릇된 자본주의, 부패한 경제논리, 심리적 공포 등을 뒤섞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소위 십일조를 이용한 '공포 정치'를 통해 신도들을 길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십일조를 하십시오. 십일조를 하면 축복이 감당할 수 없게 내려옵니다." "어떤 장로님은 십일조를 떼먹다가, 그 부인이 유방암 걸려 수술을 몇 번을 했대요."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최근 십일조를 강조하면서 설교 중 내뱉은 말이다. 안 목사의 지적처럼 명목 상의 십일조는 어느새 성도들에게 '죄와 벌'이라는 인과율적 족쇄 또는 그에 근거한 보상주의를 부추겨 성도들의 신앙 생활을 구속하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한 것도 일면 사실이다.
바야흐로 십일조를 이용한 성직자의 공포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성직자가 신앙의 이름으로 십일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현세에서의 질병, 상해 등의 고통을 넘어 내세에서는 천국행 티켓마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직자의 공포 정치 이면에는 항상 "조건"이 수반되어 왔다. 율법적인 목회 스타일을 고수하는 이 같은 성직자는 남도 속이고 자신도 속이는 방식으로 구원과 맞닿아야 할 "무조건적인" 십자가 대신에 슬그머니 "조건적인" 행위[십일조]를 위치시킨다. 하여 구원은 십일조가 되고 십일조는 구원이 되는 효과를 일으켜 공포 정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구원에 관한 한 "오직 믿음으로만"의 종교개혁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셈이다.
당시 논란이 불거지자 홍주민 박사(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교회의 십일조 구원 이데올로기는 사기술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그 돈으로 진정한 의미의 디아코니아, 이웃사랑실천을 하라. 구원의 길은 거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홍 박사는 앞서 성직자의 이러한 통치 기술이 하나님을 욕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K목사는)사기꾼의 전형을 보여준다"며 "하나님을 돈독이 바짝 오른 머니홀릭으로 설교하는 바알사제의 전형이다.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여 하나님을 언급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차 "십일조는 구원과 무관하다"며 "마태 25 최후심판비유를 보라. 하나님은 마지막 날에 십일조를 내었는가가 아니라 약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을 하였는가로 구원의 당락을 결정한다"고 역설했다.
하나님을 돈독 오른 빚쟁이로 만들지 말고 청지기 정신의 신앙생활로 약자를 돌보는 데 마음을 쓰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흥미롭게도 공포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형교회 K목사는 세습 1세대 목사가 되어 교회 사유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십일조 잣대가 정작 그토록 십일조를 강조한 성직자 자신에게는 적용이 되었는가 되물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