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복음'(가톨릭에서 쓰는 용어로 ‘마가복음’을 일컫음). 유럽에선 첫번째로 공인된 예수전이라고도 불리는 이 복음서는 유럽 신학계에 역사적 예수 탐구의 열풍을 일으키는 기초 자료로 사용됐다. 역사적 예수에 몰두한 심원 안병무 박사 역시 이 <마르코복음>에서 나온 ‘오클로스’란 개념을 적극 활용해 민중신학에 접목시키기까지 했다.
<마르코복음>에 기초한 이러한 역사적 예수 탐구의 흐름에 제동을 건 이들이 있으니 윌터 옹을 비롯한 성서비평학자들이었다. 14일 오후 5시 향린교회에선 심원기념사업회의 제1회 콜로키엄이 열렸다. 이날 주제강사로 초청된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윌터 옹의 표현을 빌려 “역사비평학은 사료로서의 책들을 우리 시대와 같은 문자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구술문화의 산물임을 간과해왔다는 점이다”라며 <마르코복음>에 치중한 역사적 예수 탐구에 문제를 제기했다.
▲ 14일 제1회 심원기념사업회 제1회 콜로키엄에서 김진호 연구실장이 윌터 옹 등의 성서 비평학자들을 들어 향후 역사적 예수 탐구가 유럽의 모던 예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
성서비평학자 쾔러나 브레데의 말도 인용한 김진호 연구실장은 “이들은 이 복음서 텍스트가 하나로 수렴되는 진리틀을 기축으로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것이 예수 자신이 아닌 제자들의 해석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마르코복음>으로 인해 예수의 역사성이 드러나기 보다 오히려 그 역사성이 가려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태동기의 역사적 예수 담론에 대해 “근대와 전근대를, 나아가 근대 안의 전근대를 나누고, 그러한 경계들이 틀 잡고 있는 권력의 기하학에 전이적 요소로서 개입하려는 근대주의적인 특정한 욕구를 통해 영토화함으로써 근대 유럽적인 모던 예수로서 태어났고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마르코복음>에 대해서도 “갈릴래아의 예수로서 탄생과 성장, 활동의 서시로 이루어진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여기에는 유럽의 기억, 그 문화적 기억 양식에 의해 태어났고 성장하였으며 활동했던, 유럽적 기억의 발명품”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이 유럽적 영토성을 극복하지 않고는 역사적 예수 탐구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그는 “유럽적 영토성과 엮인 역사적 예수 담론은 20세기를 전후로 한 시기에 사유의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한 더는 헤어 나오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민중신학. 그중에서도 안병무 박사의 오클로스 담론에 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김진호 연구실장은 “마지막으로 나는 이러한 담론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는 연구사적 가능성을 민중신학에서 발견한다”며 “안병무의 오클로스 담론은 바로 민중론적 관점에서 근대주의를 넘어서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 오클로스란
<마르코복음>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인 ‘오클로스’는 직역하면 무리라는 뜻이지만 어원을 풀이하면 힘이 없는 민초들을 의미한다. “밟으면 밟히고, 뺏으면 뺏기고, 억누르면 눌림을 받는 인생. 하나님은 오클로스처럼 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셨다. 하나님의 마음은 바로 그곳에 있다”는 주장 등이 오클로스 담론을 구성하고 있다. 반면, ‘오클로스’와 같이 쓰이는 용어로 ‘데모스’가 있는데 역시 직역하면 무리이지만 어원 풀이를 하면 주장할 힘이 있고, 인권이 있는 힘있는 백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