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후 7시 한백교회 안병무 홀에서 천주교 우리신학연구소와 개신교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공동주최한 <바울과 현대> 마지막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베리타스 |
천주교 바오로 해를 맞아 우리신학연구소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바울과 현대- 현대 철학과 현대 성서학’ 강좌가 15일 늦은 오후 한백교회에서 열린 토론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리신학연구소 엄기호 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총 6강의 강의로 바울을 인문사회학과 신학의 관점에서 조명한 박진우(파리5대학 사회학박사), 한보희(연세대 비교문학 강사), 김학철(연세대 신학박사) 강사 등의 짧은 발제가 있었다.
특히 ‘지젝의 기독교와 바울 이해’란 주제로 발제한 한보희 강사는 “전통적 신학과 기복적 신앙으로서의 기독교는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면서 신화로 빠져들었고 근대적 기독교와 자유주의적 신학은 예수의 역사성과 인간성을 강좌면서 사실상 종교의 초월성을 세속적 현실주의로 구부리지 않았나 싶다”고 주장했다.
전통신학과 근대신학 그 사이에서 나름의 정체성을 잡아가려는 민중신학에 대한 얘기도 이어졌다. 그는 “민중신학이 '예수-사건'을 강조할 때, 그것은 기성의 권세와 세계관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이 세계(차안) 안에 언제나, 이미 들어와 있는 저 세계(피안), 즉 신-예수를 긍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깡-지젝의 이론은 한마디로 간극, 타자총생산 이론이라 할 만하다고 주장한 그는 “(기독교의)그 간극으로서의 타자, 혹은 타자로서의 간극에 붙은 다른 이름이 실재(the Real)”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 거울을 필요로 하듯이, 자신의 의미와 존재를 알기 위해서는 타자가 필수적”이라며 “우리가 타자를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와 의미를 알게 된다는 한계로 인해, 우리의 앎과 우리 자신의 즉자적 존재 또는 우리 자신의 즉각적 의미 사이에는 영원히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또 그 간극을 좁히려는 부단한 활동 보다는 그 간극을 유지함으로써 신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음을 바울의 삶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대 철학자의 바울 읽기에 신약학자 김학철 강사는 ‘바울이라는 '기표'’란 주제의 발제에서 “현대 철학자들은 오늘날의 신학이 미쳐 해내지 못한 것을 시도했다”며 “곧 현금의 정치 경제학 상황에 바울과 그의 본문을 가져다 놓고, 이를 통해 나름의 돌파구를 형성하려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시도를 통해 바울은 레닌과 유사한 사상가이자 전략가요 실천적 행동가로 새롭게 조명되었고, 교회는 꾜문과도 유비되었다”며 “그러한 유비는 신학적 바울 읽기에 신선한 환기구였다”고도 했다. 현대 신학자들이 교리 시정 등을 이유로 역사적 예수를 탐구한다면, 현대 철학자들은 역사적 바울이란 새 연구의 장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철학자들의 바울 읽기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현대 철학자들이) 자신이 구성한 바울의 형식 원리만을 계승할 대상으로 선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식원리와 내용원리는 전승, 전통 계승의 양면이라고 강조한 그는 “기독교인들은 계승의 대상으로 그러한 형식 원리 외에 내용 원리를 함께 생각한다”며 “기독교인들에게 바울의 메시지, 곧 '부활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라는 메시지는 단지 새로운 담론 및 주체의 출현이라는 형식 원리만이 아니라 그 내용도 함께 계승의 대상으로 고려된다”고 했다. 아울러 “내용이 대거 탈락된 철학자들의 바울 독해는 '기독교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천주교, 개신교 관계자들은 그리스도교의 상징적 인물인 바울이 현대 철학에서 큰 비중을 갖고 있는 것에 새삼 놀라면서도 “형식 원리를 강조한 나머지 '기독교적'”이라고 주장한 김학철 강사의 주장에 대체로 공감했다.
또 현대철학과 현대신학의 부단한 대화와 활동을 통해 신학과 철학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 사도 바울의 존재에 다시금 감사의 표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