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부학연구회(회장 장인산 신부)와 분도출판사가 『그리스도교 신앙 원천』 총서 50권의 발간을 시작했다. 올해 세 권이 출간됐으며 교부 문헌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주 형식으로 편찬됐다.
3권 가운데 제1권인 대 바실리우스 문헌은 노성기 신부가, 제2권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 문헌은 하성수 박사가, 3권 키프리아누스 문헌은 최원오 대구가톨릭대 교수가 집필했다. 각 책들은 "내 곳간들을 헐어 내리라," "부자에 관한 강해," "어떤 부자가 구원받는가?," "선행과 자선," "인내의 유익," "시기와 질투"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거의 모든 핵심적인 가르침이 교부 시대에 확립되었기 때문에 교부들의 문헌은 현대의 주요 신학적 논쟁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담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그 글들의 고대성과 전문성 때문에 일반 독자의 접근이 쉽지가 않다. 총서간행위원회(위원장 노성기 신부)는 이 점을 고려하여 역주 및 해제 형식으로 교부문헌들을 소개하고자 했으며 신앙과 삶을 일치시켜줄 수 있는 실천적 주제에 한정하여 출간 대상을 엄선했다.
간행위 관계자는 총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교부들의 글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로 그런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본서의 강해들은 고대의 문헌임에도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내용이 쉽고 현실적이며 직접적이다. 시대와 문화를 넘어서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오늘 우리가 읽고 이해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대 바실리우스 문헌 『내 곳간들을 헐어 내리라/ 부자에 관한 강해/ 기근과 가뭄 때 행한 강해/ 고리대금업자 반박』은 바실리우스가 행한 네 편의 사회적 강해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난과 고통을 목도한 고대 사목자의 뜨겁고 격렬한 권고를 담고 있다. 그는 로마 제국의 상류층 출신이었고 이미 생전에 "대"(大)라는 경칭을 받았을 정도로 신학적·실천적으로 탁월한 지도자였다. 그는 세례를 받은 후 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했다.
본서에서 바실리우스는 인간의 실천을 통해 하느님의 자유를 읽어 낼 것을 호소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향한 배려와 사랑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항상 중요하게 꼽히는 그리스도교의 실천요목이다. 이러한 실천은 여러 실천 중 하나가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본질적인 실천이다. 이것을 올바로 실천할 때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실천은 하느님의 자유가 숨 쉬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무엇이 그대의 것인지 제게 말해 보십시오. 그대가 이 세상에 갖고 온 것이 무엇입니까? 그대는 어디에서 그것을 받았습니까? ··· 그대는 빈손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빈손으로 다시 흙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그대의 재산을 어디에서 얻었습니까?(34-35쪽)
"자식들을 길러야 하니 재산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말은 탐욕에 대한 허울 좋은 핑계입니다. 그대는 온통 자식들한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그대의 말은 그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죄 없는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지우지 마십시오! 아이들에게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보살펴주실 주님이 계십니다.(66쪽)
그대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 그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대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그대의 재산 전부를 가지고 구름 한 조각이라도 만들어 보세요. 빗방울 몇 개라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연구해 보세요. 땅이 견뎌 내게 하십시오. 거만하고 오만한 재산으로 이 재앙을 푸십시오.(88쪽)
여러분이 받는 이자에는 최악의 인간 혐오의 모든 특성이 다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통해서 이익을 챙기고, 다른 사람의 눈물을 통해서 돈을 뽑아내고, 헐벗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굶주린 사람들을 때려 누릅니다. 그 어디에서도 자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친근감이 전혀 없습니다.(126쪽)